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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가슴에 스며드는 글쓰기



타인의 가슴에 스며드는 글쓰기




글은 상호관계을 전제한다. 상호관계를 의도하지 않는 글이 있다면 그것은 거짓이다. 글은 공개가 되는 순간 글쓴이와 독자, 독자와 글 사이에 상호관계가 형성된다. 그렇다면 공개하지 않은 글은 어떠한가? 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공개하지 않는 글이라 하더라도 글을 쓴 사람과 글은 상호작용을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러니 모든 글은 상호관계를 전제한다.


글을 누군가에게 보일 때는 예의가 있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경의나 겸손, 존중의 태도가 있어야 하듯이 글과 사람의 사이에도 이러한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의도된 불손으로 모든 독자를 대하는 경우는 없다. 특정한 대상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이 특정한 대상에게 향하기도 하지만 다른 독자들은 3자의 입장에서 바라 보는 식이 될 뿐이다. 그러니 아무리 의도된 불손으로 쓴 글이라 하더라도 그 비판이나 비난에 해당되지 않는 독자는 즐거울 수 있다.


또 글쓰는 방법이 있다. 글의 의미를 어떻게 전달할까의 문제이다. 어떻게 쓸 것인가에 따라 독자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 된다. 수필과 논문은 독자의 접근방식이 완전히 다를 뿐 아니라, 반응 자체도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소설과 비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좀 더 쉬운 예를 들자면, 같은 주제에 관한 TV드라마와 다큐멘터리에 대한 상이한 반응 같은 것이랄 수 있다.


그러나 예의만 갖춘다고 해서 좋은 글이 될 수는 없다. 방법을 익혔다고 해서 역시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형식과 함께 내용의 질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내용이 더 결정적이다. 누군가는 형식이 중요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고상한 사고요 성찰이라 하더라도 형식을 갖추지 않으면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지식들이 글 속에 있다고 하더라도 전달하는 형식이 바람직하지 않으면 좋은 글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형식미라는 것이다. 그러나 형식이란 내용을 담는 그릇에 불과하다. 그릇 자체가 내용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넌센스다. 내용이 좋다는 말은 감동을 주거나, 지식을 제공하거나, 재미를 주는 글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다면 질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질 좋은 글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어쩌면 넌센스인지도 모른다. 좋은 글이란 '어떻게' 라는 방법상의 문제보다는 '무엇을' 이라는 내용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미 언급했다. 물론 형식을 전혀 무시할 수도 없다,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형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형식은 포장일 뿐이다. 포장 속에 들어있는 그 무엇, 바로 알맹이가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쓰느냐 보다는 어떤 자세로, 왜, 무엇을 쓰느냐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다. 즉, 글의 진실성과 의도성, 그리고 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좋은 글은 진실성이 느껴진다. 좋은 글은 왜 쓰느냐의 간절함이 묻어난다. 좋은 글은 많이 읽고 많이 사색한 지식의 향기가 난다.


나의 글과 관련해서는 솔직히 부끄럽다.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에 해당하는 것이 없다. 좋은 글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약간의 위안이 되는 것은 좋은 글이 아니어서 감동과 재미와 지식을 제공해 주지는 못하지만 일종의 작은 모티브는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다른 이들이 적어놓은 글이 비록 좋은 글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것 자체로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감사하면서 읽는다. 행간에는 어떤 식으로든지 의미가 있게 마련이다. 그 행간의 의미가 큰 폭풍을 몰고 올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엄밀히 좋은 글은 존재하지만, 모든 글이 반면교사는 된다고 생각하므로 유용한 글인 것이다.



나의 글은 너무 엉성하다. 이 엉성함은 몇 가지 이유에 근거한다. 첫째는 기억력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면 머릿속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메모를 해야 되고, 내용의 반추를 위해서는 다시 읽어야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경우에 이것은 참으로 치명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빈약한 기억력에 의존하다보니 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내용이 엉성해지는 것이다. 둘째는 독서의 부족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읽지 않으면 어렵다. 읽어야 쓸 수 있는 것이다.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많아야 글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예로 들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야 감동도 재미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엉성함이 좋은 글을 만들어 놓지는 못하지만 전혀 무용한 글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타인의 글에서 작은 의미나 사색의 모티브를 얻듯이 나의 글도 그런 정도의 역할을 하면 대만족이다. 내가 올리는 포스트의 의도도 그런 것이다. 부족하지만 상호적인 작용을 하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다.


논문이 아닌 이상 모든 글이 정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은 학문적인 이론이나 학설만으로 존재하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잘 것 없는 한 줄의 글이라도 타인의 가슴에 따스하게 스며들 수 있는 것이며, 볼품없는 글이 타인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는 것이다. 거리에 핀 한 송이의 꽃을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노변에 나뒹구는 작은 돌멩이 하나의 신비감을 생각해도 마찬가지 일 것이며, 하늘에 떠있는 구름 한 조각에서 세상의 비의가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1. 이미지 출처(도서관): www.flickr.com

2. 이미지출처(만년필): www.flickr.com

3.이미지출처(책과 커피):http://www.flickr.com/photos/8371780@N08/2229770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