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준이 서태조란 가명으로 팔봉 빵집으로 들어온 동기는 순전히 자신의 아버지 구일중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이것은 참 불순한 동기입니다. 팔봉 선생의 인증서를 구일중으로부터 관심과 인정을 받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빵을 만드는 장인정신과는 거리가 먼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팔봉선생과 봉빵을 구일중의 인정을 받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순한 동기이다 보니 2차 경합에서 실패한 것이 참을 수 없는 것입니다. 구일중의 인정을 받을 수 없게 되니 말입니다.




따라서 2차 경합에서 자신을 탈락시킨 팔봉 선생은 구일중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을 방해하는 늙은이에 불과하게 되는 것입니다. 항상 탁구를 거지새끼 취급하는 그런 태도와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팔봉 선생마저도 진정한 스승으로 여기기보다는 자신의 욕심을 이루려는 수단으로 간주한 것이기에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2차 경합을 통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은 장인이 갖추어야 할 자질과는 거리가 멉니다. 장인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기술을 이용하는 마음 자세도 중요한 것입니다. 경합과 관계없이 구마준은 이러한 장인정신에 대해서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마준은 경합에 참가할 만한 자격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셈입니다.  


2차 경합을 전후로 구마준은 춘배(춘배는 팔봉과는 호형호제의 관계로 봉빵을 만드는 데 발효점을 찾는 결정적인 공헌을 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후 빵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로 갈라서게 됩니다. 이 가치관의 차이라는 것은 인공 발효물을 섞어서는 안된다는 팔봉의 의견과는 달리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인공 발효물질을 섞어 빵을 빨리 대량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춘배의 가치관의 차이를 뜻합니다)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는데요, 이 '운명적'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구마준이 완전히 악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구마준은 어느 정도 동정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주저하고 망설이고 흔들리는 모습, 즉 양심의 반경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춘배와의 만남을 통해 완전히 다른 성격의 인간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춘배와의 만나 거래를 하는 하는 구마준의 모습은 영락없는 악한의 모습입니다. 결국 구마준은 팔봉 선생을 떠납니다. 아니 버볐다고 하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경합에 탈락한 구마준에게 팔봉 선생은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는 것이지요. 팔봉 선생은 누구보다도 구마준을 이해하고 배려했습니다. 빵 기술도 중요하지만 팔봉 선생이 보여준 인간적인 모습이 더욱 가치가 있었습니다. 경합을 통해서 단순한 제빵 기술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들을 스스로 깨닫게도 했습니다. 팔봉 선생뿐 아니라 팔봉가의 사람들이 다 인간적으로 구마준을 대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구마준은 팔봉선생의 은혜를 배신으로 되갚았습니다.


팔봉 선생은 구일중의 스승입니다. 팔봉선생을 배신하고 떠났다는 것은 구마준이 구일중으로부터 인정받기 또한 포기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구일중의 인정을 포기한다는 것은 구마준에게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즉, 구마준은 팔봉 선생, 구일중, 김탁구를 떠나서 그 대척점에 있는 춘배를 선택한 것이기에 전혀 이질적인 삶을 살아가리라 추측되니다.


이것을 좀 도식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구마준은 필봉선생의 계보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또한 구일중의 후보계 자리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구마준의 선택은 서인숙과 한승재에게도 치명적인 것이 될 것입니다. 마준을 위해 지금까지 나쁜 일들을 행해왔는데 마준이 거성식품의 후계 자리를 떠난다는 것은 삶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듯한 치명적인 충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아무튼 구마준이 팔봉가를 떠나 춘배와 한 배를 탔다는 것은 팔봉의 계보와 구일중의 거성식품 후계자리도 거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일중으로부터 인정을 받기위해서는 팔봉 선생의 인증이 필요한데 그것을 포기했으니까 말입니다. 제빵에 관한한 이제 구마준은 춘배와 같은 아웃사이드의 존재가 될 가능성이 무척 커졌습니다.


 

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