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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선덕여왕

선덕여왕, 신라의 의복은 왜 중국적인 것과 구별하기 힘들까?


 

선덕여왕, 신라의 의복은 왜 중국적인 것과 구별하기 힘들까?


드라마 <선덕여왕> 포스터와 중국영화 <왕후화>의 한 장면


드라마 <선덕여왕>을 미국인들이 본다고 하면 그 문화적인 특징을 어떻게 설명할까? 생각컨대, 중국적이라거나 일본적이다라고 말하지 않을까? 그런데 서구인들이 일본의 사무라이 영화를 본다면 그 차이를 분명히 알고 일본적인 것이라 설명할 것이다. 의복에 있어 시각적인 차이가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선덕여왕>에 등장하는 신라의 의복도 분명 신라적인 측면이 있고 문화적인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시각적인 차이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일본은 우리와 다르고 중국과 다를까?

이렇게 질문을 하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대륙과 섬의 차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일본은 섬이니 그 문화가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티벳은 중국과 왜 그토록 다르며, 중국과 이웃해 있는 베트남은 또 어떤가? 태국은? 몽고는? 그들 나름대로의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을까? 베트남적, 태국적이란 말이 가능한 것은 왜일까? 그러나 신라의 의복을 보면 신라적, 더 나아가 한국적인 특징을 전혀 갖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이르면 왜 우리는 중국적인 것과 잘 구별을 할 수 없는지 너무나도 궁금해진다. 왜 우리는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신라적인 의복의 독자성을 갖지 못하는 것일까?



드라마 <선덕여왕>의 진평왕과 진시 황제


항상 생기는 의문이라 이렇게 새롭게 질문해 보자, 왜 우리나라만 유독 중국과 그토록 흡사할까? 사실 우리나라는 몽고의 지배를 100년간을 받았다. 언어도 우랄 알타이계이고, 인종도 몽고족이다. 중국의 한족과는 다르다. 그런데 의복에 관한한 왜 베트남이 갖는 독자성, 몽고가 갖는 독자성을 가지지 못하는가?

무엇보다도, 대륙의 위세에 너무 눌릴 수밖에 없는 처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약소국의 설움 같은 것 말이다. 한반도의 유구한 5,000년 역사에서 중국의 그림자 속을 벗어난 적이 있었던가? 고조선의 한사군 설치가 그렇다. 몽고 백년의 지배도 따지고 보면 몽고의 지배라기보다는 중국의 지배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을 정복하고 쿠빌라이 칸이 세운 원(元)나라는 몽고의 중국화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유목민인 몽고가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농경 문화로 정착했다는 말과 다름이 아니다. 원나라 자체가 몽고가 중국식으로 통치한 몽고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원나라가 멸망한 것이라기보다 지배층의 교체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생각이다. 생각은 사상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발원한 불교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이후 조선 500백년을 관통해서 유교라는 사상에 너무나 오래 동안 지배당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36년간의 친일의 사고에는 그토록 거부감을 보이면서도 수백년 동안 우리를 지배해온 중국의 유교 사상에 대해서는 호의를 베푼다. 아무튼 우리의 생각이 중국적인 것에 너무 묶여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덕만공주와 한나라 초선의 그림


신라의 의복이란 측면으로 생각을 축소해 보더라도 중국에서 전해진 불교의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물론 이 불교가 세속 종교와 결합해 샤머니즘이라는 민간 신앙으로 나타나 독특한 문화를 낳지만 의복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 아무튼 선덕여왕은 아시아권에서도 중국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상당한 오해의 여지가 있다. 그것은 의복이 중국적이라는 데 가장 큰 이유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시각적인 것이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신라적인 것, 그리고 신라적이라면 한국적이라고 여겨지는 그러한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 하물며 아시아권, 아니 필자에게도 이러한데, 서구인들에게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드라마 <선덕여왕>은 미국등 서구 국가에 수출할 때 이러한 문제가 약점으로 등장하리라 는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의 한복을 선덕여왕에서 선보일 수도 없고 말이다. 이제 남은 부분에서라도 신라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신중하게 살펴보고 그러한 것들을 좀 더 드러낼 수 있으면 좋겠다. 만약 선덕여왕이 외국으로 수출된다면, 드라마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에 신라적인 것, 더 나아가 한국적인 것을 담는 것도 중요하리라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음식이나 생활방식, 가옥 등등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신라적인 것을 찾아 보여준다 하더라도 어떻게 그 차이를 발견하고 한국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필자의 숙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