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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제빵왕 김탁구

제빵왕 김탁구, 구마준은 어떻게 변화할까?

 

구마준은 발효종을 만들기 위해 보던 책에서 우연히 발견한 독초와 그 효능을 읽게 됩니다. 마준의 눈에 우연히 강렬하게 들어온 구절은 미각과 후각의 심각한 손상을 설명한 부분입니다. 마준은 이 독초를 준비해서 탁구에게 해를 입히려고 합니다. 마음 속에 탁구에 대한 응어리가 그렇게도 큰 걸까요. 이런 위험한 짓을 꼭 해야만 할 정도로 탁구로 인해 그 자신이 고통받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냥 탁구가 거지새끼처럼 싫을까요? 
  

마준은 가족 식사에서 돌아와 자신의 책상에 올려져 있는 카세트를 발견합니다. 이 카세트는 탁구가 실수로 부수어 놓은 것 대신에 구입해서 올려놓은 것입니다. 문 밖에 있던 미순은 마준에게 “거금을 들여 탁구가 사다놓은 겁니다. 자기 통장에 있는 거금 85,000원을 들여서 새로 사온 거라구요. 태조씨를 위해서. 그 돈이 무슨 돈인지는 제가 새삼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시겠죠, 태조씨도.“ 바로 그 돈은 탁구가 엄마 미순을 찾기 위해 광고비로 저축하고 있는 돈입니다. 그리고 미순은 독백처럼 말합니다. “바보같으니, 자기가 뭘 뺏기는 줄도 모르고 피 같은 돈 들여 저런 거나 사러다니구. 세상에 아마 그런 바보 같은 놈 또 없을 거에요.”



마준은 이 카세트를 보면서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이전에 팔봉가에 싸움을 했을 때 탁구와 마준이 벌로 3일동안 인가 천으로 손목을 함께 묶고 있어야 했던 적이 있었죠. 그 때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느끼고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카세트를 보며 느끼는 마준의 감정이 말입니다. 카세트에 담긴 것은 탁구의 진실한 마음이었습니다. 그게 마준이에게 은근하게 전해진 것이죠. 마준은 ‘나는 말이다, 마준아. 너랑 같이 여기서 빵을 만드는 것이 좋아, 즐거워.‘ 라는 탁구의 말도 떠올려 봅니다. 마준은 정말 전형적인 햄릿형 인간입니다.


한편 마준이 초대한 식사에 참석했다 충격을 받고 팔봉빵집으로 돌아온 탁구는 제빵실에서 여전히 힘들게 경합 준비를 합니다. 참 힘들다고 혼자 팔봉 선생에게 하소연도 해봅니다. 그리고 제빵실의 바닥으로 쓰러집니다. 아침 점호에 양미순이 쓰러진 탁구를 탁구를 발견하고 탁구는 방으로 옮겨집니다.


독초를 감기약으로 오인하고 오영자(미순의 모)와 양미순이 먹이게 되는데 이를 알게 된 구마준이 이를 말리러 가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이미 독초는 탁구의 입속으로 넣어진 상태였습니다. 이 모습을 본 마준이 쓰러져 주저앉으며 20회가 끝이 납니다.



20회의 이 일련의 과정이 참으로 박진감있게 펼쳐져서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감정이 있다면 마준의 변화입니다. 철저하게 빗나가려고만 하는 마준의 마음 한 구석에서 꿈틀거리는 변화의 싹을 감지하게 됩니다. 이 변화의 싹이 과연 꽃을 피울지 아니면 말라 죽어버릴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희망사항으로는 마준이 좀 변화하면 좋겠지만 말입니다.


사실 마준을 보면 고전적인 의미에서 소설의 주인공으로 딱 적합합니다. 이 드라마에서도 구마준이 주인공이라고 해도 무리한 주장은 아니지 싶습니다. 주인공은 우유부단하고 내적결합이 있으며 그 결과로 파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주인공이 햄릿이나 오델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실존주의 소설의 대부분의 주인공이 또 그렇구요. 이들은 갈등조차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버립니다. <죄와벌>의 라스콜리니코프도 그런 유형에 속합니다. 영웅에 대한 예찬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만 노파를 죽이고 난 이후의 그는 그야말로 약하디 약한 인간에 불과합니다. 문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문학이란 것이 비극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인간과 인간의 삶을 통찰한다고 할 때 본질적로 인간의 유한성, 죽음, 고독 등과 맞닥뜨리기 때문입니다. 웃음, 즐거움, 쾌락등은 본질을 감싸고 있는 현상에 가깝다고 할 수 있구요. 아무튼  마준을 이런 주인공들에게 비유하기는 좀 그렇긴 하지만 그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우유부단하게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주인공의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아직 마준은 변화의 과정에 들어서 있지는 않습니다. '변화'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약간 논외의 언급이지만 필자는 마준의 변화의 중심에 팔봉 선생과 탁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팔봉 선생과 팔봉 빵집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닙니다. 어쩌면 이곳은 마준의 깊은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는 감동의 공간이고 성찰의 공간이며 따뜻한 인간 관계의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마준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는 정말 얼간이거나 고집센 천재이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마준의 변화를 원하는 것은 제발 불행한 주인공들의 비극적인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http://www.kbs.co.kr/drama/takku/media/photo/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