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지붕뚫고 하이킥

지붕킥, 지훈의 독백 "나는 가정부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지붕킥, 지훈의 독백 "나는 가정부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http://ntn.seoul.co.kr/main.php?cmd=news/news_view&idx=22923



지훈이 정음에게로 기울어지는 것 같다. 워낙 지훈이 과묵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아 속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정음과 연인관계를 형성하는 듯하다. 드라마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지훈이 정음과 연인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남녀 간의 결혼은 대체로 사회적인 신분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예외적인 경우도 많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것이 순수한 학문적인 욕구인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신분 상승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 사회는 의사가 가정부와 사랑을 하는 것을 영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사회적인 신분을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의사와 가정부의 사랑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다. 현실과는 달리 드라마에서라면 가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가정부가 재벌의 딸이라거나, 가정부가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서 사회적인 신분 상승을 이룬다는 일들이 벌어져야 한다.

http://news.maxmovie.com/movie_info/ent_news_view.asp?mi_id=MI0087163253&contain=&keyword=&page=1


의사와 사랑을 할 정도라면 대학생이나 대졸 정도는 되어야 한다. 사랑을 위해 맹목적이 되는 일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당사자뿐만 아니다. 부모나 가족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의사인 자식이 중졸인 여자와 결혼한다고 부모에게 이야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현실적으로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 엄청난 갈등을 야기시킬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파탄을 맞을지도 모른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사회적인 신분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인간 자체가 좋다고 하더라도 인간을 둘러싸는 여러 가지 사회적인 조건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생물적인 인간보다도 사회적으로 굳어진 '전형적인 인간'이 우선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아주 궁금한 것이 있다. 의사인 지훈은 예외일 수 있을까? 결혼 적령기에 달한 29살의 엘리트 지훈이 가족배경과 사회적인 신분도 낮은 세경을 사랑할 수 있을까? 지훈이 세경이를 소개해 달라는 동료 의사들에게 우리집 가정부이라고 하면서 끝까지 책임질 수 있냐는 식으로 말을 한 것은 결국 자신 또한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말이나 다름 없다. 자신은 예외적인 존재라서 그렇게 항의 같은 항의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http://eto.freechal.com/news/view.asp?Code=20091208103643240



지훈 또한 너무나도 답답했을 것이다. 세경이란 인간 자체와 가정부 세경에 대한 갈등으로 말이다. 지훈이 태연한 체 하지만 분명 그런 갈등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동료 의사들에게 한 말은 결국 지훈이 그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거나 독백인 셈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도 마찬가지의 인간이지 않는가?" 하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는 어떻게 동료 의사들에게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마치 자신은 그렇게도 고고할 수 있단 말인가? 세경을 생각해서 한 말이긴 하겠지만 진심으로 그랬다면 가정부 운운 하는 그런 말 자체를 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다.


지훈의 말대로라면 세경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세경은 그저 자신을 끝까지 책임져 줄 수 있는 사회적인 신분이 엇비슷한 사람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적어도 제 주제는 갖추어야 한다는 말인가? 격에 맞지도 않는 의사와는 꿈조차 꾸지 말라는 것인가? 이건 세경에겐 너무 억울하고 슬픈 일이 아닌가? 억울하면 출세해야 하는 걸까? 세경이 서서히 그런 사회적인 장벽을 느끼며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상처는 그녀의 삶에 아물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훈이 그런 식으로 말한 것은 아니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지훈은 누구보다도 세경에 대해 가슴 아파하는 존재이다. 순전히 세경을 위한 마음으로 그런 말을 했다. 사실 세경이 그런 말을 들은 것이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아무튼 지훈은 예외일 수 있을까? 가정부 세경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예외적인 의사일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