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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선덕여왕

이제 미실에게 작별을 고해야 하나?



이제 미실에게 작별을 고해야 하나?




이제 미실에게 작별을 고할 시간이 다가오는 모양이다. <선덕여왕> 재방송을 따라가며 나는 이제서야 48회을 보았다. 미실이 활을 겨누고 덕만이 두 팔을 벌려 미실에게 맞서는 장면으로 끝나는 48회는 극의 분기점이 되는 장면이기도 했다. 패자와 승자의 분기점. 미실의 정변이 실패하고 미실의 최후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비록 극중에서이지만 미실이 대단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지금으로 치면 군사 집단과 그 추종집단이 형성한 권력욕에 어두운 집단의 수장이지만 그래도 미실은 오늘날 독재자들과는 다른 품위가 느껴진다. 언제나 대의를 따랐고 자신이 한 약속은 항상 지키는 신의와 신뢰를 가진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극중에서도 화랑의 입을 통해 미실의 인품과 자질이 신뢰할 수 있었음을 전하고 있다. 이 믿음과 신뢰가 48회로 이어지는 미실의 정변으로 완전히 무너지긴 하지만 말이다. 미실이 망가졌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실의 운명에 대해서 알 수는 없다. 자살을  한다는 말이 있지만 확인할 수 없다. 만약 제작자가 미실과 아쉬운 작별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다면 미실의 추락을 좀 더 세부적으로 그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된다면 미실은 49회에서 당장 작별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미실이 어떻게 <선덕여왕>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지 참 흥미진진하다.



48회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인 12.12 쿠테타였다.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오버랩이 되었다. 미실의 모습이나 그녀 주위의 음모의 세력들이 12.12 쿠테타의 주역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특히 진평왕이 당시의 무기력했던 최규하 대통령을 연상시켰다. 쿠테타 세력에 의해서 허수아비로 전락하면서 대통령이라는 허울만 가졌던 불운의 대통령 최규하. 그러한 자리에 있었다면 누구도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서슬 퍼른 군부 쿠테타 세력의 살기는 그야말로 잔혹했기에 말이다. 그러나 진평왕을 잇는 선덕이나 춘추를 보면서 새로운 세력을 보았다.


이런 점에서 다시 12.12 쿠테타를 잠시 생각해 보면  당시 우리에게도 선덕이나 춘추같은 세력이 있었다. 바로 김대중과 김영삼이었다. 이들이 만약 덕만과 춘추가 화합했듯이 서로 화합할 수만 있었다만 구테타 세력은 전두환에서 종결을 보았을 것이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좀 더 일직 꽃피웠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양김씨는 대통령 단일화를 실패하면서 쿠테타 세력이 재집권하고 말았던 것이다. 참 감회가 새롭다. 권력욕이란 정말 무서운 것이다. 민주화를 위해 죽음을 무릅써고 투쟁한 양김씨가 권력을 위해 민주화를 후퇴시켜 버린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역사가 무엇으로 기록할지 두고 볼 일이다.

극중에서 미실에게 작별을 고해야 하는 순간은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이다. 극의 전개상으로도 그렇고, 고현정의 연기력으로도 그렇다. 선덕여왕의 인기는 미실, 즉 고현정의 연기력에 힘 입은 바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을 위한 미련과 내용에 대한 미련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드라마를 위한 미련은 정말 아쉽지만 극의 내용상으로 볼 때는 미실은 잔인하게 사라져 주어야 하는 것이다. 드라마가 역사적인 교훈, 즉 역사를 통해 무언가 의미있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또한 역사로 부터 무언가를 배우도록 하고 싶다면 미실은 잔인하게 죽으면 죽을 수록 좋다. 만약 미실이 살아남아 다시 권력 집단을 형성하려고 한다거나, 심지어 자신이 권력을 재차 잡으려고  하려 한다면, 그러한 시도가 잔인한 종말로 끝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으면 한다. 드라마이기에 이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렇게 하려면 선덕여왕은 더욱 더 늘어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드라마와는 달리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아직 미실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구차하게 삶을 이어가리라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우리의 현실에서는 수천억의 벌금형을 받고도 전재산이 단돈 29만원이라고 하며 구차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12.12 쿠테타 주역중에 주역이다. 미실이 현대의 독재자들과는 달리 실패한 정변가 탓에 몰락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지만 성공했더라면 존경받는 여왕의 자라에도 오를 수 있지 않았을까 여겨질 정도다.

만약 미실이 정변에 성공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상이지만 이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역사적인 가장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48회를 보면서 생각한 것들을 두서 없이 떠올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