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송재호 분)씨의 둘째딸인 김영희는 권기창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이며 무엇보다도 시나리오 작가 지망 주부이다. 그런데 그녀가 처한 상황은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에는 거의 절망에 가깝다. 아들 셋 뒷바라지에 권위주의적인 남편 밑에서 기죽이며 살아야 하는 현실에서 작가라는 꿈을 이루기에는 삶의 제약이 너무 크다. 참 말이 아닌 정도이다. 이 포스트의 제목을 '아내들의 초상' 이라고 지었지만 사실상 '남편들의 초상' 에 대해 포스트를 적는 편이 낫다고 할 만큼 권기창과 김동훈으로 대별되는 남편의 모습들이 참 재미가 있다. 그러나 아내에 촛점을 맞춘 것은 남편이 고정적인 의식이나 행동 반경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아내는 그 변화가 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초상의 의미도 정적인 특성보다는 동적인 의미에 가깝다고 할 수있다. 변화의 과정으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남편 권기창의 폭압과 세 아들들의 뒷바라지, 그리고 가사에도 불구하고  김영희는 자신의 꿈을 잃지 않는다. 장을 보러 가면 PC방에 들러 시나리오를 쓰는 데 참 보기가 딱할 정도이다. 이런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는 데, 남편이 없는 동안  집에서는 왜 글을 쓰지 않을까란 의문이다. 추측컨데 집에는 남편 권기창의 방에 컴퓨터가 단 한대 밖에 없으며 패스워드가 걸려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검퓨터 통제도 권기창은 충분히 할 위인이다. 그만큼 남편 권기창은 가부장적이고 전통을 중시한다. 특히 아내 김영희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생활방식을 강요한다. 이렇게 권기창에게 쥐어 잡혀 살아가는 김영희를 보면서 과연 이런 아내가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아내로, 주부로 자신의 재능을 묻히며 살아가는 여성들이 바로 이런 부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희를 이야기하다보면 김영호(송재호 분)의 맏며느리인 서혜진(박주미 분)이 떠오르게 되는데 너무나도 대조적인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을 직접적으로 비교한다는 것이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너무나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그 비교가 어렵지 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서혜진은 완벽주의자에 가까울 정도로 깔끔하며 빈틈이 없는 듯 하며 김영희는 덜렁거리고 외모에는 무관심한 전형적인 아줌마에 가깝다.



서혜진은 여성으로서는 보기 드문 프랑스 유학파로 박사이다. 그녀의 삶은 참 자유로운 편이다. 비록 대가족의 맏며느리이지만 미술관의 부관장이기도 하다. 서혜진의 남편 김동훈은 여성스럽고 가정적이며 아내에 대한 이해와 포용력이 넓다. 김동훈은 아내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이해해주고 있다. 이런 삶이라면 서혜진이 아내로서의 위치는 참 높다고 할 수 있다. 김동훈(이재룡 분) 같은 남편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이런 서혜진은 김영희에 비하면 정말 왕비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17회에서 남편 권기창은 자신 몰래 PC방에서 틈틈이 쓴 드라마 시나리오가 담긴 USB를 아파트 베란다에서 던져버리는데, 이렇게 던져진 USB를 이사짐 트럭이 갈아 뭉개버리는 장면은 그녀의 처지를 단적으로 그려놓고 있다. 줄곧 코믹하게 보다가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 아픈 장면이기도 했다. 드라마 작가가 되려는 꿈이 남편에 의해서 산산이 부셔지는 장면이니 말이다. 도대체 남편이란 작자는 그녀에게 무슨 의미인지 회의가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이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주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결정체라면 김영희의 삶은 결혼이 굴레가 되는 그런 삶이다.



그런데 이렇게 상반된 삶의 두 여주인공들의 삶에 대한 태도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김영희나 서혜진이나 자아성취라는 측면에서는 대단히 답답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이지만, 서혜진이 자신을 이해해 주는 남편과 가족에도 불구하고 성격적으로 차갑고 감상적인 태도를 보여준다면, 김영희는 삶의 조건부터가 정말 악조건이다. 가부장적인 남편과 삼형제의 양육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김영희는 정말 낙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이 두 여자의 상반된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삶이란 이래서 다양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쉬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처지를 힘들게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 있다. 이 두 여자의 삶이 변화하는 과정이 궁금한 이유는 가장 직접적으로 남편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녀들이 미칠 영향의 강도가 어떠할지 궁금한 셈이다. 김영희에게 있어서는 가부장적인 권기창이 어떤 변화의 과정을 거칠지 궁금하며, 서혜진의 경우는 한승우와의 관계와 관련하여 김동훈이 어떻게 변화할지 무척 궁금해진다. 

    


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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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바라기 2011.02.28 06: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드라마를 조금 봤는데 오늘 글을 통해서 더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한주 되세요.^^

  2. 2011.02.28 07: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혜진 2011.02.28 15: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서혜진 이름만 나오면 깜짝~ 놀랍니다..ㅋ
    제 본명이기도 해서.. ㅡ.ㅡ
    처음 태그보고 어찌나 놀랐는지...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