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지붕뚫고 하이킥

지붕킥, 신데렐라와 피터팬, 그리고 후크 선장



지붕킥, 신데렐라와 피터팬 그리고 후크 선장

 

http://www.betanews.net/bbs/read.html?&mkind=491&page=1&num=484896



자옥과 보석 참 아름다운 이름들이다. 눈부시게 빛나는 보석이 떠오른다. 인간에게 보석은 물질적인 가치의 척도이며 화려한 사치의 절정이며 탐욕적인 대상의 꽃이고 헤아리기 어려운 시간이 빚어놓은 지구의 사리이다.


그러나 <지붕 뚫고 하이킥> 속 자옥과 보석은 그 이름과는 달리 조화가 깨어진 존재들이다. 이 조화가 깨어진 존재라는 말은 현실과 나이가 부조화스럽게 걸맞지 않는 존재라는 의미이다. 애어른이라고 하면 될까?


<지붕 뚫고 하이킥>의 등장 인물들은 자주 나이와 걸맞지 않는 면들을 드러낸다. 자옥과 보석 뿐만이 아니다. 순재도 그렇다. 분위기, 눈치, 염치 없이 방구를 껴대는 순재도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순재는 좀 나은편이다. 방구라는 단면적인 특이한 행동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자옥과 보석에게서는 그런 모습이 두드러진다. 아니 두드러진다고 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단면적인 특이한 행동으로 그치는 경우가 아니라 행동과 사고가 퇴행적이라고 할 정도로 유아적인 성격에 가깝다.
 




자옥은 동화속 공주님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자옥은 60세 노인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동화 속 공주 같다. 신데렐라고 하면 될까? 보석은 마치 성장이 정지된 피터팬 같다. 어른이라는 껍질 속에 마치 동화속의 주인공이 들어있는 느낌이다. 아니면 동화 속 주인공이 어른의 가면을 쓰고 있거나. 신데렐라와 피터팬. 그렇다면 이 둘은 상당히 닮았다. 동화속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다. 참 어른스럽지 않는 어른들이다.


이 둘은 또한 순재와 애증의 관계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자옥은 순재에게 맹목적인 애정의 대상인 반면에 보석은 맹목에 가까운 증오(사실 증오라기 보다는 업신여김)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이 둘의 중심에 있는 순재는 동화속의 인물로 치면 누구에 비유할 수 있을까? 신데렐라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면서, 피터팬은 아주 냉대하는 인물이 있을까? 순재는 신데렐라를 사랑하는 왕자 같으면서 동시에 후크 선장 같다. 또한 붕붕 방구를 뀌는 모습은 벌거벗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벌거벗은 임금님 같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지붕 뚫고 하이킥>은 신데렐라와 피터팬과 후크 선장이 등장하는 동화 같다. 재미있는 동화 같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세상은 동화가 될 수 없다. 세상은 어른들이 만들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되어버린 한 때의 아이들은 이제 동화를 잊고 산다. 그래서 동화를 만드는 어른들이나 동화를 꿈꾸는 어른들, 그리고 동화처럼 살아가는 어른들은 너무 아름답다. 비록 시트콤 속이라 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