<결혼해주세요>의 핵심적인 주제중의 하나는 아내의 자기 정체성 찾기가 아닐까 합니다. 이 주제가 21세기도 훨씬 지난 2010년에 아직도 드라마의 주제가 된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보수적인가를 보여줍니다. 물론 사회나 사회의 이념적 성향과 관련해서만 볼 필요는 없기에, 이 주제가 남녀간의 사랑이란 관점에서 보면 영원한 주제가 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따라서 드라마가 있는 곳에서는 이런 주제가 계속 따라다니면서 변주되는 것일가요?




이 정체성 찾기에서 핵심은 교수 태호의 아내가 아니라 홀로선 자신의 이름입니다. 결혼 생활 7년동안 정임은 태호를 위해서만 헌신했습니다. 그런데 교수가 되고난 태호가 방송이다, 사교계 모임이다, 아나운서 여후배인 윤서영이다 하며 어울려 다니는 것을 보면서, 자기 정체성에 혼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태호만을 위해 자기의 정체성을 상실해온 시간들이 아쉽게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태호의 아내로만 존재하는 자신이 처참해지는 것이구요. 임의 수동적인 태도 때문에 이러한 모습이 너무 과장되어 나타난 측면이 있지만, 아내의 입장에서는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걸 좀 도식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보수적인 가치관에 함몰해 있다가 진보적인 가치관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계기가 바로 비록 사회학과 교수이지만 가정과 아내에게는 보수적인 사고가 지배적인 남편 태호의 존재인 것입니다. 태호는 그 사고에 있어서 위선적입니다. 정임이 남편을 위해 헌신하는 보수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교수가 된 이후의 남편의 위선적인 모습을 보면서 ‘역겹다‘ 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고, 보수적인 가치관에 회의가 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석이 좀 과장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부모 앞에서 당당하게 자기 찾겠다고 산언하고 독립해 나온 정임을 보자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KBS드라마 포토 갤러리



또한 정임의 자기 정체성 찾기는 참 진정성이 있습니다. 태호가 추구했던 교수라는 자리가 자기 정체성보다는 명예와 사회적인 신분상승이 더 크게 작용했다면, 정임이 추구하는 자기 어린 시절의 꿈으로서의 ‘노래’ 와 ‘가수’는 진정한 자기 정체성과 관계가 있습니다.


정임의 자기 정체성 찾기는 참 고루한 주제입니다. 글로벌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정임처럼 자기 껍질 하나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개체화된 인간들의 현상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정임의 이런 노력이 고루해진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너무나도 낯선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언어와 표현의 물결속에서 살고 있지만 정신과 행동은 전근대적인 사고에 빠져있는 듯한 모습 말입니다. 이건 계몽적인 역할에 충실해야할 교수 태호의 위선적인 모습에서 알 수 있습니다. 우리사회가 물질적으로는 너무 빨리 달려왔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여전히 인간관계 속에는 보수적인 사고 방식이 지배적이기도 하구요, 시부모 앞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찾겠다고 선언하고 집을 나간 며느리는 ‘고루한 모습’ 이지만 여전히 어색하고 충격적(?)인 것은 우리사회의 문화지체와 보수성에 기인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자기 찾기에 나선 정임이 그 진정성이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그녀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의미있게 다가오면 좋겠습니다.


첫번째 이미지: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1010191005313&sec_id=5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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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