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13,14회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라면 타락한 권력과 이에 아부하는 경찰조직이었다. 경찰조직이 악과 결탁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경찰을 믿을 수 있을까? 결국 도수가 알아버린 이 절망적인 현실은 치가 떨릴 정도였다. 정의를 세워야할 경찰이 오히려 불의를 묵인하고 정의를 압살하는 전도된 현실은 타락한 세상의 일면을 보여주었다. 경찰이 불의의 편에 서는 세상은 상식적인 세상이 아니다. 허울 좋은 언어만을 두르고 있을 뿐이다.
KBS드라마 포토 갤러리
우리가 언어를 믿지 못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경찰이 권력의 하수인이 되는 현실에서 ‘경찰’ 이 ‘경찰’ 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견찰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전도되어 버린 언어들이 마치 공기처럼 세상을 감싸고 있다. 그리고 이 공기를 오랫동안 호흡하다 보니 ‘그러려니’ 하는 관습이나 타성에 젖어버린다. 정치인이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는 확고한 사건이 터져도 응당 ‘그러려니’ 해버리고 만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세상은 영웅이 필요하다. 전도된 가치를 다시 바로 잡고 정의를 세우고 불의를 응징하는 영웅이 필요한 것이다. 드라마의 지우와 진이, 그리고 도수가 그런 존재들이다. 비록 수퍼맨이나 배트맨 같은 초능력을 가진 영웅은 아니지만 그런 영웅인 것이다. 드라마가 아닌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에서 우리에겐 김연아 같은 존재가 영웅이다. 또 박지성이 영웅이랄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랜 시간을 묵묵히 노력하면서 세계의 정상에 우뚝섰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편법이 통하지 않는, 부정이 통하지 않는 자리라 우리의 현실에서 보면 가장 비현실적인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노력의 결실이었기에, 정정당당한 경기를 통해 얻어낸 정상의 자리이기에 김연아, 박지성은 우리의 문화적인 수준을 한층 더 상승시킨 것이다. 김연아나 박지성처럼 노력할 때 성공할 수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믿음이에 근거해 있다.
그러니 타락한 세상의 일부 인간들은 그런 영웅들을 좋아할 리가 없다. 계속해서 자신들의 이권이나 자리를 가지고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악을 일시에 응징해버리고 세상의 잘못된 점을 고치는 능력을 가진 영웅을 탐탐치 않게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영웅이 없는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양두희와 국장(도수의 상관)의 굴욕적이고 종속적인 관계는 법도, 국민의 희망도 잔인하게 짖밟은 짓이었다. 그사이에 도수가 등장하여 진실을 밝히려고 하자 영웅 따윈 필요없다는 듯이 오히려 도수를 범죄자로 수배하게 된 것이다. 이 얼마나 정의와 부정의가 뒤바뀐 세상인가 말이다. 도수가 영웅으로 일어서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도수는 그저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선택을 한다. 영웅이 탄생하기란 참 어렵다. 그래도 필자는 도수가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간절하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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