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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제빵왕 김탁구

김탁구, 누가 서인숙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제빵왕 김탁구> 의 가장 악한 존재는 서인숙과 한승재입니다. 정말 회가 거듭될수록 이들의 악은 용서 받지 못할 지경까지 치닫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우리의 아킬레스건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지나친 자식사랑입니다. 이 자식사랑과 관련해서는 서인숙은 바로 우리의 자화상인 까닭입니다. 사실 서인숙과 한승재도 구마준이라는 자식에 대한 사랑 하나만큼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너무나 비뚤어진 자식사랑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KBS 드라마 포토박스 사진 캡처


자식 사랑이란 어떠해야 할까요? 우리는 범죄도 서슴치 않는 서인숙과 한승재의 지나친 구마준 사랑을 보면서 비록 극단적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부모들에게 자식 사랑에 대한 의미있는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봅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란 자식을 위해 부모가 무엇이던 다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자식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이끌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자식 사랑이란 적어도 자식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고 독립적인 개체로 자식을 존중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러한 자식사랑에 대한 생각은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히기도  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적어도 자식이 성장하면서 함께 고민을 나누는 자식의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는 견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부모가 일방적으로 자식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만들려고만 한다면 그것은 자식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에 불과합니다.
 


드라마 상에서 서인숙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마준에 대한 자식 사랑이라기 보다는 자기 욕망의 충족이 더욱 강합니다. 그리고 지나친 우월의식의 소산이기도 합니다. 서인숙은 신유경에게 "너 따위가......" 하는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구마준이 탁구에게 하는 "거지 같은 녀석이......" 라고 하는 말과 같은 태도와 사고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이것은 서인숙의 사고와 태도가 구마준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경우로 부모 교육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튼 겉으로는 마준을 위하는 자식 사랑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마준을 자신의 뜻대로만 하려는 소유물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우월 의식 속에 마준을 가두는 것이기도 합니다.  마준이 서인숙에게 반항하는 것도 그저 자신의 출생의 비밀때문 만이 아닐 것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속속들이 드러나 있지는 않아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구마준은 거성가의 황태자로 판에 밖히고 형식적인 삶을 살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서인숙은 마준이 어렸을 때부터 거성가를 이어 받을 후계자로서 사사건건 간섭하면서 마준의 삶을 자신의 의도대로 설계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지요.


KBS 드라마 캡처


이 지점에서 과연 우리 또한 서인숙의 태도를 자유롭게 비판만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필자를 포함해서 수많은 부모들이 과연 서인숙처럼 자녀들을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대리적인 존재로 길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지나친 영어학습 열풍을 비롯한 사교육의 지나친 범람은 결국 자식 사랑이란 말로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부모의 욕망들이 충돌하는 강육강식의 세상을 대변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서인숙의 빗나간 구마준 사랑과 무엇이 다른지 구분할 수 있을까요?


교육뿐만이 아닙니다. 자식의 결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인숙은 마준이 유경과 결혼하려는 행동에 경악합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인숙의 태도를 이해할 만은 합니다. 어떻게 키운 구마준입니까? 그런 구마준이 한낱 보육원 출신의 신유경과 결혼을 한다니 기가 찰 노릇일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서인숙의 입장이라면 어떨까요?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부모고 이런 자식의 선택에 선뜻 쌍수를 들고 환영할까요? 


하지만 서인숙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결국 비판받아야 마땅한 문제는 결국 결혼문제도 서인숙 자신의 욕망 충족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즉 결혼 상대자에 대한 서인숙의 태도에 어느 정도 수긍을 하면서도 바로 욕망의 충족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특히 구일중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까지 더해져 구마준에게 집착하는 것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듯 합니다. 자식을 독립적인 개체로 보기보다는 여전히 혈연이라는 탯줄로 이어진 존재로 여기다 보니 언제나 물질적인 풍요, 명예, 사회적인 지위 등 현실적인 가치를 강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이나 희망은 결코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자식의 입지를 좁히고 강요한다면 결코 바람직스러운 것은 아닌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인숙의 구마준에 대한 집착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교육 문제의 해결과 지나친 경쟁 사회의 완화는 단순히 입시제도나 고용 문제의 해결만이 아니라 총제적으로 우리 사회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총제척인 생각 속에 '우리 속에 도사리고 있는 '서인숙의 사고와 태도' 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즉 단지 제도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에서 우리 자신들의 사고 변화에도 방점이 찍혀야 하는 문제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