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있습니다. 그 여운이라는 것이 부분적으로 '감동' 에 기인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여운의 실체적인 감정은 무엇에서 기인할까요? 바로 '분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권력' 과 '권력자'에 대한 분노입니다. 재벌인 대통령 후보의 아버지가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이나 대통령 후보라는 작자가 거짓과 협잡으로 얼룩진 인물이란 사실이 아무리 드라마 속이지만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사 <도망자>는 현실에 대한 대리만족적인 성격이 강했습니다. 사실 권력이나 권력자는 한 개인이 맞상대를 하기에는 불가능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현실 속에서 한 개인이 이런 권력과 권력자와 대항한다면 참 시원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개인보다는 집단이나 단체를 통해 타락한 권력과 권력자에 대항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개인이 이런 활동을 한다면 영웅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우리는 이런 사례를 70, 80년대의 민주화 쟁취 시대에 수 없이 목격했던 기억이 납니다. 천계천 광장 동상의 주인공 전태일도 그런 인물들 중의 한 분입니다.


70, 8년대를 되돌아보면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암담한 현실이었습니다. 경제적인 성장을 위해 민주주의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독재적인 권력이 장기적인 집권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투명한 사회와는 거리가 먼 사회이다 보니 수많은 권력형 부정부패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 구석구석 부정부패가 구조적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심각한 시대였습니다.


이런 사회적인 관행에 오랫동안 젖다보니 지금도 그 당시의 사고방식에 향수를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당주의나 부정부패의 관행들은 여전히 유전처럼 우리의 의식 속에 대물림되고 있는 듯합니다. 드라마 속 양두희나 양영준은 바로 그런 악습의 알레고리로 읽을 수 있습니다.





양두희는 구시대의 타락한 인물입니다. 신세대는 이 양두희와는 달라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두희보다도 더 사악한 그의 아들 세대를 보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부모대의 잘못을 바로 잡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새로운 세대의 인식이고 방식이 되어야 하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새로움은커녕 구세대의 악습을 고스란히 물려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이런 악습이 더욱 악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방식과 교묘하게 결합되어 표면적으로는 대단히 선하게 위장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선한 정치인을 가장한 양영준에게 제대로 속아 넘어간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러한 위장은 너무도 정교해서 우리가 알아내기에는 정말 힘든 지경입니다. 필자를 비롯한 대중들이 권력자에 자주 속아 넘어가는 것도 위장이 너무나 교묘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노골적으로 폭력적인 구세대와는 달리 오늘날은 민주주의를 가장하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다는 사실입니다. 독재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는 없지만 부패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보면 언어라는 것이 참 기만적이라는 사실입니다. 많은 변화를 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악습이 잠재되어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도망자>를 통해 경박하고 사랑 타령이나 하는 지우와 연약한 진이가 거대한 권력에 맞서 그 권력자를 침몰시키는 것은 우리가 꿈어 온 것인지 모릅니다. 도수와 윤형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카이와 소피의 존재도 그렇습니다. 하나 같이 개인들이며 사랑하고 실연에 눈물짓는 보통 사람들입니다. <도망자>는 헐리웃의 영웅적인 개인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걸 바꿔 말하면 <도망자>가 헐리웃으로 가면 단순히 오락적이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 태어난 <도망자>는 우선 우리의 현실이라는 맥락에서 보아야 하기에 헐리웃 영화식과는 다른 의미로 보고 싶습니다. 또 그렇게 와닿습니다. 아무튼 지우와 진이, 도수와 윤형사, 카이와 소피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지도 모릅니다. 대리만족감을 느꼈기에 <도망자> 그래서 보는 내내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www.kbs.co.kr/drama/planb/report/photo/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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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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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지 2010.12.14 07: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저희집은 개인적으로 대물을 보면서 그렇게 느꼈지만요 ㅎ

  2. DDing 2010.12.14 07: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타락한 권력이란 건 영원히 없어지지 않은 기생충이죠. ㅎㅎ
    잠복해 있다 언제 다시 나타날 지 모르는... 박멸되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

    • 걸어서 하늘까지 2010.12.16 17: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권력이 국민들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데 권력자들이 호의호식 하는 경우를 보게 되니 정말 기가 막힌 현실이죠. 이런 현실이 어떻게 고쳐질 수 있을지 화만나네요~~

  3. 자수리치 2010.12.14 15: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부패층의 몰락이라 더 대리만족을 느꼈던 거 같네요.^^
    넘 오랜만에 왔습니다.~~

  4. 선민아빠 2010.12.16 13: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대물을 많이보고 중간중간에 조금씩만 봐서 도망자를 다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불모의 땅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더욱 더 아름답다.



사랑을 작고 귀여운(?) 한 마리의 동물에 비유한다면 카멜레온이 아닐까 한다. 순전히 색깔 때문이다. 투박한 피부로 따진다면 어디 비유할 엄두가 날까. 카멜레온이 변하는 그 색깔처럼 연인간의 사랑은 그들만의 색깔이 있다. 가슴 뭉클한 그 사랑의 감정이 다 다르듯이 말이다. 연인들에게는 사랑이 절대적이다. 그리고 상대적이기도 하다. 사랑과 질투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하는 것도 절대적이면서 상대적이기 때문이지 싶다.




<도망자>는 다른 색깔의 연인들의 사랑을 보여주었다. 한편에는 그 살벌한 정치적인 음모와 살인, 위선과 가식, 그리고 증오가 있었던 반면에 다른 한편에는 그런 색색의 사랑들이 있었다. 드라마상의 이러한 대립적인 요소의 배치는 의도적이었기에 더 돋보인다.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우리가 꽃을 피워야 할 곳은 화단에서 만이 아니라 위악한 현실의 메마른 사막 위여야 함도 함께 배웠다. 불모의 땅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더욱 더 아름답다.


연인간의 사랑들이 확인시켜주는 것은 좀 더 넓은 의미의 사랑이다. 그들의 사랑은 그런 사랑의 의미망 속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은 불신과 증오의 땅에 뿌리를 내렸고, 사악한 공기에 줄기를 드리웠고, 증오의 물줄기에서 꽃을 틔었다. 그들의 사랑은 이 모든 타락한 세상의 껍질을 뚫고 결실을 얻는 것이기에 더욱 더 소중하다. 생채기만 무수하게 내는 이 세상에 그들의 사랑은 치유의 아름다움이기도 했고, 짓밟는 발길질을 막는 온화한 미소이기도 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김을 보았다.




그래서 <도망자>를 보고 나서 사랑이 살아남은 것에 너무 감동적이 되었다. 다시 한번 세상은 서로 사랑만 하며 살 수 있는 곳은 될 수 없을까, 하고 질문도 하게 되었다. 드라마는 현실이 될 수 없다는 생각도 잠시나마 유보하고 싶다. 그냥 그런 믿음만을 자기 위안으로 삼고 싶기도 하다. 쫒고 쫒기는 상황에서 그 풍성한 사랑놀음이 어디에 있을 수 있나 하고 말하기도하겠지만 그렇게 보고 싶지 않다. 악을 물리친 건 이성적인 머리였을까? 그렇게 믿고 싶지도 않다. 오직 사랑이라도 믿고 싶다. 양영준의 기자회견장에서 지우가 진이에게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 그 장면이야말로 이 <도망자>의 성격을 제대로 보여주는 압권 중에 압권이라고 믿는다. 사랑의 승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사랑의 팡파레를 퍼지게 하는 것이다. 이 장면으로 제작진을 비난한다면 도대체 드라마의 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며 제작진은 무엇을 의도해야 할까? 이 의도된 장면만큼 의미있는 장면이 어디에 있었던가? 사랑 좀 하고 살자고 외치는 지우의 말은 오히려 눈물 겹기까지 하지 않던가! 




재벌이라는 인간도, 정치인이라는 인간도 사랑을 몰랐기에 얼마나 불쌍하던가? 얼마나 초라하던가? 근데 이들은 죽는 순간까지도 이런 사실을 알 수 있을까?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려는 탐욕이 바로 그런 무지함의 명백한 이유가 된다. 군림하려는 인간들은 무지한 인간들이다. 사랑을 모르는 무지한 인간이다. 겸손해지고 내려오면 내려올 수록 더 크진다는 사실을 모른다. 사랑하는 이들은 얼마나 아름답던가? 풍성하던가? 도망치고 궁지에 몰린 것은 사랑이었지만 결국 사랑이 승리하지 않던가? <도망자>는 결국 사랑이었고 사랑의 승리의 확인이었다. 비의 경박함만큼이나 이 드라마가 가벼웠다고 한다면 잘못된 것은 아닐까?


도망자 제작진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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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촌댁 2010.12.10 08: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망자는 한번도 보지도 못했는데 종영을 했네요.^^;;
    갖가지 다른 사랑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시니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듭니다.
    전 그저 액션만 나오는줄 알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도망자 리뷰하시느라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저도 드라마 리뷰를 하다보니 종방하고 나면 참 뿌듯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좋은 하루되세요.^^

    • 걸어서 하늘까지 2010.12.11 22: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개인적으로 <도망자>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드라마의 초반에 감각적인 요소를 너무 강조하다보니
      시청률이 많이 떨어져 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끝나고 나니 아쉽네요^^;;

  2. 동양천사 2010.12.10 1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벌써 종영되는군요.
    한번 보긴했는데 신기하다라고 생각했었다는..

  3. 보시니 2010.12.10 11: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저도 이제서야 보기 시작했어요~ㅎㅎ
    혹시라 결말을 알게 될까, 스크롤을 내려버려 죄송합니다. ㅠㅜ.

  4. 선민아빠 2010.12.10 1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쵸 남을 짓밟고 올라서서 군림하려는 자들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겠습니까...?

  5. 김루코 2010.12.10 14: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망자가 끝났다고 하던데.. ㅎㅎ
    많이들 보는 드라마 였던거 같아요.. ㅎ
    잘 보고 갑니다. ^^

  6. ♣에버그린♣ 2010.12.10 15: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보지도 않았는데종영? 헐

  7. 더머o 2010.12.10 16: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지훈의 반전에 깜짝놀랐었어요 ㅎㅎ 조마조마 막 도망자보며서 금을꺼내!! 꺼내 ! 하면서 말이죠 ㅎㅎ

  8. 김치군 2010.12.10 20: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재미있었어요.. ㅎㅎ..

    다만, 스토리라인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