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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제빵왕 김탁구

제빵왕 김탁구, 신유경은 왜 거성가로 뛰어들었을까?





14회의 인상적인 장면들 중에는 신유경의 예상치 못한 등장이 있었다. 거성 식품의 핵심 인력이 된 신유경의 모습은 이전의 신유경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반듯하게 빗어 넘어 넘긴 머리며, 흰 블라우스에 검은 치마를 입고 있는 신유경은 전형적인 직장 여성의 모습이었다. 대학시절 학생 운동에 투신했던 신유경의 남성적인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여성적인 매력을 가진 모습이었다.

신유경이 거성 식품에 입사한 것은 범상치 않는 결정인 것 같다. 아마도 신유경은 치밀한 계획을 짜고 그 계획을 실행해 갈 가능성이 크게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신유경이 많은 기업들을 놓아두고 굳이 거성 식품을 선택했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신유경의 거성 식품 입사 이유를 크게 두가지의 입장으로 언급해 볼 수 있지 싶다.


첫째는 신유경의 현실과의 타협이다. 대학시절 신유경은 운동권에서 대정부 정치 투쟁의 선봉에 섰다. 이것은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투쟁 방식이다. 이러한 학생 운동에 전념한 것은 그 자신의 개인적인 환경이 크게 작용했다. 신유경은 평범한, 아니 정상적인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했다. 항상 주정뱅이 아버지로부터 이유없는 폭행을 일상적으로 당했다. 그야말로 부모의 사랑이 부재했다. 사랑을 대신해 폭력을 당했다. 그런 삶 속에서 만나 처음으로 웃음을 짓게 한 존재가 김탁구였다. 그래서 신유경에게 탁구의 존재는 누구보다도 소중했다. 이 인상적인 탁구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신유경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부재와 아버지의 폭력은 신유경의 마음에서 여성성을 약화시키면서 남성적인 폭력에 저항하는 심리적인 기제를 강화시켰을 것이다. 결국 학생 운동을 선택하는 것도 아버지의 폭력과 동일선산에서 볼 수 있는 남성 중심 사회의 폭력성에 대한 저항인 것이다.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의 죽음을 바랬듯이 신유경은 사회의 거대한 모순과 폭력을 없애고 그 자리에 민주화, 즉 부드러운 어머니의 사랑을 채우고자 했을 것이다.
 

이미 다른 포스트(2010/07/17 - [드라마/제빵왕 김탁구] - 제빵왕 김탁구, 변화를 암시하는 중요한 상징물들) 에서 언급했지만 대학시절 신유경이 항상 쓰고 다니던 모자의 상징성은 바로 사회 변혁의 신념이었다. 그러나 신유경이 거성 식품에 입사하면서 가장 먼저 벗어야 했던 것은 그녀의 사회적 신념을 상징하던 모자였을 것이다. 신유경이 모자를 벗는 다는 의미는 신념을 유보하거나 버리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있다. 모자 대신 단정하게 벗어 넘긴 머리는 전형적인 직장인의 모습으로 사회와의 타협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와의 타협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구마준을 만나면서 싹텄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에 구마준으로 상징되는 사회 현실에 신념의 무모함과 절망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또한 그녀가 학생 시위 이력으로 공안기관에 잡혀가 고문을 당하면서 들었던 사회를 변화시키기 보다 자신을 사회에 적응하고 변화시키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말에 조금씩 자신의 신념이 약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방식이다.
신유경이 현실과의 타협을 하고자 했다면 거성 식품에 입사할 이유가 있었을까?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구마준이 있고, 또 자신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았던 서인숙이 있는 곳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신유경이 거성가에 뛰어든 것은 단순히 현실과의 타협의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신념의을 구체화하려는 결단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신유경이 비록 모자와 남성적인 투박함을 벗고 세련된 직장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모자를, 신념을 더욱 견고하게 가슴에 품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우선은 기업이라는 조직체에 뛰어든 이상 그 기업의 생리와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파악하면서 그것이 갖는 사회적인 의미에 시선을 돌릴 것이다. 그렇다고 신유경이 기업내에서 노동조합에 뛰어들리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러한 신유경의 모습은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약화되리라 싶다.
 

대신에, 드라마상 중요한 개인적인 복수의 차원으로 표출될 지도 모른다. 그녀가 증오할 수밖에 없는 구마준과 서인숙에 대한 복수야 말로 신유경을 거성가로 뛰어들게 만든 이유일지 모른다. 드라마의 전개상 신유경의 사회적인 활동은 축소될 수 밖에 없고, 대신 구마준과 서인숙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에 초점이 맞추어지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지 않는가?


지금까지 이 포스트에서 신유경이 왜 거성식품에 입사를 했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현실적인 타협과 신념을 구현하는 새로운 실천 방식이라는 두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새로운 실천 방식에는 드라마상 한계가 있기에 대체로 개인적인 복수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 같다. 신유경이 거성가로 뛰어든 것은 흥미로운 사건이다. 조만간 신유경이 왜 거성식품에 입사했는지를 알 수 있겠지만, 미리 상상해 보게 할 만큼 참 궁금한 부분이다.


첫번째 이미지: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0061109091405818&outlink=1
두번째 이미지: http://www.newsen.com/news_view.php?uid=201007211018181001
세번째 이미지: http://www.gwangnam.co.kr/news/news_view.htm?idxno=2010071610235597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