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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도망자 Plan B

도망자 Plan B, 늦게 시동 걸린 도망자의 흡입력?


도망자 시청의 불편함
<도망자 Plan B>(이하 도망자 표기)에 대한 최근의 평가는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도망자>를 계속 보아온 필자도 그런 실망감에 일부 공감합니다. 이 실망감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1,2회에서의 산만함과 혼란스러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글로벌함으로 차별성을 두다보니 이나라 저나라 눈요기감은 되었지만 집중도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일본어, 영어, 중국가 뒤섞이면서 자막을 보아야 하는 점도 불편했습니다.




작품 외적인 문제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점들은 작품 내적인 스토리나 구성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작품 외적인 문제에 가깝습니다. 작품 자체의 미숙함이나 실패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단지 보기에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으며 이질적인 요소들이 게재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지우(비)의 경박스러운 캐릭터라거나 다중 언어로 인한 자막보기, 지나친 노출과 키스신은 작품의 형식이나 치장에 가까우며 본질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 시청률을 잡으려는 제작진의 불순한 동기도 작용했겠구요, 특히 <대물>의 권상우와 마찬가지로 비에 대한 인식이 드라마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게 한 측면도 있었구요. 따라서 <도망자>는 이런 지엽적인 부분들에서 비판의 여지는 있지만 구성이나 스토리는 대단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할 만합니다. 따라서 <도망자>는 기대에 부응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늦게 걸린 시동
7회에서 그 진면목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8회에서는 스토리에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산만했던 이전의 내용들이 이제 응집력을 가지면서 집중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흩어졌던 인물들과 사건들이 추려지고 정리되면서 개연성을 가진 하나의 사건으로 수렴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재미있다는 것이지요. 재미있습니다. <도망자>는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청률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도망자>를 선택하고 인내하며 보아온 분들은 인내의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그런 시청자들 중에 하나이구요.



흥미를 자아낼 몇가지 점들

1. 정치적인 음모
그렇다면 이제 하나의 사건으로 수렴되는 스토리에 있어서 어떠한 점들이 흥미를 자아낼지 무척 궁금합니다. 우선 앞으로 흥미를 자아낼 가장 큰 요소는 ‘정치적인 음모‘ 일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양두희(송재호 분)의 아들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것으로 보아서 그의 아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치적인 요소는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한 풍자나 비판으로 이어지면서 어떤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태광산업의 정치비자금과 관련해서 말입니다.


2.멜기덱의 정체
둘째로는 멜기덱의 정체입니다. 8회에서 진이를 만나고 호텔에서 나온 카이는 차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의 비서 소피에게 멜기덱을 만나러 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면서 카이가 양두희와 황미진(윤손하 분) 과 함께 대화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멜기덱이 양두희라는 추측을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분명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또한 카이가 지우를 진이의 부모와 삼촌을 살해한 멜기덱으로 둔갑시키려는 음모에 빠트리는 것을 보면 카이는 멜기덱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도대체 멜기덱은 누구일까요? 필자의 생각으로는 양두희도 멜기덱으로 통하는 일종의 사다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황미진은 양두희의 하수꾼에 불과하구요. 이렇게 멜기덱의 정체를 따라가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3.도수의 역할
셋째로는 도수의 존재입니다. 8회의 내용으로 판단해 보면 지우는 단순히 멜기덱이란 개인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권력과 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권력의 실체가 현재로는 양두희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드라마상에서 이 양두희가 대한민국에 갖는 영향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 영향력은 검찰, 경찰, 정치계에가지 뻗어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물>로 치자면 조배호 같은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검찰과 경찰을 좌지우지 할 정도이다 보니 지우를 진이의 부모와 삼촌을 살해한 멜기덱으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구요. 8회에서 지우가 도수에 의해 체포되고 난후 경찰 조서 없이 일사천리로 검찰로 송치되는 장면을 보면 그렇습니다. 지우의 계좌를 경정적인 살인의 증거로 삼은 것도 그렇구요. 지우 정도는 그저 희생양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존재가 양두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수가 어느 정도의 활약을 해주지 않으면 사건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지우의 대척점에 서있던 도수가 지우를 돕는 관계로 발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4.사랑

넷째로는 사랑입니다. 카이-진이-지우로 형성된 사랑의 관계입니다. 카이- 진이의 사랑이 진실한 사랑일까? 진이와 지우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도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요소입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카이는 여전히 신비스러운 존재입니다. 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 같기에 더욱 궁금해 집니다. 카이는 참 응흄한 야심가 같기에 말입니다. 사랑은 예외일가요? 1, 2회부터 경박스럽고 여자를 밝히던 지우가 과연 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인간이 될지도 관심사입니다.



5.조선은행 발행의 금괴와 은괴, 그리고 지폐
다섯째로 무엇보다도 가장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조선은행 발행의 금괴와 은괴, 그리고 지폐입니다. 8회의 내용상 양두희가 이 금괴와 은괴를 가로채서 정치자금, 사업자금으로 은밀하게 사용한 것 같은데요. 이를 드러내어줄 단서가 조선은행 발행의 지폐인 것 같습니다. 이 지폐는 죽은 진이 아버지의 손에서 발견된 것으로 현재로는 진이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진이를 추적하고 살해하려는 것도 이 지폐 때문인 것 같구요. 도대체 이 지폐와 금괴와 은괴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이며 양두희는 어떤 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며 카이도 이 문제에 어떻게 개입이 될지 참 궁금합니다. 혹 카이가 미 CIA 쪽 요원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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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도망자>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청율의 하락 원인들이 작품 외적인 면에서 생겼다고 언급했구요, 8회를 기점으로 스토리가 소실점을 향해 수렴되는 것처럼 스토리에 탄력을 받으면서 산만했던 이전의 내용들이 응집력을 가지면서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관심을 끌게 될 몇 가지를 나열해 보았구요. <도망자> 앞으로의 스토리 전개가 참 궁금해 집니다.


*이미지출처: KBS 드라마 포토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