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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선덕여왕

선덕여왕, 비담은 왜 부채를 들고 있을까?


 

선덕여왕, 비담은 왜 부채를 들고 있을까?

이미지 출처 http://blog.daum.net/leeprs/7779216


선덕여왕의 비담과 미생, 그리고 죽방은 부채를 들고 있다. 왜 유독 그들은 부채를 들고 있을까? 그저 장식용일까? 아니면 어떤 심오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드라마의 장식적인 요소로 사용한 것일까? 부채의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필자이고 보니 이런 의문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참 조심스럽다. 역사 문헌상에 명확한 기록이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글은 떠오른 의문에 대한 필자의 사견임을 미리 밝혀 둔다.

우선, 비담과 미생, 그리고 죽방이 가지고 있는 부채는 어떤 부채이며 부채의 가치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알아보아야 할 것 같다. 화면으로 보아서는 정확치는 않지만 새의 깃털처럼 보인다. 중국의 경우 <고금주(古今注)>에 부채를 만든 것은 순(舜)임금이며, 은대에는 꿩깃으로 만든 치미선이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고 한다. 김부식이 인종23년(1145년) 삼국의 흥망과 변천에 대해 쓴 <삼국사기>에 공작 선(선[扇]은 새의 깃털을 형상한 것으로 부채의 의미이다)같은 화려한 부채가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고려 이전에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것으로 추측된다.

이미지 출처 http://umioyumemiru.tistory.com/507


이 부채는 다시 우리나라를 통해 일본으로 전해졌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으로 전해진 부채가 쥘부채(접는 부채)로 재탄생하여 역수출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부채와 관련해서는 재미나는 사실이 있다. 일본 부채가 공급 과잉으로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막히자 일본의 부채 장사들은 칼로 양민들을 협박하여 파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부채 상인들이 약탈자로 변한 것이 그 악명 높은 왜구의 시초였다는 일본 학자의 증언이 있다고 한다.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부채는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된 것과 함께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것으로 변형된 부채로 탄생했을 것이다. 부채뿐이기만 하겠는가.

이와 관련해서 드라마 <선덕여왕>을 볼 때마다 항상 떠오르는 생각이지만, 만약 이 드라마 <선덕여왕>을 미국인들이 보게 된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드라마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우리와는 달리 일본과의 구별도 어렵지 않을까? 심지어 필자 자신도 선덕여왕의 의복을 비롯한 많은 부분들이 중국의 것들과 구별하기 힘들다. 아니 구별하지 못하겠다. 이것은 많은 부분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으로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부채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이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부채가 우리나라에 전해졌으니 우리의 독창적인 산물이 아니다. 이집트의 경우 기원전 14세기경에야 투탕카멘의 왕묘에서 부채가 출토되었다고 하니 진왕조 이전 오제의 시기인 기원전 2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중국이 문헌상 부채의 최초 기원지가 아닐까 추측된다.

 http://kr.news.yahoo.com/servi



<삼국사기>나<고금주>로 판단해 볼 때 미생과 비담, 그리고 죽방이 가지고 있는 부채는 공작이나 꿩 같은 새의 깃털일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 남북조시대(대략 220~580)에는 예술품으로 널리 보급되었다고 하니 선덕여왕의 시대(? ~647)에는 이 부채가 원래의 목적이 아닌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서구에서 '팬(fan)' 이라는 영어 단어는 라틴어 'vannus'에서 나온 것으로, 곡식에서 돌과 먼지를 가려내기 위해 바람을 일으킨 일종의 키였다. 이것이 바람을 불어 시원하게 하는 부채로 변형 발전되었을 가능이 크다. 중국도 그 예외가 아닐 것이다. 부채를 의미하는 한자 선(扇)이 새의 날개에서 유래한 것을 보면 바람을 일으키는 것에서 시작했을 것이라 추측된다. 이것이 점차 예술적인 작품이나 장식품 그외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생과 비담, 그리고 죽방이 가지고 있는 치미선이나 공작선도 일종의 운치나 풍모를 드러내는 장식품일 가능성이 크진다. 어떤 특정한 신분에 걸맞는 것이라기 보다는 예술적 취향이나 멋스러움을 강조하는 것이긴 하지만 부채의 이미지가 대체로 부드럽고 보면 예술이나 장식품과 같은 호사적인 기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김유신이나 알천랑과 같은 무장인 경우는 유연한 부채의 이미지와는 걸맞지 않다. 김유신이 부채를 들고 있는 장면을 한 번 상상해 보라. 부채는 강인한 무와 힘의 세계와는 거리가 먼 반면에 호사적인 취향과 지략에 밝은 미생, 지략과 역모를 꿈구는 비담, 지략과 재기 넘치는 죽방에게는 지적인 풍모와 신비스러움을 제공하는 부채가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삼국지>에서 지략가 제갈공명이 가지고 있던 치미선을 떠올려 보면 된다. 이처럼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이미지의 효과를 위해서도 미생, 비담, 죽방에게 취미선이나 공작선을 들고 있게 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특히 비담의 지략과 역모 이미지에 치미선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