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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vs 마지막 사랑



첫사랑 vs 마지막 사랑

                                     이미지 출처 http://blog.daum.net/coljb/7913910

흔히 첫사랑이라고 하면 '순수' 라는 말을 떠올린다. 영화 <러브 스토리>에서 흰 눈 위에서유치한 눈장난을 치는 장면은 이 첫사랑의 순수한 이미지를 가장 잘 드러낸다. 제니와 바렛의 사랑이 꼭 첫사랑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마치 그것이 첫사랑인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첫사랑은 흰 눈처럼 '순수' 와 가능성을 담고 있는 여백으로 다가온다. 마치 흰 종이 위에 점 하나를 찍은 것과 같은 상태 말이다.

첫사랑은 뚜렷한 기억보다는 추억으로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이란 감정의 시원같은 것으로 말이다. 아마도 그것은 사라져가는 순수에 대한 아쉬움에 대한 보상과도 같은 것이다. 첫사랑만큼 인간이 과거를 반추하며 살아가는 대상도 없지 싶다. 점점 현실에 마모되어 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도 순수하게 남아있는 첫사랑에 마음을 기대고 위안을 받는 존재로 말이다. 첫사랑은 짝사랑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기에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것은 감정의 손길에 더욱 자극을 받고 고무되면서 우리의 삶속에서 별처럼 반짝인다. 밤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별은 더욱 반짝이듯이 말이다.

마지막 사랑은 어떤가? 첫사랑의 순수함과 가슴 설렘과는 달리 덧없음이나 쓸쓸함, 애잔함이 느껴진다. 비장함과 격렬함도 느껴진다. 헤어짐, 이별, 운명을 떠오르게 한다. 때로는 비극적인 파국을 연상하게 하고, 심지어 죽음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랑하는 이를 ‘마지막‘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가슴을 저미게 만드는가? 떠나버리면 남남이 된다는 사실은 얼마나 괴로운가? 그러나 진정한 '마지막' 은 죽음이다. 죽음은 사랑을 갈라놓는 잔인한 갈고리다. 불치의 병에 걸린 연인과의 마지막 불꽃같은 사랑 같은 것 말이다. 느닷없이 사랑을 덮친 죽음의 그림자야 말로 마지막 사랑을 가장 실감나게 전해준다. 죽음이 갈라놓는 마지막 사랑이야 말로 진정한 마지막 사랑의 정점이다.
 

이미지 출처 http://cafe.daum.net/dongkwang57/IIF6/80?docid=10DLD|IIF6|80|20070918133658


가슴 속 사랑의 정념이 모두 연소되고 난 후 사랑하는 이와 작별해야 하는 그런 마음. 달관이나 체념만이 그 고통을 잊게 해주는 심정. 각질에 쌓인 나무의 영혼처럼 꼼짝할 수 없는 육체라는 각질에 쌓인 인간의 영혼처럼 슬픈 것도 있을까? 아무리 다가가려 해도 다가갈 수 없는 마음처럼 안타까움이 있을까? 마지막이란 말 자체는 그런 의미로 다가온다. 어떤 말이고 마지막이란 말이 붙으면 그렇다. 마지막 잎새라는 말은 너무나 가냘프고 외로운 존재를 떠오르게 하면서 슬픈 감정을 몰고 오지 않는가? 그냥 잎새와 '마지막' 잎새는 그토록 다른 것이다.

'첫'이란 말과 '마지막'이란 말의 의미 차이는 이토록 크다. '첫' 이란 말은 추억과 기억과 반추를 떠오르게 하며, 마지막이란 말은 이제는 끝을 고해야 하는 슬픔과 비통함을 떠오르게 한다. '첫'은 새로움 경험에 대한 설레임이며, 마지막은 완전한 단절이다. 대상을 잃은 감정만이 남아 텅빈 메아리가 된다. 그래서 마지막 사랑은 적극적이며, 발악에 가까을 정도로 처절하며, 도피를 꿈꾸지만, 첫사랑은 주저주저하고 망설인다. 노을처럼 불그스레한 청초한 남녀들의 수줍음 같은 것 말이다. 인간에게 사랑의 경로는 이처럼 ‘첫’ 과 ‘마지막’ 사이의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

첫사랑, 마지막 사랑이라는 말은 인간의 사랑에 그 시작과 끝이 있다는 의미이기 보다는 평생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를 뜻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사실 중요한 것은 첫사랑도 마지막 사랑도 아닌 첫과 마지막에 놓인 그 수많은 사랑들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