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회는 ‘눈물’ 이 그 위력을 시원하게 떨쳤다. 역시 제작진은 노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막장 논란이나 불륜 논란을 막을 수 있는 건 눈물 밖에 없다는 판단은 참 정확한 것 같다. 눈물은 참 식상한데도 우리에게는 통하는 묘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결혼해주세요>가 이런 신파로 갈 줄을 누가 알았을까? 태호와 윤서영의 관계와 정임의 독립선언은 불륜이나 막장의 비난을 받긴 했지만 조금은 새롭기도 한 것이었다. 특히 정임의 독립선언은 일상적인 모습이 아닌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다. 이후 정임의 우유부단한 모습은 정임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오순옥의 자궁암 발병은 너무 진부한 설정이었다. 왜 애궂은 엄마 오순옥에게 이런 비극을 맞이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암에 걸린 엄마만큼 가슴 절절한 사연이 또 어디 있을까? 엄마 오순옥이 암에 걸리게 하고 눈물을 뿌리게 하는 이 신파의 진부한 에피소드가 참 절묘하긴 했다.

http://news.jkn.co.kr/article/news/20100826/5018222.htm

엄마 오순옥의 극적인 암 발병이 주위의 인간들을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지는 불을 보듯이 뻔하다. 벌써부터 태호는 빨래를 하고 음식을 한다고 부산을 떤다. 아내의 암 발병 소식을 안 김종대는 슬픈 모습을 하고서 잠시 친정에 간 아내 오순옥을 찾기 위해 시장, 찜질방을 헤매다니기도 한다. 이건 당연한 반응이고 변화이다. 하지만 너무 진부하지 않는가.  엄마의 비극이 남편이나 자식,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이건 우리의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진부한 일이 좀 더 신선하고 새로운 것을 원하는 드라마에서까지 일어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게 여겨진다. 이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새로운 방식을 원하는 것이다.


남편은 꼭 이렇게 아내의 비극을 통해서 변화해야만 할까? 이런 비극이 아니면 남편이 변화할 방식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태호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회학 교수라는 인간이 이제야 엄마의 자리를 이해한단 말인가? 이러한 아내와 엄마를 통한 남편과 아들의 변화는 정말 너무 식상하지 않는가? 또 오순옥의 인내와 희생을 정임의 독립선언과 이혼과 비교하여 생각해 보란 것일가? 아니면 이런 오순옥의 일생을 보면서 정임의 판단이나 행동이 너무 잘된 것이라는 것일까? 정말 헷갈릴 정도다.   



제작진은 분명 가족 드라마라는 한계를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남편 종대의 변화, 태호와 정임의 재결합, 자식과 부모의 소통이라는 변화를 기정 사실화하고 스토리를 전개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고 본다. 그러고 이런한 변화를 '엄마의 비극' 을 통해 일으나게 하는 것도 좋고 나쁨의 가치 판단을 내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식상하다. 진부하다. 너무 신파적이다. 왜 꼭 이런 비극(암)을 통해서만 변화를 가져오게 하려는지 모르겠다.


이런 변화라면 차라리 변화 시키지 않으면 어떨까? 그러다면 '시원한 감정' 은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역지사지의 '자기성찰' 같은 것을 일으나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니 말이다. 답답해서 하는 말이다. 갈등이나 소통의 부재를 해소하는 것은 드라마의 전개상 당연한 것이지만 너무 진부한 '엄마 오순옥의 비극' 을 선택한 것이 너무 식상해서 하는 말이다. 무슨 우리들의 엄마는 그리 큰 한을 맺어야 하는 존재인지 모르겠다. 21세기하고도 10년이 넘어가는 데 엄마의 한 맺힌 모습이라니, 그리고 암발병이라니!  


아무튼 이왕 오순옥이 암에 걸려버렸으니 건강하게 쾌유하기만을 빈다. 엄마의 비극이라는 자장이 정말 깊고 크기는 하겠지만, 정임의 태도가 일순간에 태호에게로 기울어진다거나 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지는 말았으면 한다. 엄마의 비극을 모든 문제의 열쇠로 삼지는 않았으면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