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회는 가수로 상승하는 정임과 여전히 정임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태호를 그리고 있습니다. 정임도 여전히 태호에게 미련이 남아있는 듯합니다. 참 못마땅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7년 동안이나 부부라는 인연으로 함께 살았으니 그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정임의 마음도 조금씩 태호와는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정임의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태호의 모습이나 태호에게 미련이 남아있는 듯한 정임의 모습이나 다 이들의 관계 단절을 재촉하기 위한 전조가 아닌가도 싶구요.
 



태호-정임 부부가 7년 동안이나 함께 살아왔고, 그들의 이혼의 원인이 태호와 윤서영과의 불륜이긴 하지만, 사실상 가장 큰 원인은 소통의 부재였습니다. 물론 소통의 부재에 가장 큰 책임은 태호였습니다. 태호는 이기심, 아내의 존재에 대한 무시, 지나친 자존심 등을 가진 남편이었습니다. 정임이 참지 못한 것도 바로 이런 특성들로 똘똘 뭉친 태호의 모습이었구요. 따라서 시청자들은 만약 태호가 전반적으로 자기 성찰을 하면서 진정으로 정임에 대한 태도가 바뀐다면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되어야 하느냐에 대해 상당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런 관심이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추동력이 되고 있구요.


그런데 우려스러운 점은 미지근한 재결합입니다. ‘미지근한 재결합’ 이란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좋은 게 좋다는 식의 결합‘ 을 의미합니다. 만약 이렇게 정임과 태호가 재결합이 된다면 애당초 정임의 독립선언이나 별거, 특히 이혼이 불필요한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런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고서도 갈등의 적당한 해소가 가능해지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재결합의 가장 근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은 태호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입니다. 태호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재결합을 하는 것은 ’미지근한 재결합‘ 에 불과한 것입니다.


한 인간의 근본적인 변화는 짧은 시간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짧은 시간에 일어날 수는 있지만 상대가 받아들일 만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구요. 이 드라마가 얼마나 긴 시간 폭으로 진행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이 드라마가 끝나는 시간이 지금의 시점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시간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길게 가도 강호-다해 부부가 아이를 낳고, 연호- 경훈의 결혼 후의 모습에서 그리 멀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태호와 정임의 재결합은 그 정도의 시간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입니다. 재결합을 하는 것이 감정적인 만족은 줄지 모르겠지만 드라마의 극적 전개상으로는 재결합은 넌센스처럼 보입니다. 이 점과 관련해서는 필자가 이전에 쓴 포스트의 일부를 인용합니다.



이미지캡처:KBS 드라마 포토 갤러리





“42회에서 태호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한 정임의 모습이 나타나는데요, 이거 정말 이래선 안됩니다. 아마도 태호와 재결합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한데 가족드라마라고 해서 이런 식의 판에 박힌 듯한 스토리 전개는 시청자들을 너무 식상하게 만들 것입니다. 남편에게 다시 돌아가야 행복해 진다는 것 밖에 안되는 것입니다. 상처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식상한 방식으로 아물게만 한다면 매력이 떨어집니다. 교수와 가수라는 각기 다른 세계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이구요, 정임이 현욱과 결합하는 것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정임의 가수로서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정임과 함께 변해가는 태호의 모습을 보여주는 오픈 결말로 마무리 하는 것도 좋겠구요. 태호와의 관계는 그렇게 변해가는 모습으로 여운 정도만을 남기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태호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재결합은 참 위험한 것입니다. 재결합을 한다면 정말 너무 생뚱맞은 것입니다.”


생뚱맞다는 표현에는 동의하지 못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드라마를 식상하게 만든다는 말에는 다소 동의를 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 라는 영화가 있었는데요, 별거 한 남편이 여장을 하고 아내의 집 가정부로 들어와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변해가는 남편의 모습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내와 남편이 서로 화해의 지점까지 나아가고, 아버지와 아이들이 이해의 폭을 넓혀가면서 다시 가족을 이루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나갈만 합니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은 쉽게 재결합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열린 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다시 재결합을 했다면 감정적으로는 만족스러웠을 것이지만 그 의미의 울림은 작았을 것입니다.


태호와 정임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재결합을 원하는 시청자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재결합은 태호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변화를 보려면 이 드라마는 그야말로 엄청나게 늘어져야만 할 것입니다. 속속들이 그런 것들을 다 보는 것도 좋겠지만 재결합의 기대와 함께 오픈 결말로 끝나게 된다면 상상의 여지는 더욱 커지고 의미도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태호와 정임의 문제가 우리 문제로 여겨지기도 할 것이구요. 이렇게 여운을 주는 드라마가 좀 불편하긴 하지만 좋은 드라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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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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