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의 땅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더욱 더 아름답다.
사랑을 작고 귀여운(?) 한 마리의 동물에 비유한다면 카멜레온이 아닐까 한다. 순전히 색깔 때문이다. 투박한 피부로 따진다면 어디 비유할 엄두가 날까. 카멜레온이 변하는 그 색깔처럼 연인간의 사랑은 그들만의 색깔이 있다. 가슴 뭉클한 그 사랑의 감정이 다 다르듯이 말이다. 연인들에게는 사랑이 절대적이다. 그리고 상대적이기도 하다. 사랑과 질투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하는 것도 절대적이면서 상대적이기 때문이지 싶다.
<도망자>는 다른 색깔의 연인들의 사랑을 보여주었다. 한편에는 그 살벌한 정치적인 음모와 살인, 위선과 가식, 그리고 증오가 있었던 반면에 다른 한편에는 그런 색색의 사랑들이 있었다. 드라마상의 이러한 대립적인 요소의 배치는 의도적이었기에 더 돋보인다.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우리가 꽃을 피워야 할 곳은 화단에서 만이 아니라 위악한 현실의 메마른 사막 위여야 함도 함께 배웠다. 불모의 땅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더욱 더 아름답다.
연인간의 사랑들이 확인시켜주는 것은 좀 더 넓은 의미의 사랑이다. 그들의 사랑은 그런 사랑의 의미망 속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은 불신과 증오의 땅에 뿌리를 내렸고, 사악한 공기에 줄기를 드리웠고, 증오의 물줄기에서 꽃을 틔었다. 그들의 사랑은 이 모든 타락한 세상의 껍질을 뚫고 결실을 얻는 것이기에 더욱 더 소중하다. 생채기만 무수하게 내는 이 세상에 그들의 사랑은 치유의 아름다움이기도 했고, 짓밟는 발길질을 막는 온화한 미소이기도 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김을 보았다.
그래서 <도망자>를 보고 나서 사랑이 살아남은 것에 너무 감동적이 되었다. 다시 한번 세상은 서로 사랑만 하며 살 수 있는 곳은 될 수 없을까, 하고 질문도 하게 되었다. 드라마는 현실이 될 수 없다는 생각도 잠시나마 유보하고 싶다. 그냥 그런 믿음만을 자기 위안으로 삼고 싶기도 하다. 쫒고 쫒기는 상황에서 그 풍성한 사랑놀음이 어디에 있을 수 있나 하고 말하기도하겠지만 그렇게 보고 싶지 않다. 악을 물리친 건 이성적인 머리였을까? 그렇게 믿고 싶지도 않다. 오직 사랑이라도 믿고 싶다. 양영준의 기자회견장에서 지우가 진이에게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 그 장면이야말로 이 <도망자>의 성격을 제대로 보여주는 압권 중에 압권이라고 믿는다. 사랑의 승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사랑의 팡파레를 퍼지게 하는 것이다. 이 장면으로 제작진을 비난한다면 도대체 드라마의 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며 제작진은 무엇을 의도해야 할까? 이 의도된 장면만큼 의미있는 장면이 어디에 있었던가? 사랑 좀 하고 살자고 외치는 지우의 말은 오히려 눈물 겹기까지 하지 않던가!
재벌이라는 인간도, 정치인이라는 인간도 사랑을 몰랐기에 얼마나 불쌍하던가? 얼마나 초라하던가? 근데 이들은 죽는 순간까지도 이런 사실을 알 수 있을까?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려는 탐욕이 바로 그런 무지함의 명백한 이유가 된다. 군림하려는 인간들은 무지한 인간들이다. 사랑을 모르는 무지한 인간이다. 겸손해지고 내려오면 내려올 수록 더 크진다는 사실을 모른다. 사랑하는 이들은 얼마나 아름답던가? 풍성하던가? 도망치고 궁지에 몰린 것은 사랑이었지만 결국 사랑이 승리하지 않던가? <도망자>는 결국 사랑이었고 사랑의 승리의 확인이었다. 비의 경박함만큼이나 이 드라마가 가벼웠다고 한다면 잘못된 것은 아닐까?
도망자 제작진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2010/12/04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양의 가면을 덮어 쓴 늑대!
2010/11/21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도수가 영웅이 되어주어야 할 이유?
2010/11/17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타락한 현실과 영웅의 탄생?
2010/11/10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2010/11/04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밝혀진 조선은행권 지폐와 금괴의 비밀
2010/10/30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대물보다 더 정치적인 드라마?
2010/10/29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경박스런 탐정 지우를 보며 느낀 몇가지 감정들!
2010/10/29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양두희가 멜기덱이 아닌 이유?
2010/10/28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카이의 진실한 사랑과 죽음?
2010/10/28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드러나는 양두희의 정체?
2010/10/27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도수와 지우가 파트너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2010/10/23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Plan B, 멜기덱의 정체는?
2010/10/22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Plan B, 늦게 시동 걸린 도망자의 흡입력?
2010/10/21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Plan B, 드러나는 카이의 정체와 음모?
2010/10/14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Plan B, 이나영은 비를 사랑하게 될까?
2010/10/09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Plan B, 로컬과 글로벌 사이에 끼인 시청자들?
2010/10/07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Plan B, 김탁구를 넘을 시청률 상승에 시동을 걸다?
2010/10/02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Plan B, 이나영의 정체가 궁금하다!
2010/09/30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탐정과 액션, 코믹이 조화된 글로벌 대작
'드라마 > 도망자 Plan B'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망자, 타락한 권력에 맞서는 개인들과 대리만족? (8) | 2010.12.14 |
---|---|
도망자, 당신들의 사랑이 진정한 승자인 이유?! (16) | 2010.12.10 |
도망자, 양두희와 양영준은 구제 불능인가? (20) | 2010.12.09 |
도망자, 양의 가면을 덮어 쓴 늑대! (2) | 2010.12.04 |
도망자, 도수가 영웅이 되어주어야 할 이유? (6) | 2010.11.21 |
도망자, 타락한 현실과 영웅의 탄생? (17) | 2010.11.17 |
도망자는 한번도 보지도 못했는데 종영을 했네요.^^;;
갖가지 다른 사랑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시니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듭니다.
전 그저 액션만 나오는줄 알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도망자 리뷰하시느라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저도 드라마 리뷰를 하다보니 종방하고 나면 참 뿌듯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좋은 하루되세요.^^
개인적으로 <도망자>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드라마의 초반에 감각적인 요소를 너무 강조하다보니
시청률이 많이 떨어져 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끝나고 나니 아쉽네요^^;;
벌써 종영되는군요.
한번 보긴했는데 신기하다라고 생각했었다는..
스케일 면에서 신기한 느낌을 가졌죠^^
이거 저도 이제서야 보기 시작했어요~ㅎㅎ
혹시라 결말을 알게 될까, 스크롤을 내려버려 죄송합니다. ㅠㅜ.
재방 보시는군요~~
전 재미있게 보았는데 보시니님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글쵸 남을 짓밟고 올라서서 군림하려는 자들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겠습니까...?
드라마에 나온 정치인 양영준 정말 나쁜 인간이죠~
도망자가 끝났다고 하던데.. ㅎㅎ
많이들 보는 드라마 였던거 같아요.. ㅎ
잘 보고 갑니다. ^^
도망자가 대물에 비해서는 시청률이 많이 낮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전보지도 않았는데종영? 헐
시간 되시면 재방이라도 한 번 보세요^^
정지훈의 반전에 깜짝놀랐었어요 ㅎㅎ 조마조마 막 도망자보며서 금을꺼내!! 꺼내 ! 하면서 말이죠 ㅎㅎ
마지막회 참 조마조마하면서 보았죠~~
악이 응징을 당해서 기분은 좋은데...
또 살아날 것만 같아 걱정이 됩니다 ㅠㅠ
참 재미있었어요.. ㅎㅎ..
다만, 스토리라인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요.. ^^
저도 참 재미있게 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