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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소식

남자의 자격, 이경규가 의미있는 이유?


TV의 연예, 오락 프로그램을 볼 때면 밀려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얼마전 70년대를 풍미한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 선생의 비극적인 죽음을 보면서 그런 느낌이 더했다. 대중의 열광적인 인기를 받았지만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또 있다. 70년대 국민들의 열광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프로레슬러 김일선생의 죽음 또한 가슴 아프긴 마찬가지였다. 작년 <무한도전>의 프로레슬링 매치를 보면서 떠오른 인물이 바로 김일 선생이었다. 당시 김일선생의 인기는 온 나라를 뒤흔들 정도였다.



배삼룡선생과 김일선생의 쓸쓸한 퇴장에는 설명할 길 없는 시간의 불가사의를 느끼게 된다. 서서히 변화하는 인간들의 모습에 담긴 시간의 비의를 절감한다. 본인들의 감정이야 오죽했을까. 도대체 시간이란 무엇일까? 이렇게 묻는 사이에도 시간은 그냥 지나간다. 이런 감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긴 하지만 조용필씨나 나훈씨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저 연말의 디너쇼나 효 콘서트, 또한 7080 콘서트에서나 볼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도 나훈아씨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활발한 편이다. 송착식, 윤형주, 김세환씨도 마찬가지이다. 산울림도 동물원도 마찬가지이다. 양희은씨와 이문세씨의 활약이 두드러져 보일 정도이다. 패션과는 달리 동시대의 연예오락은 복고에 대해서는 너그럽지 않아 보인다. 아니 잔인할 정도다. 왜 우리 사회에는 밥호프와 같은 예능인이 탄생하지 못했을까?


이미지출처: 마이데일리


황금시간대의 TV예능오락 프로그램에는 10대와 20대들이 주류를 이룬다. 배삼룡선생과 김일선생의 쓸쓸한 퇴장을 되새겨본다면 그들의 인기도 한 철에 지나지 않음을 예측해 볼 수있다. '봄날은 간다'. 지금은 중심에 있지만 시간은 그들을 밀어내버릴 음모를 벌써부터 꾸미고 있는지도 모른다. 동방신기의 분열이라는 것도 그런 선상이고 카라의 현 사태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인기는 그렇게 사라져가고 젊음도 그렇게 사라져 간다. 젊음과 인기를 여유롭게 누리고 있는가 싶은 때에 시간은 젊음과 인기를 빼앗기 시작한다. 계절의 변화는 아름답지만 인간의 변화는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다. 지금의 10대, 20대들이 현명하다면 이 사실을 명심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건 너무 잘못된 관행이다. 위의 말들을 뒤틀어보자.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인기도 덧없이 사라져 간다는 인식은 TV의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가져온 잘못된 관행일 뿐이다. 시간은 흐르고 젊음은 조금씩 사라져 가지만 재능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시간과 함께 변화한 성숙함이 있고 삶의 깊이가 있다. 또한 여전히 그들을 사랑하는 대중들이 존재한다. 함께 늙어가는 대중이 있다. 그런데 TV는 10대와 20대만 보기라도 하는 듯이 황금시간대의 예능오락프로그램, 특히 가요프로그램에는 젊은이들만이 판을 키운다. 바로 이 관행, 조화가 깨어져버린 현재의 TV예능오락 프로그램에 세대의 다양성이 자리잡아야 한다. 세대간의 단절이니 소통의 부재라고 말을 하지만 이미 이런 세대간 단절이 되어버린 TV예능프로그램이 소통의 부재를 더욱 조장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우리 연예계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이다. 특히 TV 예능오락 프로그램 제작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필자는 10대와 20대의 연예인들이 인기관리를 철저히 해서 오랜시간 대중과 더불어 함께 하기를 바란다. 바로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세대간의 단절을 종식시키는 일이다. 이전의 세대들은 지금 함께 하지 못하는 운명이지만 지금 세대들, 동방신기, 빅뱅, 카라, 2AM, 2PM, 소녀시대등의 그룹들은 앞으로 10년, 20년 후로도 미래의 세대들과 함께 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함께 콘서트를 하며 뮤직프로그램에서 순위를 다투면 좋겠다. 10대와 20대의 인기가 지나고 나면 왜 내리막이어야만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겠다. 좀 더 성숙한 음악으로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시기가 어떻게 내리막인지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보면 좋겠다. 이런 기형적인 모습은 TV프로그램과 상업주의가 맞물려 돌아감으로서 생겨난 관행임도 안다. 하지만 이 상업주의라는 것도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오늘날의 10대, 20대 연예인들이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활발하게 활동한다면 그 상업적인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냉대당하고 상업적인 가치가 평가되는 관행을 이제는 깨어가야 하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뉴시스


1960년대 비틀즈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비틀즈라는 이름으로 그룹을 결성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10년간의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그들이 비틀즈의 인기를 누리기 위해서 그 이상의 고통이 뒤따랐다. 이 비틀즈와 맞서기 위해 미국에서 프로젝트 그룹으로 결성한 것이 '몽키즈' 였다. 그러나 그들의 인기는 비틀즈를 뛰어넘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의 10대, 20대 그룹이 대체로 프로젝트 그룹이라는 사실이 우려스럽긴 하지만 노력과 마음 먹기에 따라서 대중적인 인기는 비틀즈 만큼이나 롤링스톤즈 만큼이나 오래갈 수도 있다고 본다. 5년이 아니라 10년, 20년 대중과 함께 하는 연예인이 되면 좋겠다.



이런 면에서 연예계에 이경규의 존재는 의미가 있다. 필자가 이경규를 특별히 좋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가 오랜 동안의 슬럼프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연예오락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으면서 다시 정상에 섰다는 사실은 인정해 주어야 할 부분이다. 나이가 들면 인기도 상품가치도 떨어진다는 잘못된 관행을 깰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경규 뿐만이 아니다. 강호동이나 유재석도 마찬가지이다. 또 <세바퀴>의 늙은 오빠와 언니들도 마찬가지이며 이제는 폐지되는 <영웅호걸>의 노주현이 바로 그런 존재들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가수들도 다 그렇다. 이렇게 다양한 세대들이 섞여 조화를 이루는 것이야 말로 연예오락프로그램의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여겨진다. 이번 이경규의 연예대상 수상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의미있는사건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세대간의 조화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방송제작자들의 전향적인 태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세대간의 단절이나 소통의 부재가 TV연예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씩 개선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