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은 시대극으로 그 당시의 문화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물론 특수한 것을문화 상대주의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고 보편적인 것을 협소하게 이해하는 경우도 있을 지 모르겠다. 60,70년대의 시대 배경을 고려해 본다면 가부장적인 가족제도나 남아선호 등은 보편적인 그 시대의 문제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서인숙의 불륜과 구마준의 출생은 그 시대에도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아무리 상대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해도 ‘상대적인 이해‘ 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 바로 구마준의 출생이다. 너무 구마준, 김탁구라는 존재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구일중과 서인숙의 동시적인 불륜으로 가게 한 것은 참 엽기적이었다. 이것은 낯익고도 낯선 장면이라는 야누스적인 성격을 갖는다. 전통과 서구적인 것의 충동이라는 의미에서 그렇다. 따라서 이 지점에서 본다면 <제빵왕 김탁구>는 시대를 반영하는 시대극이지만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엽기 호러물(?)의 성격도 갖는다. 즉 구마준이 특수한 관계(서구적인)에서 나타난 존재라면, 탁구는 보편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가진자들에게는 흔하게 발생한 그런 관계(전통적인)의 상징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김탁구, 구마준의 존재부터 시작해서 구일중 일가는 완전히 엽기적인 가족이다. 물론 구일중의 가족을 상징적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족 내의 갈등을 사회나 좀 더 큰 집단에 대한 알레고리로 이용할 수도 있다. 즉, 구일중을 성공한 산업시대의 재벌로, 서인숙을 서구 사회의 개인주의적 존재로, 홍여사를 전통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존재로, 그리고 김미순은 남존여비의 희생적인 존재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즉 산업화시대의 문제는 재벌과 서구문화와 전통이 뒤섞여 왜곡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구일중의 가족이 산업화시대의 문제라는 괴물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주인공 김탁구의 삶은 이러한 혼란의 와중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것일 테다.


아무튼 엽기적인 구일중의 가족이 상징하는 것이 사회라면 대단히 적절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구일중의 대저택은 언제나 불편하게만 느껴진다. 이 엽기적인 공간도 공간이려니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별 공통된 점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특히 어른들의 존재는 참으로 엽기적이다. 구일중과 김미순이 정분을 나누는 것을 은근히 눈 감아 주던 홍여사의 태도, 불륜을 저지르는 서인숙과 한승재는 그 행동 자체도 엽기적이지만 가족내의 관계와 연관시켜 보면 더 엽기적인 인간들이다. 누구던 선악이라는 대체적인 판단을 하기 힘들 정도로 선악이 뒤섞여 있다. 단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구일중의 불륜이나 서인숙의 불륜이나 다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 시대의 상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단지 서인숙이 더 부도덕하게 ‘여겨졌다’ 는 차이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비록 엽기적인 관계 속에서 출생한 탁구이지만 그렇다고 그 인간 됨됨이가 엽기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엽기적으로 태어났다는 사실과 엽기적인 가족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참 맑고 순수하고 용맹한 탁구이다. 엽기적이고 혼란한 사회를 바로 잡아줄 존재이기를 바란다. 사회의 상징이 아니라 구일중의 가족이라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 보았을 때 이 엽기적인 가족에서 탁구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면서 어떻게 삶을 헤쳐 갈지 참 궁금해진다.

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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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19 07: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모과 2010.06.19 12: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실은 더 하지요. 모대기업의 회장의 아들들중 어머니가 다른 사람이 네명이나 있거든요.
    엽기적이긴 한데 현실이 더 기가막힌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