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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구미호 여우누이뎐

여우누이뎐, 만신은 구산댁을 사랑한다?



만신이 인간이 아닌 것은 이미 밝혀졌다. 구산댁이 구미호로 변신할 때 보여주는 모습을 만신 또한 보여주기 때문이다. 박수무당이라고만 알았던 만신이 인간이 아닌 것은 분명해졌다. 윤두수와 양부인을 도와주고 있지만 은혜를 칼로 갚는 윤두수에 의해 참 많이 실망을 한 듯하다. 그가 현감의 편에 선 것도, 구산댁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듯한 모습도 그렇다. 죽은 자신의 모습을 통해 윤두수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구산댁에게 무기력하게 당한 것도 그렇다. 보기와는 달리 만신이 육체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머리만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구산댁에게 그렇게 당하리라고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특히 14회에서 양부인을 만나 보여주는 만신의 태도는 체념적인 모습이 배어나고 있다. 이런 만신의 모습과는 달리 양부인의 모습은 인간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양부인이 요괴인지 만신이 요괴인지 그 경계도 애매한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런 양부인에게 반응하는 만신은 영락없는 무기력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좀 과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장면은 마치 인간의 살기와 이에 놀란 요괴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만신은 왜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양부인의 비방 요구에 마지못해 응해주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까? 필자가 짐작컨대 이미 앞서도 언급했듯이 인간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속된 말로, 자신은 기를 다해서 온갖 비방을 주는데 윤두수는 연이를 죽이고 간을 빼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을 죽이려고 하니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지를 뒤늦게 깨달았을지 모른다.



이렇게 인간에 대한 실망은 구산댁에 대한 동정으로 향하지 않을까? 아무리 잔인하고 무서운 만신이지만 인간에게 외면받고 이용당하는 구산댁에게서 자신과 어떤 동질감을 느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만신도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만신의 정체에 대해서 많은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필자도 만신의 정체에 너무 궁금해서 포스트를 쓴 적이 있다(여우누이뎐, 만신의 정체는 구산댁의 오빠?) 좀 황당한 추측이기는 하지만 만신이 구산댁의 오빠가 아닐까 언급했다. 오빠가 아니더라도 만신은 인간이 아니긴 마찬가지이다. 만신이 여우이던 아니면 다른 동물이나 요괴이던 인간이 아닌 처지는 같다는 말이다. 만신은 '왜 자신과 연이를 이렇게 괴롭히냐' 는 구산댁의 말에 정확치는 않지만 아직도 모르겠는냐? 너희가 왜 그렇게 핍박과 고통을 받는지. 진정 모르겠는냐? 너희는 다르다. 너와 네 새끼는 인간과 다르다. 그게 이유이니라.' 고 말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말은 결국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하다. 만신 또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신이 구산댁과 연이를 죽이고자 하는 이유를 말한 것이기라 하기에는 자기 처지를 무시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자신도 인간이 아닌 처지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결국 자기 연민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구산댁과 연이에 대한 연민이나 마찬가지이다.



어쩔 수 없는 속사정 때문에 만신이 구산댁과 연이를 죽여야만 하는지는 몰라도 만신의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는 인간에 대한 실망과 구산댁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싹트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이성적인 차원은 아니더라도 구산댁을 사랑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비록 인간이 아닌 구미호이지만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으로만 여겨지는 구산댁과 마찬가지로 만신에게도 인간이 아니라서 슬픈 그런 모습이 느껴진다. 만신과 구산댁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만신과 구산댁의 관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무척이나 흥미를 자아낸다. 만신이 구산댁을 도와주면 좋겠다.


첫번째 이미지  http://newslink.media.daum.net/news/20100817081617141
두번째 이미지  KBS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