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갈등은 세상을 이끌어 가는 이치 같다. 갈등이 가져다 주는 비극과 그 비극 뒤의 슬픔하며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아물고 난 뒤 느끼는 체념과 달관, 그리고 언뜻 비치는 기쁨이나 즐거움, 그런게 꼭 삶의 굴곡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통이라는 말, 이해라는 말도 그런 굴곡 위에 그려진 음표 같다는 생각도. 그러니 어찌 현실을 반영하는 드라마가 갈등이 없으면 이야기 전개가 될 수 있을까. 현실과 마찬가지로 드라마의 갈등도 그런 갈등을 빚는 상황이나 등장인물이 있어야 한다. 드라마 <결혼해 주세요>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고 등장인물들이 티격태격 거린다. 그 해결까지의 과정이 숨이 차도록 우회적이고 길다. 인간의 마음 사이엔 고속도로가 없는 가 보다. 그러면 드라마가 되지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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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갈등들 중에 부모와 자식의 갈등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이 갈등의 관계에서 가장 눈여겨보게 되는 부분들 중에 하나가 부모의 마음이다. 특히 삼남매의 비정상적인(?) 결혼 문제에 직면해 있는 엄마 오순옥의 마음이다. 고두심씨가 열연하고 있는 이 오순옥이라는 엄마의 상은 정말 평범한 우리들의 엄마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정감이 간다.


오순옥은 정말이지 영락없는 엄마이다. 자식에 대한 그 정은 깊고도 넓다. 그 자신 젊은 시절엔 김종대에게 기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으며, 교수가 된 태호만을 편애하는 남편 김종대와는 달리 연호와 강호에게 사랑을 베풀고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을 보면 정말 영락없는 우리의 엄마이다. 특히 막내 강호에게 보이는 오순옥의 사랑은 퍽이나 인상 깊다. 강호는 참 부족한 자식이다. 사회에 내어 놓기에 정말 걱정스러운 자식이다. 그런데 그런 강호가 사고를 쳐서 다혜에게 혼전 임신을 시키고 결혼을 하니마니 상황에 직면해 있으니 엄마 오순옥의 그 심정은 어떠할까. 강호를 마치 자신의 잘못인냥 너른 가슴으로 감싸주는 오순옥의 마음은 영락없는 우리 엄마의 마음이다. 연호도 마찬가지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딸이 아이있는 홀아비와 결혼을 하겠다니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30회에서는 그런 딸 연호를 안고 울음을 운다. 참 서글프게 운다. 딸을 가슴에 품는 엄마의 마음이다. 며느리 정임에게 보이는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결혼해 주세요>에 이런 엄마가 있다는 사실은 퍽이나 다행스럽다. 이런 엄마가 중심을 잡고 있기에 갈등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이 마냥 불편하지 만은 않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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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의 모든 관계의 중심에 엄마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인간들이 엄마의 자식들이다. 엄마의 정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 모든 갈등은 다 사라지지 않을까도 싶은데 허황된 생각일까. 아무튼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은 좋은 인간을 만들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지 싶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순옥의 다른 한 편에 서인숙이 있다. 그녀도 엄마이고 다혜를 사랑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결코 좋은 엄마이지는 않다. 자기 허영과 과시가 심하다. 다혜에 대한 사랑이 왜곡되고 뒤틀려 있다.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그녀 자신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부모와 자식이라는 상대적인 관계를 놓고 볼 때는 다혜에게 바람직 한 엄마상은 아니라고 본다. 이런 그녀가 의사라는 것도 괜히 불만스럽다. 엄마라는 그 신성한 이름이 세상의 갈등들을 잉태하는 것도 같아서 말이다. 좋은 엄마만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말이다.


복잡다단한 세상에 대해 엄마의 역할 타령만을 한 것 같아 송구스럽긴 하지만 드라마의 오순옥을 보며 해본 생각이려니 하고 이해주시기 바란다. 아빠도 있고, 고모도 있고, 삼촌도 있고, 형제자매도 있는데 하고 불만이 있겠지만 오숙옥 여사가 그저 두드러져 보여서 한 넋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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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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