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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본드 걸' 비유 적절한가?



 

김연아, '본드 걸' 비유 적절한가?

http://news.hankooki.com/lpage/health/201002/h2010022521323984530.htm



김연아 선수를 본드 걸에 자주 비유한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쇼트 프로그램에서 사용되고 있는 음악이 영화 007 시리즈에 사용한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경기 후 마지막 동작이 로저 무어나 숀 코네리처럼 권총을 쏘는 포즈를 취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를 본드 걸에 비유하는 것은 김연아 선수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표현이 아닌가 합니다.
 

영화 007 시리즈에서 본드걸은 어떤 존재들입니까? 좀 속되게 이야기하면 007의 여자들입니다. 단순히 영화의 자극을 위하여 이용하는 여자들에 불과합니다. 영화에서는 없어도 영화의 내용 전개에 전혀 지장이 없는 그런 여자입니다. 더 이야기 해봤자 중언부언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2010년 동계 올림픽의 피겨 퀸이라 할 수 있는 김연아 선수를 별 하찮은(?) 존재에 불과한 본드 걸에 비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미 김연아 선수를 중심적인 인물이 아니라 주변의 인물로 전락시키는 것입니다. 김연아 007 같은 주인공이지 본드 걸이 아닌 것입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본드 걸에 비유했다면 너무 큰 넌센스입니다.


또한 스포츠에 속하지만 예술과도 가까운 피겨의 여왕 김연아 선수를 단순히 섹시미 하나로 본드를 유혹하고 성적 만족의 대상이 되는 본드 걸에 비유하는 것은 성적으로도 불편합니다. 물론 이 ‘본드 걸‘ 이란 표현을 김연아 선수가 그다지 심각하고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본드 걸이란 표현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아무리 본인이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비유가 적절하지 않다면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cafe.daum.net/pbj6669/BXst/620?docid=10hYj|BXst|620|20080627153705


만약 007과 관련하여 김연아를 비유한다면 ‘007 김연아‘ 가 적절하지 않을까 합니다. 유나라는 영어명이 있으니 ’007 유나’ 라는 표현도 좋겠습니다. 실제로 김연아는 본드 걸이 아니라 제임스 본드의 모습을 재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본드 걸이라고 비유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007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되어야할 김연아가 본드의 성적인 파트너에 불과한 본드 걸로 전락한다는 것은 괴상 망칙한 것입니다.


누가 이런 표현을 가장 먼저 사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기자가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글쓴이도 이 표현을 그다지 대수롭지 대해왔지만 2010년 동계 올림픽의 중심에 우뚝선 김연아 선수를 본드 걸에 비유한다면 외국인들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그런 표현에 쓴 웃음을 지을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지금이라도 이 본드 걸 표현은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앞서 제안했듯이 ‘007 김연아’ 나 ‘007 유나’ 정도가 나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러한 표현들도 적절하지는 않습니다. 본드 걸을 피하자는 생각에서 임기응변으로 생각한 것이 불과합니다.


앞으로 어떤 인물들을 비유할 때 비유의 대상을 진지하게 검토해 보고 사용했으면 합니다. 생각없이 사용하다보면 이런 이상한 비유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김연아가 본드 걸이라니 이건 좀 말이 안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