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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사랑을 믿어요

사랑을 믿어요, 늘어져도 맛이 있는 이유?


 

대개의 인기드라마가 그렇듯이 <사랑을 믿어요>도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50회로 예정되어 있던 분량을 62회로 늘리고 있습니다.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참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물론 시청률의 덕을 보고자 늘이는 것이기에 스토리상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기에,  스토리를 늘린다는 것이 그다지 힘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디 작가가 그냥 작가이겠습니까? 다만 스토리의 골격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골격 외적부분들을 건드리겠죠. 이렇다보니 스토리가 늘어지는 느낌이 역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장방송이 그다지 부답스럽지 않는 이유는 비극과 희극의 절묘한 균형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현재 <사랑을 믿어요>는 비극과 희극이 비빔밥처럼 뒤섞여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이미경의 암발병과 우진과 윤희의 사랑이 비극의 한 편에 위치해 있으며 권기창과 김영희 부부의 이혼 소동과 김철수와 김명희, 그리고 김철숙이 희극의 또 다른 편에 위치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삶이란 것이 웃다가도 울기도 하는 것이기에 이렇게 비극과 희극이 뒤섞여 있는 것이 친근감있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경의 암 발병이라는 비극은 그 속성상 감정을 많이 자극할 것입니다. 이러한 감정적 자극은 스토리를 장식하는 치장물로서 쉽게 자리할 수 있습니다. 비극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비극은 2시간 분량을 10시간 분량으로 늘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감정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이미지출처: BS드라마

희극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혼이라는 상황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권기창-김영희 부부는 정말 심각하기보다는 희화화된 인물들로 오히려 재미와 웃음을 자아냅니다. 필자의 추측으로 12회 분량을 더 늘이는데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이렇다보니 12회를 더 늘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스토리나 구성상의 변화가 아니기에 자칫 동음반복으로 인한 지루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믿어요>는 비극이나 희극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우진과 윤희의 사랑이 늘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늘어짐을 상쇄시는 것이 권기창과 김영희 부부의 이혼관련 송사입니다. 이 부부의 이혼과 관련해서 소송을 준비하는 변호사의 면면이나 대화의 장면들은 참 코믹합니다. 이들을 볼라치면 정말 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권기창의 변호사역을 맡고 있는 이한휘는 기가 막힐 정도로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렇게 만약 우진과 윤희의 사랑이 일변도로 간다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드라마가 그나마 권기창-김영희 부부, 김철수-김명희 부부의 희극적인 모습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한 역으로 시누이지간이 된 김영희와 김철숙의 유치찬란한 갈등이 혀를 차게 만들 정도이지만 다른 비극적인 요소들이 균형을 맞춰주고 있습니다. 한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이렇게 늘어지다 보면 혹시 서혜진과 한승우가 다시 만나지는 않을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비극과 희극이 적절하게 균형을 잡으면서, 어느 한 쪽 일변도로 나아갈 때 생길 수 있는 지루함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면에서, 늘어져도 맛있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