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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사랑을 믿어요

사랑을 믿어요, 감동과 재미가 쏠쏠했던 3가지 에피소드들!

 

<사랑을 믿어요> 55회는 세 개의 에피소드가 폭풍처럼 전개되었다. 우선 가장 관심의 중심에 놓여있는 우진-윤희의 관계와 우진-윤화영의 갈등의 해소가 그 한 축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권기창-김영희 부부의 버블같은 소동이 그것이며, 마지막으로 철숙의 결혼 여부가 작은 흐름을 형성했다. 결국 이 에피소드들의 소실점은 ‘사랑을 믿는다‘ 과녁임은 자명하다.


가장 폭풍처럼 몰아닥치고 있는 우진-윤희의 관계는 갈등의 봉합 단계를 넘어 화해로 나아가는 모양새이다. 그 결론이야 뻔하지만 그 관계가 흔치않은 사례인 만큼 그 결론으로 나아가는 과정상에 있어서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행동상의 양상을 살펴보는 것은 참 의미있는 일이다. 특히 차귀남, 김영호, 이미경이라는 부모세대와 김동훈, 서혜진, 그리고 막내 김명희의 반응 양상들을 대별하여 살펴보는 것은 작가의 주관이나 가치를 넘어 사색의 여지를 제공해 준다. 우진-윤희에 국한되는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특수하고 이질적인 가치 전반에 대해 보편적인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 볼 때 우진-윤희의 관계에 대한 차귀남, 김영호의 차분하고 배려하는 태도는 우리사회의 성숙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듯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직 우리사회는 이러한 배려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시민사회의 성장과 함께 가치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사회적인 성격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권력과 관료조직은 변화의 흐름에서 가장 뒤쳐진 듯한 느낌이다. 부정과 부패가 가장 만연한 곳이 권력의 중심과 그 주변부에서며 관료조직은 여전히 권위적이고 경직되어 있다. 차귀남과 김영호의 유연하고 배려심있는 모습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대단히 시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의식적으로 이런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의적절하다. 직설적인 비난이나 비판만이 변화를 추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차귀남이나 김영호처럼 권위를 갖고있되 권위주의와 경직성은 버리는 권력과 관료조직이 되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http://www.tvreport.co.kr/?c=news&m=newsview&idx=133673



우진-윤희의 에피소드 다음으로 큰 흐름을 이룬 에피소드는 권기창-김영희 부부의 그것으로 이혼을 앞둔 부부가 이런 저런 이유로 서로를 동정하게끔 엮어놓고 있는데 이 부분은 개연성이나 사실성을 떠나 ‘코믹한’ 재미로 채워놓고 있다. 이게 한마디로 하면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경구의 코믹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생이란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면서 희비극이라는 미지근한 교집합의 부분까지 형성하며 그렇게 전개가 되는 법이다. 울다가도 웃고 웃다가도 우는 게 인생이란 것이다. 우진-윤희의 그 심각한 비극(결국에는 해피엔딩이 되겠지만)의 한 켠에 권기창-김영희 부부의 산만하고 요란스런 삶의 소동, 이혼을 소재로한 한편의 희극이 있다는 것은 드라마의 묘미를 만드는 구성상의 매력처럼 여겨질 정도이다. 분명 작가가 드라마의 초부터 의도한 것이고 이 의도는 드라마의 균형감을 잘 맞추었다고 본다. 권기창-김영희 부부의 소동은 사실 가관이다. 한편의 만화같기도 한데, 드라마 작가 김영희가 책상도 없이 화장대에 앉아 시나리오를 쓴다든지, 작가의 권위는 손톱만큼도 보여주지 않고 완전히 망가진다든지......그래도 이런 정도는 이해할만한 것으로, 방송 pd 라는 작자가 작가를 완전히 글 뽑아내는 기계로 생각하는 듯한 태도, 인격을 무시하는 처사등은 작가가 처한 현실을 너무 희화적이고 과장되게 그린 듯하다. 그기다 김영희가 다 쓰지도 못한 시나리오의 내용을 권기창이 술술 적어서 김영희가 졸지에 방송 pd로부터 엄청난 칭찬을 받는 장면들은 정말 민망 그 이상이었다. 그래도 워낙에 코믹으로 나간 부부이기에 재미를 보장해 주는 것으로 충분하지 싶다. 정말 미워 할 수 없는 부부이고 비현실적인 부부이지만 현실적인 의미를 구하게 만든다.


55회에 이르도록 등장인물들 가운데 아직도 커플로 맺어지지 않은 인물이 딱 한사람 있다. 철숙이다. ‘사랑을 믿어라’ 는데 사랑하지 않는 외로운 등장인물이 있다면 이건 넌센스다.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목하 철숙의 결혼 작전이 김명희의 머리에서 구상되어 철수에게 브리핑되었다. 변방에서 사랑과는 거리가 먼 위치에 있던 철숙이 큐피트의 화살을 맞기 직전이다. 그 상대는 우진의 친구 경재가 아닐까 싶다. 철숙을 보는 경재의 태도도 조금씩 야릇해 지고 있는 듯하고 말이다. 철숙과 경재가 커플로 이어진다면 이것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외모가 다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철숙의 성격 참 좋다. 아무튼 바로 이 에피소드가 하나의 흐름이었다. 물론 다른 에피소드들에 비하면 가장 비중이 작았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55회의 세 가지 큰 에피소드를 살펴보았는데, 우진-윤희 결혼이라는 가치의 충돌과 그것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행동적 반응 양상이라는 거창한 주제에서부터, 개연성과 사실성(논리와 이성)은 떨어지지만 권기창-김영희 부부의 희극적인 재미의 향연, 그리고 철숙 결혼 시기키 작전에 이르기까지 가족드라마로서의 재미가 쏠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