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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선덕여왕

선덕여왕, 연기력 대결 이요원 vs 고현정



선덕여왕, 이요원 vs 고현정

http://sports.chosun.com/news/ntype2.htm?ut=1&name=/news/entertainment/200911/20091118/9br77134.htm


선덕여왕의 두 주인공 덕만공주와 미실 역을 맡은 이요원과 고현정의 연기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서로 상반된 견해들이 주를 이룬다. 미실을 연기한 고현정에게는 대단한 찬사를 보내는 반면, 선덕여왕 이요원에 대해서는 연기력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가 과연 객관적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앞선다. 왜냐하면 맡겨진 배역의 성격에 따라 연기의 성격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연기를 의도적으로 제약할 수도 있다. 연기는 그 연기가 행해지는 공간과 시간의 틀을 깰 정도로 폭발적일 수도 있고, 그 틀에 의도적으로 순종하는 단순한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을 단순히 연기 외적인 요인들을 배제해 버리고 연기만을 평면적으로 놓고 본다면 1차원적인 시각이 될 수밖에 없다. 대개가 이런 식이다. 예를 들면, 햄릿의 우유부단한 연기가 현실의 우유부단함과 동일시된다면 그것은 대단히 자연스럽다고 할 수는 있지만 드라마적인 과장과 긴장이 넘치는, 그야말로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한 <정무문>의 이소룡이 뛰어난 무술로 연기를 펼쳤다고 해서 반드시 멋지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즉 배역의 성격에 따라 연기의 성격도 달라지는 것이다.

미실이라는 인물의 성격과 덕만이라는 인물의 성격은 다르다. 미실이 늙은 여우에 해당한다면, 덕만은 어린 호랑이라 할 수 있다. 늙은 여우의 연기와 어린 호랑이의 연기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늙은 여우가 음흉하고 기묘한 표정에 능수능란하다면 어린 호랑이는 여전히 세상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지우지 못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흰비님(White Rain님)께서 댓글을 통해 좋은 견해를 주셨다. 이미 권력에 안주해 있는 늙은 여우 미실과 새롭게 시작하여 성장하는 어린 호랑이 덕만공주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능글맞음과 순진함이라고 할 수 있다. 능글맞은 성격을 연기해야 하는 고현정에게 그 연기력이 탁월하다고 찬사를 보내는 것처럼 순진함을 연기해야 하는 이요원에게도 같은 찬사를 보내주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드라마고 원맨쇼인 드라마는 없는 것이다.

http://star.mt.co.kr/view/stview.php?no=2009100709302995868&outlink=2&SVEC

미실이 선덕여왕을 살린다는 주장이 있다면 이것은 너무나도 터무니없다. 그것은 오케스트라와도 같은 드라마를 모욕하는 처사와 같다. 역을 실감나게 연기했다는 것과 그 드라마를 살렸다는 것은 그 표현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다. 죽방이나 염종, 칠숙같은 등장인물들도 연기력이라고 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들의 연기가 배역의 영혼이 깃든 연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선덕여왕을 살렸다고 말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주장이 될 것이다. 미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단지 그 등장 빈도와 시간이 많고 길었기 때문이며, 그 역의 극중 비중이 높다는 차이 뿐이다. 고현정은 단지 미실을 열연했고 그것에 찬사를 보낼 수는 있다. 만약 고현정과 <양들의 침묵>의 헥터 박사나 <지옥의 묵시록>의 월터 커츠 대령을 비교할 수 있을까? 헥터의 표정연기에 비해 고현정의 표정 연기는 초라하고 형편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이것은 평면적인 비교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 극에서의 등장인물의 성격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언급했다. 극중 열연에 대해 개별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이 타당한 이유이다. 고현정은 고현정대로, 이요원은 이요원대로 말이다.

사실 미실에게는 개인적으로 불만이 있다. 세월을 초월해 버린 밋밋한 외모 때문이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제쳐두고 미실로 한정해 볼 때 당대의 인물들과 너무 불균형을 이루었다. 신비감을 자아내기는 했지만 사실감이 떨어지고 인물의 변화에 깃들어 입체감을 자아내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배제되었다. 미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는 생각에는 미실의 모습에서 세월의 변화가 없는 사실에서도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미실의 모습에 세월의 변화가 조금씩 덧붙여졌다면 더욱 더 인상적인 여러모로 입체적인 인물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을 가능하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제작자들이 드라마 외적인 부분들을 의도적으로 고려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고현정의 표정 연기가 압권이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카메라, 분장, 의상 등이 그런 표정연기를 두드러지게 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죽방, 염종, 비담, 칠숙등의 연기는 감칠맛이 났다. 만약 그들이 좀 더 비중있는 인물로 미실처럼 화면을 장악하는 정도였다면 그들의 찬사는 대단할 것이다. 그런 것이다. 표정 연기가 주가 되었던 고현정에서 카메라의 컷은 그녀의 연기에 대단히 효과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고현정은 카메라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좀 속된 말로 얼굴 마담 같았다. 대체로 앉아서 얼굴만 클로즈업되는 역할에서 그 표정 연기력이 너무 과장되게 평가된 듯한 느낌을 뿌리칠수 없다.  

드라마 <선덕여왕>은 잘 만들어진 드라마이다.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이다. 그 재미는 모든 배우들의 노력과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의 결정체이다. 어느 한 사람만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킬 만큼 연기력의 결정적인 차이도 없었다. 조금씩은 부족한 점들이 있고 아쉬운 점들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완벽할 수 있을까?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로써 이런 재미를 만들어 주는 관계된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도 너무 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