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준과 유경이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될 줄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마준이 팔봉 선생의 제자가 되면서 마음 속 깊이에서 변화가 싹트리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변한 마준이 서인숙이나 한승재에게 어느 정도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까 판단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추측과는 달리 마준은 서인숙을 팔지로 협박할 정도로 그 악마성이 극에 달해 있습니다. 유경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준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버지를 부정하면서 철저하게 복수의 길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KBS 드라마 포토 박스 사진 캡처


이런 의미에서 마준과 유경의 결혼은 복수심의 결정체라고 할 만큼 복수심으로 하나가 된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의 결혼은 사랑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랑이 없는 결혼이기에 결국 불행을 예고할 수 밖에 없습니다. 탁구가 그렇게도 유경의 행복을 바라지만 마준이나 유경은 행복할 수가 없는 존재들입니다. 사랑이 없는 데 어떻게 행복해 질 수 있을까요? 마준과 유경이 묶이는 그 결혼의 형식은 마치 기성세대의 위선과 권위주의를 부수는 전위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상 그 결혼의 내면에는 복수가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결혼을 젊은 날의 패기나 반항이라고만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일단 이들의 결혼 자체만으로 서인숙이나 한승재에 대한 복수로 충분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마준이나 유경이 이렇게 복수심만을 드러내며 사랑 없는 부부관계를 이끌어가서는 안됩니다. 마준과 유경이 단순히 복수만을 위해 결혼을 하고 그렇게 파멸되어 간다면 이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것과도 거리가 멀 것입니다. 필자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행인 것은 탁구가 있고 구일중이 있다는 것입니다. 팔봉선생도 그렇구요. 이들이야 말로 마준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마준의 트라우마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 못지 않게 구일중의 이유 없는 냉대도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구일중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있다면 마준은 변화하리라 생각합니다. 유경의 경우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그런대로 치유가 되고 있습니다. 그녀가 십 수년만에 만난 아버지가 진정으로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위에 성장하면서 겹겹이 쌓여 온 그녀 삶의 고통과 괴로움의 지층들은 만약 근원이 되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사라지면 서서히 치유가 될 것입니다. 변화 없는 서인숙과 한승재와는 달리 유경의 아버지는 변화를 보여주었기에 말입니다.



마준에게도 이런 존재가 있다면 바로 구일중입니다. 유경에게 변화한 아버지의 존재처럼, 마준에게 변화한 구일중은 마준이 변화하는 시작이 계기가 되리라 봅니다. 이미 유경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ㅅ급니다. 마준에게 구일중의 진심을 전해주겠지요. 마준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오랫동안 지켜왔지만 이제는 제발 변화하면 좋겠습니다.탁구와 구일중, 그리고 여기에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있는 유경이 합세한다면 마준이도 변화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인숙이 변화하지 않더라도, 한승재가 악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해도 말입니다.


3회 남은 드라마를 보면 풀리게 되는 과정이지만 괜시리 마준의 변화를 기대하고 또 기대하다보니 이런 넋두리같은 글을 쓰게 되었네요. 속으로 마준과 유경이 결혼하지 않기를 바랬지만, 생각해 보니 듬직한 탁구보다는 내면의 상처로 불안하기만 한 마준의 옆에 유경이가 있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아무튼 팔봉 선생이 3차 경합으로 제시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을 모두 맛보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