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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사랑을 믿어요

사랑을 믿어요, 불륜에 대한 오해 어떻게 극복할까?

 

드라마 <사랑을 믿어요>를 보면서 결코 상상해보지 않은 사건이 터질 듯하다. 작가가 된 김영희나 사촌간의 사랑(비록 피가 섞이지는 않았지만)을 뒤덮어 놓을 듯한 기세다. 이 드라마와 인간의 음모나 야비한 술수 같은 것은 걸맞지 않아 보였고 그 점이 미덕이라고 믿던 드라마였기에 뒤통수를 크게 맞은 느낌이다. 혹 인간의 부정적인 면모가 관련된다면 약간은 과장끼가 섞인 사업상의 사기나 질투 정도로 보았다. 그런데 그런 예상이 빗나갔다. 너무나도 모진 술수와 야비한 음모가 펼쳐질 듯해 놀랍기만 하다. 잔잔한 바다의 표현에 노도가 인다는 것을 망각한 결과이다. 그래도 이해할만은 하다.


아무튼 이 착하기만 할 듯한 드라마 음모와 치정 문제가 끼어들 것 같다. 인간의 냉혹함과 더 나아가 인간관계(사회)의 각박함을 읽게 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왁자지껄한 웃음과 때론 잔잔한 감동을 내내 받고 싶었는데 여기까지가 필자가 기대한 것의 한계인 모양이다. 사실 김영희와 권기창 부부, 김수봉과 윤화영 부부 등의 코믹한 장면들을 보다가 서혜진이나 한승우의 축축한 장면을 볼라치면 정말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했다. 왜 이렇게 이질적인 인물들과 이야기를 상반되게 깔아놓았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이건 작가의 의도이니 필자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서혜진과 한승우 사이의 관계가 불륜이 될까, 말까에 신경을 쓰는 것도 이제는 끝날 것 같다. 작가의 줄타기가 참 교묘하다는 생각이다. 시청자들로부터 불륜에 대한 거부감을 제거하면서 불륜에 대한 오해로 시선을 돌려놓고 있다. 즉, 서혜진과 한승우에 대한 도덕적인 거부감을 이제는 그들을 오해하고 이용하는 인간들의 사악함으로 대체하고 있다. 일정부분 서혜진과 한승우가 자초한 일이기도 하고 그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오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이들 또한 피해자로 여겨질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가 다행스럽다. 서혜진과 한승우가 불륜의 늪으로 빠지기(?) 전에 불륜에 대한 오해가 터진 것이 말이다. 불륜이 사라진다(?)는 면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리라는 가족드라마의 성격과는 동떨어질 듯한 음모와 치정의 이야기가 될 듯해 맘에 걸린다. 불륜의 오해가 난무하면서 치정에 얽힌 감정의 대립이 이제 막 시작할 것 같아 피곤해 지기도 한다. 아무튼 잘된 일이다. 그래도 불륜 그 자체의 세속적인 내용보다는 불륜의 오해에서 비롯되는 이야기가 좀 더 문학적이다.  불륜에 대한 오해나 사랑에 대한 질투는 영원한 문학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남녀나 부부의 불륜에 대한 오해는 비록 오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참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오델로' 가 그랬고 '베르테르' 가 그랬으니까 말이다. 결국 그 오해가 오해로 밝혀지면서 관계들이 회복되겠지만(이러한 판단도 오해일까?) 그 오해를 극복해 가는 과정은 참 지난할 것 같다. 그래서 결국은 <사랑을 믿어요>가 되는 모양인데 그 오해의 극복 과정이 의미있게 전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