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삼형제, 도우미의 화장법?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서 둘째 며느리 도우미는 샌드위치 우먼이다. 광고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압력에 의해 납작하게 되어버린 내용물처럼 자신을 죽여 살아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인 전과자에게 치이고, 남편 현찰에게 무시당하고, 잘 나가는(?) 동서들을 대신해서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그래도 묵묵히 며느리의 역할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참 아음이 고운 여자다. 때때로 동서인 청난이나 어영이에게 하는 진지한 조언이나 충고들을 듣고 있노라면 도우미의 인간적인 면모를 알 수 있다. 인간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못 배우고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이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도우미를 통해 알 수 있다.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대학 나오고 똑똑한 며느리보다 인간적으로 훨씬 성숙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결혼이라는 사회제도에 저당 잡인 채 단지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삶에만 충실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과장된 모습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참 좋은 며느리이며, 아내이며 엄마라는 생각이다. 사실 이렇게 살아가는 며느리들이 없지는 않다고 본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정체성은 잃어버리고 있다. 그나마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 주어야 하는 남편 현찰마저도 연희에 넋이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힘겨울 것이다. 씽크대 밑에 숨겨놓은 쪽박들을 깨면서 풀기 시작하던 스트레스가 점점 심해져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여 의식을 잃기도 하고,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기도 하는 등 자신의 통제가 힘겨운 지경에 이르고 만다.


도우미가 이렇게 되는 데는 남편 현찰의 잘못이 가장 크다. 시어머인 전과자도 자신의 며느리의 진면목을 인정하지 않고 무관심한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아내이자 여자로 봐 주여야 할 현찰이 그저 집에서 밥이나 짓고 아이들이나 키우는 '가정부, 도우미' 정도로 여길 뿐이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참기 어려울 것이다. 힘들 때 의지하고 고민을 털어놓으며 서로 배려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남편이 자신을 이해해 주기는커녕 연희에 홀려 '좀비' 처럼 굴기만 하니 마음의 병은 더욱 깊어만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은 관심이나 인정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동물이다. 만약 관심이나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사회는 황량한 사막이나 다름없어진다. 관심이나 인정이라고 해서 아주 큰 무언가가 아니다. 삶속에서 부대끼며 경험하는 부분에서의 작은 관심과 인정들을 말한다. 서민들에게 무슨 큰 인정을 받을 만한 일이 있을까. 아주 사소한 인정 하나에도 힘이 나는 존재가 인간이다.


만약 한 인간이 관심이나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될 때 필연적으로 관심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도우미도 예외가 아니다. 현찰에게 무시당하는 설움을 받으면서, 더해 진실까지도 농락당하는 상황에 직면해서 도우미가 반란의 기미를 보이게 되는데 사실 이러한 반란은 관심을 받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도우미가 갑자기 하지도 않던 화장을 하면서 피에로 같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는 장면에서는 우습기도 하지만 짠한 슬픔이 몰려오기도 했다. 이 화장이야 말로 자기표현의 극단화된 모습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랜 동안 자신을 꾸미지도 표현해 보지 않아 서툰 화장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마치 <다크 나이트>의 조커처럼, 자신의 내면의 풍경이 무의식적으로 고스란히 화장에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이들의 그림처럼 말이다. 도우미는 마치 웃음 속에 짙은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삐에로나 조커로 자신을 화장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화장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도우미의 화장법은 단순히 자신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한 화장이 아닌 자신의 내면의 풍경을 표현한 슬픈 화장인 것이다. 시어머니인 과자가 보고 놀라면서 그제서야 도우미의 반란의 실체를 알게 되는 것이다. 도우미의 화장이 관심의 부재에서 나오는 자신의 외로운 내면 표현이 아니라 여자로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자신을 가꾸는 화장으로 변화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미지 캡처 출처:http://www.tvreport.co.kr/main.php?cmd=news/news_view&idx=40441


 

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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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7 11: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Phoebe Chung 2010.03.27 12: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장한 얼굴을 보니 씁쓸하네요.
    바람난 남편이 더욱 얄미워지고....

  3. 모과 2010.03.27 12: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태연히 는 태연히 친구남편을 꼬시고 있는데 정말 나쁜년입니다.
    세상엔 태연히 같은 여자들이 제법많습니다.
    시어머니 전과자가 태현히에게 너같은 것 10개 주어도 도우미같은 며느리하고 바꾸지 않는다고 항때 통쾌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그런 시어머니 있을 까요?

  4. 티런 2010.03.27 14: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면의 풍경을 묘사한 슬픈 화장법....
    씁쓸한 기분이 드는군요...

  5. 너돌양 2010.03.27 15: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전 도우미의 지금 심경을 대변해주는 분장이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