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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버스, 아니 관광 비행기를 아시나요?




관광버스, 아니 관광 비행기를 아시나요?

이미지 출처 http://cafe.daum.net/ssd21/Di5W/38?docid=17r0p|Di5W|38|20081202065944


10년 쯤 된 이야기다. 머리에 털이 나고 평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탓을 때다.
처음 비행기를 타다보니 비행기와 관련된 모든 것이 낯설었다.
짐은 어디에 넣는 것인지, 언제 밸트를 매고, 푸는 것인지 지금 보면 사소하지만 당시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벨트를 착용하고 있어야 하는 데 일어나서 승무원으로부터 지적을 당하고서도 왜 앉아야 하는 지도 몰랐다.
대충 남을 따라하다 그제서야 머리 위에 벨트 사인이 들어오면 벨트를 착용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화장실은 또 어땠는가? 구체적인 기억이 나지 않지만 조금씩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모든 게 새로움, 바로 그랬다. 나는 한 마디로 촌놈이었다.


이런 촌놈이 자신뿐만 아니라 기내에서 겪은 경험은 혼란과 충격의 도가니였다.
내가 탄 비행기는 방콕발 서울착 타이 항공기로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인 것으로 보아, 자식들이 효도 관광을 시켜 드렸거나 계모임으로 단체 관광을 하고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내가 비행기를 처녀 탑승하고 받았던 그 메가톤급 혼란과 충격은 바로 이 어르신들 때문이었다.

이미지 출처 http://blog.daum.net/jungbump/6495556

촌놈인 내가 보기에도 어르신들의 기내에서의 행동들은 좀 심했다.
시장판을 연상시킨다고 하면 딱 맞을 것 같다.
어르신들은 이륙할 때부터 일어나서 이리저리 다니기 시작하더니만
팔 받침대에 앉기도 하고 타기 전에 마신 술기운 탓인지 비틀거리는 분들도 있었다.
술병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술을 따라주는 분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인지 비행기 승무원들의 얼굴에서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이리저리 다니면서 어르신들의 행동을 자제시키고 자리에 앉으라는 사인을 주었지만
무슨 두더지 잡기 게임도 아니고 여기저기에서 돌발적인 상황들이 폭탄처럼 계속 터졌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내 이런 일이 산발적이거나 대규모로 발생했다.
술이 한 두 잔씩 들어갔는지 여기저기서 가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역시 한국인들의 음주가무는 어디에서나 빠지지 않았다.
관광버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렇게 큰소리로 음주가무를 즐기지는 않았지만 비행기를 처음 탄 나도 부끄러울 정도였다.
비행기내 통로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이 오래된 습관처럼 자유스러웠다. 당황한 승무원들이 제지했지만 그 때뿐 또 그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났다.
이거 참 완전히 관광버스, 아니 관광비행기구나!


식사 때는 다소 조용하다 싶더니 식사가 다 끝나갈 무렵에는 부족한 것이 많았는지 여기저기에서 손을 들어 빵을 더 가져와라, 물을 좀 더 달라, 술을 더 달라......마치 가엾은 새끼새들이 어미새를 향해 입을 쫙 벌리고 있는 모습을 상기시킬 정도로 난리였다.
태국 항공기 승무원들의 당혹스런 표정을 아직도 지울 수가 없다.
어른신, 특히 할머니들은 빵을 받아들고는 가방에다가 넣었다. 아마도 손자에게 주려는 것 같았다.
식사가 끝난 뒤의 음주 가무는 더욱 거세어졌다.
물론 조용히 하라는 승무원들의 거센 요구에 노래 소리는 잦아들었지만 춤은 여전했다. 서서도 어깨를 덩실덩실, 앉아서도 어깨를 덩실덩실 관광비행기가 따로 없었다.
이렇게 처녀 비행기 탑승은 관광버스, 아니 관광비행기의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행동들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빵을 받아 손가방에 넣는 모습에서 손주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보았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그들에게서 고단했던 삶의 무게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관광버스에서 만족했으면 한다.
이 문제 많은 관광버스의 소란스러움에 대해서 내가 왜 이토록 너그러워졌는지 모르겠다. 소중한 추억이지만 동시에 부끄러운 추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