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에 다다른 <제빵왕 김탁구>의 다른 많은 중요한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춘배 선생(이하 존칭 생략)을 좀 언급해야 겠다. 춘배 참 싱거운 인물이다. 등장할 때의 비장함과 사악함이 잠깐의 시간(실제 시간상으로 몇 주간) 동안에 완전히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다. 이건 완전히 기적과도 같다. 팔봉 선생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봉빵의 비밀과 팔봉가로부터 마준을 유혹하여 이탈하는 모습을 그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인물이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KBS 드라마


팔봉 선생이 죽어야할 하등의 이유도 없었다. 24회에서 팔봉 선생의 죽음을 통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스토리 전개에 녹여 넣고 싶었던 것 같다. 죽음이야말로 강렬한 교훈이나 변화의 계기가 된다. 결말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팔봉 선생의 죽음이야 말로 그것 자체로 극적인 사건이며 인물 관계의 구석구석에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봉빵의 비밀도 그렇게 대결로 몰아가서 확인시켜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본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봉빵의 비밀은 그냥 묻혀있는 것이 드라마의 숨은 매력이 아니었을까도 싶다. 아니면 양인목의 입으로도 얼마든지 빵의 비밀이 알려 질수도 있고 말이다. 춘배에 의해 봉빵의 비밀이 밝혀지고 봉빵의 진정한 소유자가 누구인지 경합을 벌이는 장면은 장난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니 바람처럼 왔다가 그냥 스쳐지나가는 춘배의 존재는 드라마의 자연스런 전개에 이물질이 끼어든 느낌이었다.
 

KBS 드라마



TV는 비주얼한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굳이 춘배를 등장시키지 않아도 팔봉 선생이나 양인목의 생각을 통해서 얼마든지 전달할 수 있었다. 2차 경합 중에 마준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춘배의 느닷없는 등장과 봉빵 레시피의 전달은 마준에게는 크나 큰 유혹이었다. 2차 경합에서 통과하지 못한 마준은 춘배의 유혹에 추동되어 더욱 악마성을 드러내었다. 제빵실에 불을 지르고 사람들의 시선을 돌린 뒤 팔봉 선생의 방으로 들어가 발효일지를 훔친 것이다. 그러나 탁구와의 봉빵 시연에서 마준은 패배하고 만다. 반면 탁구는 팔봉 선생의 명예를 지키게 된다.
 

춘배는 마준을 조종하여 악마로 만들었지만 정작 자신은 봉빵을 한 입 먹고는 감탄하여 개과천선하여 사라졌다. 만약 이 세상사람 모두에게 봉빵을 먹일 수 있다면 세상에는 악한 자들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러고보면 구마준이 참 독한 녀석이기는 독한 모양이다.


아무튼 춘배가 나타나서 극적인 두 개의 사건들이 일어났다. 팔봉 선생이 죽었으며, 구마준이 더욱 악해졌고 팔봉가를 떠나 거성가로 돌아갔다. 그러나 춘배의 등장은 너무 느닷없었고 팔봉선생의 죽음과 구마준의 악마성에 너무 우연적으로 작용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