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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티코를 타는 행복



페루에는 한 때 우리나라의 국민차였다가 이제는 단종이 된 티코가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 페루 제 2의 도시인 아레끼바(Arequipa)에는 경차 택시의 90% 이상이 티코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수입한 중고 티코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읽으면서 흐뭇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페루는 우리보다 가난한 국가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런 국가의 국민들이 티코를 탄다고 하니 그거 당연한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 것입니다.

대체로 경제적인 능력으로 부자와 빈자를 구분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중고 티코는 별 쓸모도 없는 차입니다. 만약 중고 티코를 타고 다닌다면 검소하고 자연친화적이며 실용적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사회적인 지위가 낫다거나, 경제적인 능력이 없다거나 하는 식의 좋지 않은 생각을 하기가 일반적입니다. 이전의 포스트 경차 모는 남자가 민망하다? 를 그 예의 일부에 불과합니다.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생각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큰 것, 많은 것, 좋은 것을 선호하는 것이 추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좁은 땅덩어리에도 불구하고 큰 차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차가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사용 수단이라기 보다 어느 정도의 자기 과시가 작용합니다. 또한 남들이 그러니 나도 그 쯤은 되야 하지 않는가는 허세도 작용합니다.

이러한 과시나 허세는 자동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남보다 잘나야 된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팽배해 있어 어린 시절의 조기 교육을 비롯한 사교육은 그야말로 쓸데없는 거품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교육 열풍은 평생 동안 대를 물려 이어지는 고질적인 우리사회의 병폐가 되고 있습니다. 사교육 시장은 이제 세계로 확대되어 기러기 아빠들이 양산되고 자녀들의 교육에 부모들이 목을 매다는 형국으로 까지 치닫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상적인 삶의 모습인지 진지하게 물어 보야 합니다. 이러한 사교육은 결국 우리사회의 학벌주의를 더욱 강화 시키면서 다양한 사고, 창조적인 능력을 막는 학벌 지상주의를 낳고 있습니다. 무조건 학벌이 좋아야 대접받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는 너무나 스트레스를 많이 만들어 내는 사회입니다. 지나친 경쟁과 이에 다른 학벌주의 만연이 개인의 전 일생에 엄청난 스트레스와 불행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결코 행복한 사회라고 할 수 없으며 행복한 개인들의 삶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불이 되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다. 끊임없이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고 좋은 학벌을 얻기 위해 남보다 경제적으로 더 많이 퍼부어야 하는 현실이라면 아무리 소득이 높아져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다. 과장되게 말하면 국가적인 재앙입니다.  

중고 티코를 즐겨 타는 페루에서 교훈을 얻습니다. 허세가 없어 좋습니다. 과시가 없어 좋습니다. 넉넉허게 살아가는 모습이 좋습니다. 어디 행복이 물질에서만 있겠습니까? 학벌에서만 있겠습니다.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지 못해도, 학벌이 낫아도 천천히 여유있게 작고 허름한 티코를 타고 다니는 페루인들의 삶이야 말로 행복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생각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