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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수상한 삼형제

수상한 삼형제, 현찰 vs 지훈의 '뒤늦은 자각' ?




 

수상한 삼형제, 현찰 vs 지훈의 '뒤늦은 자각' ?




현찰이 악녀로 변한 연희에 대해 '뒤늦은 자각' 을 하면서 강력한 뺨을 날렸다. 시원하다. 그야말로 뒤늦은 자각이었다. 아마 우미가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집안 돌아가는 꼴에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역시나 아내가 없어봐야 아내의 빈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안다. 지금까지 우미가 죽니 사니 하면서 마음의 아픔을 호소해도 우정이니 하며 실없이 변죽만 두드리든 현찰이 이렇게 '뒤늦은 자각' 을 한 것은 늦은감이 있다.


사실 현찰은 판단력이나 사리분별력이 거의 초등학교 수준(?)이었다. 정말 바보처럼 연희의 접근과 유혹을 눈치 채지도 못했단 말인가? 이 현찰이 남자 구실을 하는 인간은 맞단 말인가? 연희가 자신의 아파트나 호텔로 유혹하고 백허그를 하고 가슴에 안겨오는데도 연희의 그런 행동들을 단지 우정으로만 생각했다는 말인가? 초등학교 동창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아무리 사업상 연희가 필요했다고 해도 남녀사이의 선은 분명히 그었어야 하는 것이다. 아무튼 현찰이 이렇게 '뒤늦은 자각' 을 하면서 악녀로 변한 연희의 따귀를 아내인 우미가 보는 앞에서 사정없이 갈겨준 것은 도우미를 위해선 참 다행스럽다. 앞으로 현찰이 어떻게 변해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좀 마음에 든다.


현찰의 이 '뒤늦은 자각' 과 관련해서는 꼭 언급해야만 할 인물이 있다. <지붕킥>의 지훈이다. 공항으로 가는 차 속에서 세경의 고백을 들으며 지훈이 자신을 사랑하는 세경에 대해서, 그녀의 사랑에 대해서 '뒤늦은 자각'을 했다고 한다. 이 지점에서 재미있게도 현찰의 뒤늦은 자각과 지훈의 뒤늦은 자각을 비교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현찰의 '뒤늦은 자각' 에 비한다면 지훈의 '뒤늦은 자각' 은 앞뒤 사정상 전혀 설득력이 없는 이상스러운 자각이 아닐 수 없다. 현찰의 자각은 연희의 거짓과 가정 파탄을 통해 강력하게 일어난다. 자각은 그 자각을 일어나게 하는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악녀로 돌변한 연희와 이혼에 대한 우미의 결단이 바로 현찰을 각성시킨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훈에게는 뒤늦은 자각을 하게 만든 분명한 대상이 없다. 세경의 고백이 전부다. 세경의 고백만을 듣고 자각이 일어났다는 것은 지나친 감정의 과잉이다. 만약 지훈이 세경을 사랑하고 있었고 그것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다면 이러한 감정이 세경의 고백으로 인해 자각을 일어나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세경에 대한 감정이 없는 상태에서 이민을 떠나는 당일 날 세경의 고백을 듣고 뒤늦게 자각을 한다는 것은 괴상망칙하다.


정음은 또 어디로 사라져 버렸단 말인가? 세경의 고백을 듣고 정음에 대한 사랑이 더욱 각별해졌다거나 하면 '뒤늦은 자각' 이랄 수는 있다. 그러나 오직 세경의 고백만을 듣고 "아아, 정음을 사랑한 나의 감정은 거짓이었다. 세경을 단순히 동정한 것은 위선이었다! 나는 진정으로 세경을 사랑했다. 내 가슴 속에 세경이 있었다" 는 식으로 자각을 일으켰다면 뒤늦은 자각이 아니라 '정신 분열증' 이다.


지훈에게 뒤늦은 자각이라는 고상한 말은 사실 황당한 결말을 위한 화려한 데코레이션처럼 여겨질 뿐이다. 세경이 털어 놓은 그 사랑의 감정에 뒤늦은 자각 증상, 즉 뽕맞은 것 같은 몽롱한 상태에 도달하고, 핸들을 틀어 동반 자살을 했거나 멍한 상태에서 사고를 당했을 것이다. 지훈의 '뒤늦은 자각' 은 그야말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결말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에 비하면 현찰은 '뒤늦은 자각' 을 통해 정신이 확 깬다. 여러 가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뒤늦은 자각을 하게 한 여러 대상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참 바보 같은 인간이지만 그래도 우정이었다고 더듬거리며 말하는 모습과 연희의 뺨을 내리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뒤늦은 자각" 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딱 적절하다. 이렇게 보면 의사인 지훈은 현찰보다 더 바보 같은 존재처럼 여겨진다. 좀비였던 현찰이 인간이 되어간다면 인간이었던 지훈은 좀비로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지훈은 좀비가 된 채로 '시간이 멈추어' 있다.


첫번째 이미지 출처: http://joy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menu=700800&g_serial=483110
두번째 이미지 출처:http://www.stv.or.kr/ez/bbs.php?table=health&query=view&uid=1275&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