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도망자> 14, 15회를 보면서 강렬하게 느낀 것은 ‘영웅’ 과 ‘의적’ 이라는 단어였습니다. 필자는 13회에서 영웅이나 의적이 되어주기를 바랬지만 그는 필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습니다. 현실도피를 선택하더군요. 빼돌린 금괴를 가지고 추잡한 ‘드라마 속 대한민국‘ 을 저버리고 필리핀으로 가서 속된 말로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을 선택하고 말았습니다. 필자가 다소 실망은 했지만 도수의 이러한 태도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저라도 그러고 싶습니다. ’드라마 속의 현실‘ 처럼 악이 활개를 치는 세상이라면 말입니다. 특히 선과 법을 수호해야할 경찰의 입장이라면 이렇게 비굴한 세상, 권력이 법이 되는 세상, 선과 악이 전도된 세상, 무엇보다도 이러한 거대한 몰염치한 벽에 자기 한계를 느껴야하는 현실에 대해 신물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지출처: KBS 드라마 포토 갤러리


도수에게 잠시 실망을 느끼긴 했지만 그는 다시 영웅의 자리로 돌아와야 할 운명인 것 같습니다. 우선 필자가 도수에게 영웅이란 칭호를 붙여주는 데 대해서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줄 모르겠습니다. 영웅이라고 하면 아주 거창한 이미지를 떠오르게 해서일 것입니다. 그런데 (물론 결과가 따르고 그 결과에 대한 판단에 근거해서) 필자의 판단으로 도수는 영웅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도수는 대중이 바라는 전도된 상식을 바로 잡으려는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또한 그는 누구도 해내기에 불가능하다 싶은 일을 정의감으로 바로 잡으려고 합니다. 그야말로 도수는 대중의식의 대변자인면서 동시에 개인적인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런 그를 영웅이라고 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굴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영웅이란 언제나 거창한 존재가 아니라 이렇게 소박하고 작은 곳에서도 발견되는 존재인 것입니다. 예수는 마굿간에서 태어났으며 서민들을 대변했으며 세상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부처도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인류를 위해 희생했습니다. 간디도 그렇습니다. 세상의 모든 영웅들을 보십시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말하는 영웅들도 예외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그들이 조금 나은 것은 육체적인 힘이나 세속적인 지위입니다. 그들이 일반 서민보다 더 나을 것은 없습니다. 우월한 지위에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불행하구요.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등이 그렇습니다. 대부분 상처 받은 인물들입니다. 그러니 영웅을 너무 거창하게만 보는 것은 편견이 아닐까 합니다.


이미지출처: KBS 드라마 포토 갤러리


이런 편견은 영웅이라는 이름을 역사를 보는 관점에 붙여놓은 결과가 아닌가 싶은데요, 바로 영웅사관이 그렇습니다. 영웅이 역사를 이끈다는 역사 진행의 관점은 영웅이란 의미를 너무나 퇴색시킨 것 같습니다. 필자 개인의 입장은 역사를 이끄는 힘이라는 표현에 혐오감을 갖고 있습니다. 역사를 이끄는 어떤 영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잠깐, 여기서 역사를 이끈다는 표현 자체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튼 역사를 이끈다고 했을 때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이지 파국적인 불행을 초래하는 방향은 결코 아닌 것입니다). 물론 그런 역할을 하는 존재는 있고 그 존재에 영웅이란 이름을 붙이는 것에 주저할 이유는 없습니다. 영웅은 하늘에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현실에서 생겨난 지극히 현실적인 존재입니다. 따라서 영웅이 아니라 민중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영웅이라도 그 영웅의 출현은 언제나 민중의 염원이 방영되고 체화된 존재라는 것입니다. 즉 영웅은 불현듯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의식적인 동일성이 내재화된 존재라는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민중의 의식을 반하는 존재라면 그는 영웅이 아니라 반영웅적인 존재인 것입니다. 따라서 영웅사관의 세속화와 퇴색은 그 속에 반영웅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히틀러나 폴포트가 과연 영웅이라는 데는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역사를 불행하게 만든 장본인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조금 방향이 빗나가는 이야기이지만 우리 정치권력의 선민의식과 이러한 의식에서 파생되는 정치인들의 부패와 국민과 유리된 인식은 바로 잘못된 영웅사관의 부작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타고난 권리가 있기에 권력이란 이름으로 정치라는 이름으로 일반 서민들이 상상하기에도 힘든 일을 태연하게 저지르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들은 비현실적인 영웅사관에 젖어 마치 자신들이 선민이라는 자기 착각에 사로 잡힌 듯 합니다. 참으로 통탄한 일입니다. G20 맞아 정부에서 국민들이 국격을 높였다고 홍보를 하고 있는데요. 우리 사회에서 국격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지름길은 정치인들의 정직성, 투명성,진실성을 바로 잡기만 하면 국격은 그냥 팍팍 올라갑니다. 국민만 팔아먹지 말고 정치인들 스스로 정말 정말 간곡히 바라건대 국민을 섬기는, 진실과 함께하는, 사랑과 희생을 몸소 실천하는 정치인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국격 정말 높이 올라갈 것입니다.   


아무튼 도수는 다시 영웅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14회에서 지우에게 다시 금괴를 빼앗긴 도수는 15회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지고 다시 영웅의 자리로 돌아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영웅은 자기 각성을 일으키는 외부적인 힘이 필요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역시 불완전한 인간이니까요. 신의 혈통을 물려받은 고대의 영웅들은 제외하고 말이지요. 도수는 분명이 깨닫고 있습니다. 아무리 거대한 벽이라고 해도 불의한 현실을 바로 잡겠다고 말입니다. 일개 경찰이라는 신분으로 엄청난 권력의 벽이 사방으로 쳐저 진실이 가려지고 전도되는 현실을 부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도수의 행동은 바로 영웅의 행동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도수가 그저 적당하게 현실과 타협하면서 의로운 경찰(의경) 정도로 불리게 될지 아니면 우리의 바람을 온몸으로 감싸 앉고 현실의 벽을 부수어주는 영웅이 되어 줄지 참 기대가 됩니다.




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모과 2010.11.21 06: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도망자를 보면서 이정진과 동갑인 아들 생각이 자꾸납니다. 33살되면서 부쩍 아저씨같이 보여서요.^^

  2. DDing 2010.11.21 07: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대한 벽에 맞서 싸우는 현실과의 타협을 거부하는 인물...
    그런 이들의 싸움이 통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어요. ^^

  3. Movey 2010.11.22 05: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이에요~ 저는 도망자를 뒤늦게 보기 시작했는데 꽤 재밌더라구요 +_+
    말씀하신대로 생각해볼만한 메세지도 담긴 것 같구요.

  4. 날아라뽀 2010.11.22 17: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망자의 전개가 점점 흥미롭게 흘러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