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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선덕여왕

선덕여왕,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선덕여왕,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드라마 <선덕여왕>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장장 11개월간의 대장정이었다. 막을 내린 그 이면의 모습은 우리가 TV에서 보는 것 처럼 화려하지 않을 것이다. '대장정'이라는 말 그대로 고통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신라시대 알천과 비담이 현대의 신종플루에 걸려 고생을 했고, 덕만도 대상포진과 피로 누적으로 고생을 했다. 아마도 추측컨대 모든 배우들이 추위에 몸살이나 감기로 고통을 겪었을 듯 싶다. 배우만이 아니다. 촬영을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잠도 설쳤을 스텝들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모든 촬영을 끝낼 때까지 최선을 다했을 배우들과 스텝진들, 그리고 극작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선덕여왕을 차분히 다시 보면서 신라를 알아보는 것이며 화면상으로 나마 배우들과 스텝들의 노력을 다시 한 번 더 떠올려 보는 것이다. 무엇보다는 지금은 두 손을 마주쳐 보내는 박수이다. 그러나 내게 선덕여왕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드라마 <선덕여왕>은 필자를 부끄럽게 했다. 내 영혼의 아늑한 고향이랄 수 있는 서라벌에 대해서 너무나도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이다. 첨성대와 석굴암, 불국사 등 그 찬란한 문화 유산이라고 입속에만 담던 어리석은 모습이 부끄럽다.  그냥 관광으로 가서 유적지들을 대충 살펴보면서 눈요기를 하는 정도였다. 꼭 서라벌 만이 아니다. 현대라는 시멘트 속에서 모진 생명으로 피어있는 전통에 대해 이제서야 눈을 떠는 느낌이다. 정말 늦었다. 마치 신선한 바람 앞에 서있는 느낌이다. 아득한 옛적,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아버지가 살아왔던 켜켜이 쌓였던 삶의 향을 실어다 주는 그런 바람이다. 내 영혼을 일으키는 바람이다. 
 


우리의 지난 역사를 상상해 본다는 것은 나를 존재케 하는 보다 더 근원적인 시간과 공간으로의 여행이기도 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일어났었던 또 다른 이야기들은 그래서 내게는 소중하다. 나의 세포 하나 하나에 그런 역사의 숨결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그렇다. 그런데 이토록 세포 하나 하나에 담겨져 있는 끈끈한 역사(전통)이라는 존재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다. 일례로, 얼마전 국사를 필수 과목이 아니라 선택과목으로 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건 정말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역사를 배우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러한 발상은 도대체 누가 했을까? 안타깝고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놓고도 드라마 <선덕여왕>은 좋았던지 무슨 대상을 수여하고 난리다.
 


또한 드라마 <선덕여왕>은 필자를 즐겁게 해주었다. 재미있게 해주었다. 삶은 재미있게 살고 볼 일이다. 그렇다고 쾌락만을 추구하자는 말이 아니다. 스스로 재미있는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누군가 삶의 재미를 제공해 준다면 이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나는 재미를 만들어 주는 사람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내고 싶다. 그들이 없다면 삶이 별 재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콘>같은 프로그램이 그렇다. 11개월 동안 드라마<선덕여왕>은 내게 재미를 제공해 주었다. 이런 재미를 제공해 주면서 그들은 상업적인 이윤과 보람을 누릴 수 있었겠지만 나 또한 11개월 동안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다. 때로는 스트레스를 날릴 수도 있었다. 시간을 빼앗겼다는 후회보다는 시간을 즐겼다는 기쁨이 더 컸다. 

또 있다. 재미만이 아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이 고스란히 재현해 놓고 있는 우리의 문화에 대한 다소 무거운 호기심도 일었다. 앞서 언급한 서라벌에 대한 관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헌상의 고증에 더해 상상으로 탄생한 신라의 그 모든 것에 생각하고 생각해 보고 싶다. 아니 느끼고 싶다. 알고도 싶다. 얼마나 모르고 살았는가에 대한 자기 반성인 셈이다. 뿌리를 모르고 그저 보이는 가지와 꽃과 열매만을 추구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던지. 혹 반성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첨성대의 한 모퉁이에서라도 신라의 향기를 느끼려고 노력하고 싶다.  


또 무엇이었던가? 무언가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남아 있는 듯도 하다. 하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만을 이 포스트에 풀어 놓을 수는 없다. 혹 생각이 난다면 서둘러 적을 것이다.


내게 제공해준 드라마 <선덕여왕>의 즐거움이 다시 날개를 펴고 새로운 한류의 바람이 되었으면 한다.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러가지 부가 가치들을 창출해 내면서 국위도 선양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문화가 세계로 퍼져 훌륭한 가치들과 아름다운 전통의 의미도 향기를 몰고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우리의 문화가 세계의 평화와 문화적인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너무 거창한가. 

 


참 즐거웠다. 누구보다도 11개월이란 시간은 배우들에게 스텝들에게 소중한 인생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 한 자락을 나 또한 공유할 수 있어서 참으로 기분 좋다. 나의 삶을 기분좋게 해준 사람들, 즐겁게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