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의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구일중의 탁구에 대한 집착은 그야말로 기형적으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어떻게 그를 수가 있나 구일중을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론적이지만 구일중은 단순히 탁구에게 집착해온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의지해 왔다고 하는 편이 맞습니다. 구일중의 마음 속 상처는 어느 누구보다도 컸습니다. 출생의 비밀과 할머니 홍여사의 죽음을 목격한 마준 못지 않게 구일중의 마음 속 트라마우도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그기다 뇌출혈을 일으켜 몸도 자유롭지 않게 되겠습니다.

KBS 드라마 캡처

구일중이 자신의 아내 서인숙과 한승재가 불륜을 저질렀단 사실 정도는 자신이 미순과 저지른 불륜을 생각하면서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참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서인숙이 그토록 탁구를 멸시하고 천대했지만 구일중은 마준을 내치지 않았습니다. 마준은 탁구만을 애정으로 감싸는 구일중 때문에 많이 비뚤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미 다른 포스트에서도 언급했지만 구일중이 이 사실을 자세하게 눈치 챈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은 소통의 부재라기 보다는 소통의 어긋남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따라서 구일중에게 마준의 비뚤어진 인간성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입장을 바꾸어서 어느 누구도 아버지의 존재인 구일중을 이해하려고 한 인간들이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바다위에서 부유하는 섬 같은 존재였습니다.

KBS 드라마 캡처


드라마 상에서 구일중 만큼 답답한 인물도 없습니다. 바보 같은 인물도 없습니다. 김탁구의 바보같은 성격은 구일중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정말이지 구일중은 바보같은 존재였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이란 죄다 혼자서 삭여야만 하는 것들이었으니까요? 아무리 거성의 회장이면 뭐합니까? 십수년 동안 마치 암덩어리처럼 비밀을 안고 살아왔으니 구일중은 정말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젊은 패기의 구마준의 삶과 사랑에 대한 몸부림처럼 그렇게 발버둥 칠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마준이처럼 그 마음의 상처가 부각되지는 않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대문이구요. 클럽을 전전하며 여자들과 타락을 일삼는 그런 마준의 모습을 보여줄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구 말이지요. 구일중에게는 거성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과 가정과 우정을 지키려는 책임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마준처럼 무책임하게 자신의 신세만을 한탄할 수 있는 그런 입장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차라리 일중이 마준처럼 술이라도 마시고 취기에 소동이라도 부리는 모습을 보았더라면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


오직 구일중에게는 탁구만이 있었습니다. 구일중의 옆에는 믿을 만한 인간들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직 탁구만이 있었습니다. 회장님, 회장님 하며 따르는 그 탁구 말입니다. 어린 시절 마준은 얼마나 이기적이고 배려심이 없으며 자기 중심적이었습니까? 그 애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에 구일중은 몸서리쳤을 것입니다. 일중에게 탁구의 존재는 후계 문제만이 아니라 탁구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위로 받고, 심지어 치유받아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일중에게 탁구는 참 의미있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이전의 글 수정하여 다시 올립니다 

 

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