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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제빵왕 김탁구

김탁구, 구일중은 정말 구마준에게 애정이 없나?



김탁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애증의 관계인 구마준은 예상과는 달리 참 많은 동정을 받고 있습니다. 탁구의 한 켠에서 마치 탁구의 그림자처럼 슬픈 눈동자, 분노의 눈동자를 보여주는 구마준의 존재에 대해서 이해하고 아량을 베풀고자 하는 듯도 합니다. 구마준은 구일중과 서인숙의 애정 없는 결혼생활, 서인숙과 한승재의 불륜의 희생자로 받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즉, 마준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의 정신적인 트라우마야말로 현재의 구마준의 내외적인 심리상태와 언행을 특징짓은 근원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 근원이 사라지지 않고서는 구마준의 트라우마는 지속될 수밖에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정적이 아니라 좀 더 객관적으로 구마준을 관찰해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아무리 어린 시절의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깊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예가 되겠지만,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사이코패스의 경우 꼭 어린 시절의 정신적인 트라우마 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살인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시절의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성인이 된 이후의 성격과 행동을 전적으로 규제한다면 환경도, 교육도, 자기 성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고 보면 구마준이 팔봉선생의 문하에 들어온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회의가 들 뿐입니다. 팔봉빵집에서 무엇을 배울지도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팔봉 선생의 문하에서 2년 동안을 보내면서도 전혀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말했듯이 구마준에게는 도대체가 교육이 필요 없는 것일까요. 과연 이런 인간을 우리는 어떻게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저 구일중을 원망하면서 서인숙과 한승재를 저주하면서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입니까? 또한 못난 자격지심에 김탁구에 대한 질투를 평생 멍에로 살아야 할까요? 신유경에 하는 악마같은 복수의 유혹이야 말로 참으로 못난 짓입니다.


구마준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조금도 변하지 않은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적어도 그가 생각하는 인간이라면 그 트라우마를 깨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구일중이 그에게 관심을 보여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의 진짜 아버지가 한승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구일중의 관심을 독차지하려는 욕심은 또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자기 성찰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인간입니다.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개척하지 못한데 마치 이유기를 두려워하는 못난 아이처럼 구일중에게 정신적인 탯줄을 이으려고만 합니다.




자신의 누이들인 구자림과 구자경을 보십시오. 그녀들도 아버지 구일중으로부터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합니다. 남아선호로 구마준에 비해서 홀대를 받아왔고 지금도 받고 있습니다. 자경의 경우는 경영 수업을 받고 싶어 하며 직접 경영을 해보려는 야심도 있습니다. 그러나 서인숙에게는 오직 마준이 밖에 없습니다. 구일중이 구마준만을 특히 미워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자림과 자경은 구마준처럼 자격지심에 휩싸여 김탁구를 증오하며 경쟁심만을 고취시키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면서 부러울 것이 없이 자라온 그들이 아닙니까? 구마준은 누릴 것 다 누리면서 살아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구마준에게는 거성식품의 후계자가 되어야 하는데 구일중이 관심을 갖는 탁구의 존재가 위기감으로 다가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구마준은 김탁구보다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아버지 구일중과 어머니 서인숙이 있습니다. 또 한승재도 있습니다


이런 구마준이 왜 자신의 아버지만 목숨을 걸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나도 유치하고 유아적인 행동만을 보입니다. 인정은 보여주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노력하고 진실을 내보이면 자연스럽게 인정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알게 모르게 진실이 와닿는 것입니다. 14년이란 긴 시간 동안 그저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살아왔다는 것은 정상적인 정신을 가진 청년의 행동이 아닙니다. 이러니 그 화살이 구일중에게로 쏠리는 것입니다.


구마준, 지금이라도 자신이 스스로 옭아매어 온 틀을 좀 깨고 나오면 좋겠습니다. 아무런 변화도 없이 유치하고 유아적인 정신 상태에서 아버지 구일중만 원망하고 서인숙과 한승재를 증오하며, 김탁구를 질투하며 그렇게 살아야 할까요? 구마준이 깨어나게 되면 참 여럿 사람들 살리게 될 것입니다. 특히 자신의 아버지 구일중을 포함해서 말이죠.


이미지 출처: http://www.kbs.co.kr/drama/takku/media/photo/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