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이나 사서에 근거한 사극을 제외한 드라마인 경우 일반적으로 해피 앤딩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그것은 아마도 팍팍한 현실 때문일 수도 있고, 등장인물에 대한 동정심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이스 최초의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딧에이> 그 정조가 희극보다는 비극에 가깝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비극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희극적인 면은 이런 비극적인 인간에게 위안을 주는 성격을 갖습니다. 드라마와는 거리가 있지만 성경을 예로 들면 인류 종말의 비극과 구원이 그 핵심입니다. 상당히 비극적인 세계관입니다. 그나마 구원이 있기에 희망적이 되는 것이구요. 불경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극적인 세계관입니다. 이렇듯이 인간은 본질적으로 비극적인 존재에 가깝습니다. 인간들은 태어날 때 앙앙 울면서 태어나는 것과 그 맥을 같이 합니다.
KBS 드라마 캡처
<제빵왕 김탁구>의 결말을 이야기하다 샛길로 빠졌네요. 아무튼 필자의 판단으로는 <제빵왕 김탁구>는 해피 앤딩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의 전개상 작가가 무리하게 개입하지 않는다면 해피 앤딩이 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만약 작가가 해피 앤딩을 무리하게 감행한다면 이 드라마는 용두사미가 되고 말 것입니다. 이에 대한 예로서 <지붕 뚫고 하이킥>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연출가가 너무 작품에 개입한 나머지 시트콤이 비극이 되는 촌극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와는 반대의 경우가 되겠지만 <제빵왕 김탁구>는 작가가 무리하게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을 봉합하면서 해피 앤딩을 만든다면 <지붕 뚫고 하이킥>의 우를 범하고 말 것입니다.
그렇다면 필자는 왜 <제빵왕 김탁구>가 해피 앤딩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라면 쉽사리 봉합할 수 있을 만큼 갈등이 작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탁구와 마준의 갈등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큽니다. 그 갈등의 골을 메우기가 쉬운 상황이 아닙니다. 그래도 서인숙이나 한승재와의 관계에 비한다면 작게나마 이복형과 동생이라는 혈연적인 동질성이 존재합니다. 또한 그 사이에 신유경이 있어 완충적인 작용도 합니다. 아무튼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서 갈등은 더욱 더 고조가 될 것인데 갑자기 용서하고 화해하는 식은 너무 신파적이고 식상한 도식이 되는 것입니다.
KBS 드라마 캡처
해피 앤딩은 감정적으로 폐쇄적인 결말의 형식입니다. 모든 갈등들이 봉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시청자들의 만족감을 극대화 할 수는 있습니다. 마치 마약이 인간의 정신을 환각상태로 만드는 것과 같이 해피 앤딩은 큰 만족감을 줍니다만 생각의 여지는 앗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비극적인 결말은 감정적으로 개방적인 결말의 형식에 가깝습니다. 갈등이 봉합되기 보다는 갈등이 대립되면서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이러한 파국 속에서 행복을 느낄 자는 과연 누구일까요? 갈등 대립에서 살아남은 주인공이라고 해도 슬플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죽음과 파멸과 추락과 타락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런 비극을 볼 때면 생각이 충만해 집니다.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우리의 마음속에는 짠한 감정의 동요가 일게 됩니다.
<제빵왕 김탁구>도 이런 비극이 되면 좋겠습니다만, 필자가 생각건대 해피앤딩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그러나 불길한 예감으로만 그치면 좋겠습니다. 마준의 끝 모르고 가는 악마성은 비극을 잉태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준의 악마성은 유경의 팔에 서인숙의 팔찌를 차게 함으로써 극도에 달합니다. 자신의 어머니를 팔찌로 협박을 하는 것이니까 말이죠. 이런 마준이 결국 새사람이 되는 식의 해피 앤딩은 영 어울리지 않습니다.
해피 앤딩에 대한 기대는 팔봉 선생의 유언이 되다시피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빵>에서 나오는 것 같은데요, 이건 아니지 싶습니다. 팔봉 선생의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빵>은 해피 앤딩을 암시하는 복선이 아니라 결말과는 관계없는 단순히 독립적으로 사용된 말이면 좋겠습니다. <제빵왕 김탁구> 해피 앤딩이냐, 비극적인 앤딩이냐 그것도 참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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