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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결혼해주세요

결혼해 주세요, 윤서영을 왜 이렇게 망가뜨리나?


<결혼해주세요> 49회는 보기가 고역이었다. 등장인물의 갑작스런 성격 변화 때문이었는데, 정임과 태호의 우유부단하고 엉거주춤한 관계는 말할 것도 없지만, 특히 윤서영과 최현욱의 변화가 그랬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성격의 변화는 제작진의 인위적인 의도가 너무 엿보이면서 자연스러움을 방해했다. 제작진이 정임과 태호의 재결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 보니(?) 주변의 인물이 재결합을 위한 부차적인 지위로 추락하고만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드라마를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리는지 모르겠다. 이것은 시청자율만을 의식한 태도가 아닌가 싶은데, 아무리 시청율이 중요하다고 해도 이건 좀 아니지 싶다. 

이미지출처: KBS 드라마 포토 갤러리



정임과 태호의 재결합을 염두에 두면 이들의 이혼을 무의미한 것으로 돌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정임과 태호에 대해서 동정할 수 있는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야만 한다. 이것은 정임과 태호라는 인물 자체의 변화를 통해서도 가능하겠지만 주의 인물들을 추락시킴으로써도 가능한 것이다. 즉, 주인공은 주변 주변인물들과 사건에 의해서도 돋보이게 되는 것이다. 일를 경우 정임과 태호에게 가장 가까운 인물들이 최현욱과 윤서영인 것이다. 만약 이들을 불합리하고 잘못된 인물로 바꾸어 놓는다면 정임과 태호의 재결합은 순조로울 수 있는 것이다.


윤서영의 경우 49회에서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윤서영은 최소한 품위있는 인물이었다. 비록 태호와의 불륜으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존재였지만 윤서영이라는 인간만으로 놓고 볼 때는 위악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현대적인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진 발랄한 포스트모던한 여성이었다. 가정이라는 중심점을 해체하려고 했으니 말이다. 농담이지만, 이런 윤서영이 제도와의 불화는 초래는 했지만 나쁜 여자는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윤서영이 처한 위치는 애매하고 경계에 위치해 있었고 그녀의 고독이나 외로움도 이해해줄만 한 것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윤서영이 나쁜 여자로 돌변하고 말았다. 어느 정도의 복수를 예상하기도 했지만 이 정도로 뒤통수를 칠 정도를 상상하지는 못했다. 사실 복수라는 것도 필자의 바람에 지나지 않았고 말이다.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여자였던가 생각해 보니 전혀 아닌데, 단지 제작진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윤서영의 추락이야 말로 정임과 태호의 관계에 동정을 일으키고 재결합의 초석을 까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 보는 모양이다. 이건 참 천박한 방식이다. 윤서영이 심적으로 이렇게 돌변할 이유를 가지고 있다면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없다. 태호의 엉거주춤한 태도, 자신을 안고 정임아, 정임아 하는 태도에게서 겪는 수모가 그토록 강렬한 것이었을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이전에 윤서영은 태호에게 그렇게 집착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쿨한 여자였다, 언제든지 태호를 떠날 수 있는 이기적이기는 하지만 이지적인 여자였으며 감정이나 충동에 휩슬리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김태호 교수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이혼 사실을 언론에 흘려보는 치졸한 짓과는 거리가 먼 여성이었다. 그러나 제작진들을 윤서영의 뒤통수를 내리치면서 이혼 사실을 불도록 강요해 버렸고 윤서영을 나쁜 여자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49회에서 윤서영을 보면서 과장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불륜에 집착하는 열정의 화신처럼 보여 영 거북했다. 왜 이렇게 윤서영을 망가뜨리려 하는지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꼭 이런 방법만을 선택해야 했을까? 재결합이 이 드라마의 운명적인 결론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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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에 비하면 아직은 망가진 모습은 아니지만 최현욱의 위치도 마찬가지이다. 최현욱은 참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인물이었다. 연예기획사 대표지만 경영방식이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 분명히 최현욱은 정임을 사랑하고 있다. 그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 태호보다도 더욱 더 애틋하다고 할 수 있다. 정임이 이혼하기 전부터 이런 감정이 있었지만 유부녀라는 사실이 그의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이혼하고 나서는 사정이 달라졌고 최현욱은 정임의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기 위해 가수로 적극 밀어주고 있다. 정임의 실력이 50이라면 최현욱의 노력도 50%라고 할 수있다. 아니 그 이상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보상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정임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이런 최현욱이라면 정임이 믿고 서로 사랑하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최현욱의 사랑이 감추어져 있지만 정말 애틋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현욱을 망가뜨리려고 작정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결국 최현욱도 회사의 대표인지라 회사경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최현욱의 바운더리를 제작진은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다소 속물적인 인간으로 최현욱을 몰아가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느껴진다. 단지 필자의 직감이다.정말 이렇게 되면 내가 왜 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지 실망스럽게 되고 말 것이다. 윤서영을 그렇게 망가뜨렸다면 최현욱을 그렇게 망가뜨리는 것도 불가능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이와 더불어 진심이나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태호를 포장할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해질 것이다. 49회에서 태호가 장인(장용 분)을 찾아가 징징대는 것이 바로 그렇다. 제작진은 태호를 영구로 몰아가면서 도시적인 이미지를 탈피시키면서 원시적인 인간으로 몰아가지 않을가 싶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제작진이 태호를 정임에게 자신의 진심을 내보이지도 못하는 순순한 남자, 우유부단하고 주저하는 남자로 변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에휴~~ 윤서영과 만나면서 태호의 갈팡질팡,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긴 했지만 저임에게는 대체로 단호한 모습을 보였고 진심이 그랬던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 김태호 사회학교수를 영구로 만들어 동정을 유발시킨다면 이게 무슨 코메디란 말인가?


이전에 필자는 다른 포스트에서 결말에 대해 나름대로 개인적인 의견을 개진한 바가 있다. 꼭 그래야만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드라마가 인물들에게 의해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괜히 잘 나아가는 인물들을 이상하게 만드는 누는 범하지 않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