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호-정임 커플이 이혼을 했습니다. 아직 조정 기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갈등의 간극이 쉽게 좁혀질 것 같지 않습니다. 가족들까지도 알게 되고 이혼만큼은 막으려고 하지만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오순옥여사(이하 호칭 생략)가 정임에게 원망도 하고 호소도 하면서 이혼을 막고 끝까지 다시 합치게 하리라고 완고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혼 당사자의 입장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시어머니- 며느리 사이의 관계라고 해도 이혼 당사자를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결혼이란 시어머니와 하는 것이 아니기에 말입니다. 고부간의 사이가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요. 오순옥 정말 이상적인 시어머니라고 해야 하나요, 아니면 시대착오적(?)인 시어머니라고 해야 하나요.


이미지출처: KBS 드라마 <결혼해주세요> 포토 갤러리



아무튼 이혼은 잘 되었다고 봅니다. 나중에 다시 재결합을 한다고 해도 지금의 이혼은 잘 된 것 같습니다. 서로 떨어져 봐야 서로의 가치를 알 수 있을 것 같구요. 정임이 독립을 하면서 자기 꿈의 실현에 한 발짝 더 다가간 듯도 하구요. 정임으로서는 참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태호는 정임에게 자신에게 자유를 주어서 고맙다고 비아냥인지 진정인지 그렇게 말을 하지만 사실 정임이야말로 그녀에게 찾아온 자유가 너무 의미있고 소중한 것입니다. 태호와 정임에게는 자식도 없기에 이혼의 걸림돌도 없습니다. 부모나 형제의 삶도 걸림돌이 되지 않구요. 삶이란 결국 태호, 정임이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서로 이혼을 잘 했다고 여기면서도,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막지 못한 것은 너무나 안타깝기만 합니다. 7년동안 알콩달콩 잘 살아오면서 남편 태호가 교수가 되고 더욱 행복한 부부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런 신분 상승이 부부간의 소통을 막았다는 것은 개인의 발전(태호의 교수됨)이 오히려 부부의 관계를 깨었다는 점에서 어떤 답답함이 몰려옵니다. 태호가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구요, 정임이 너무 자기 희생적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말입니다. 왜 같이 상승하지 않는지 말입니다. 교수와 교수 부인으로서 말입니다. 7년동안 정임은 태호가 교수 되는 데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그런데 정임은 태호가 막상 교수가 되고 나니 자신이 수단만 되었다는 느낌에 사로잡힌 듯합니다. 비유하자면, 그저 타고 올라가서는 버려지는 사다리처럼 느껴진 것입니다. 꼭 집어서 이렇게 표현하기는 좀 그렇긴 하지만 신분 상승으로 올라간 태호는 이전에 그가 놀던 물과 달라진 것이지요. 정임의 존재는 저 아래 보이는 것이구요. 참 유치한 장난질 같게만 여겨지지만 정임에게는 엄청난 소외감을 느끼게 합니다. 고상한 윤서영의 존재, 고상한 동료교수와 고상한 그의 아내, 달라진 사회적인 인식과 대우에 우월감을 느끼기 시작한 태호와는 달리 정임은 자꾸만 자격지심으로 소외감을 느끼기만 한 것이지요. 


이미지출처: KBS 드라마 <결혼해주세요> 포토 갤러리



이 지점에서 정임의 태도에도 변화가 있어야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타고난 성격이야 어쩔 수 없지만 용모나 의상, 교양 정도는 태호의 신분 상승에 그 격을 맞추어 주려고 노력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정임은 너무 구질구질한 행색을 하고 있었습니다. 교수라는 직업이 별 게 아니라면 아니지만 7년 동안이나 강사자리에 있다가 갖게 된 교수라는 직함은 태호에게는 대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태호는 아내 정임의 구질구질한 모습이 자신을 초라하게 한다고 생각했을 수 있는 것이죠. 필자는 이러한 태호의 태도나 생각의 변화를 긍적적으로 본다거나 변호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단지 정임도 좀 자신을 꾸미고 교양을 쌓는 노력 정도는 같이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정임은 단순히 자신이 소외되는 것에 대해 자격지심으로만 일관했던 것입니다. 예를 들면, 윤서영의 태도에 대해서는 정색을 해서 따끔한 충고를 지속적으로 했어야 했으며, 태호의 태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같은 의식을 가진 척하고 적당하게 맞장구를 쳐 주는 것도 괜찮았을 것입니다.  또 가사일이 바쁘긴 하겠지만 교양서적 몇 권 정도는 읽기도 하고 말입니다. 어디 자기 실현이라는 것이 학창 시절에만 추구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제 남편이 교수가 되었겠다, 이제 고생 좀 줄이고 자기 삶에 액센트를 주는 정도는 용인될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저 줄기차게 자신의 열등감만을 표출하다보니 자꾸만 태호와 멀어진 측면이 강합니다.


정임은 정말 천사입니다. 천사는 참 좋긴 하지만, 비현실적인 존재입니다. 너무 좋긴 하지만 동시에 너무 비현실적이라 현실을 그리고 있는 드라마에서는 마치 유령처럼 떠다니는 존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비현실적인 착한 며느리를 만들어 놓고 일방적으로 당하게 하는 것은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아무튼 태호-정임 커플이 이혼을 하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에 넋두리를 해 보았습니다. 너무 바보 같기만 한 정임이 안타까워서 말이죠. 이렇게 착한 아내의 진정한 가치를 몰라주는 태호가 또 원망스럽기도 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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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