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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결혼해주세요

결혼해주세요, 작가와 제작진에 바라는 것!


54회는 오순옥 여사(이하 존칭 생략)의 암 발병을 인간관계의 소통과 화해의 기점으로 삼으면서 결말로 나아가려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마치 오순옥의 암이 자장을 형성하면서 주위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듯합니다. 말하자면, 드라마 <결혼해주세요>의 중심에는 오순옥의 자궁암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와 암의 결합은 그야말로 그 파괴력이 대단합니다. 오순옥의 암발병과 눈물은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을 감동시켜서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고 이끌어 내리라 생각합니다.


이미지출처: kbs드라마 <결혼해주세요> 사이트  포토갤러리 
 

하지만 이제 결말로 나아가는 <결혼해주세요>의 스토리가 이렇게 신파적이고 작위적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기에 나름대로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굉장히 운이 좋아 저의 이 생각이 제작진에게 전해져 반영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그저 저만의 수준착오적인 개인적인 바람에 지나지 않겠지요.


우선 태호와 정임의 공개적인 재결합을 반대합니다. 오순옥의 암 발병으로 인해 재결합이 가시화 된다거나 그런 여운을 강하게 남기지도 않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건 제작진의 횡포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인간의 감정이 변덕스럽다고 해도 윤서영에 대한 감정의 돌변이나 이혼 후 정임에게 보여주는 태호의 모습은 성인의 태도로서는 너무나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순간의 감정으로 이혼을 한 것도 아니고 서로 신중한 판단이었고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치 이혼이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선택된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고 있는 듯합니다. 이혼에 대한 너무 작위적이고 왜곡된 가치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태호가 이혼 이후에야 정임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다는 것도 황당합니다. 태호가 비록 정임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한다고 해도 이제는 정임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 수 있는 것입니다.


둘째는 최현욱의 존재입니다. 짐작컨대 53, 54회에서 최현욱은 낙동강 오리알이 될 것 같습니다. 윤서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으로 연수를 떠난다고 합니다. 최현욱은 정임을 진정으로 위해온 인물입니다. 어찌 보면 태호보다도 더욱 정임에 대한 애정이 진실하고 절실한 인물입니다. 정임을 위해 노래를 만들고, 가수의 꿈을 이루어 준 인물이 최현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한 이후로 정임은 줄곧 태호로 인해 우유부단해지고 갈등을 겪습니다. 최현욱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도대체 정임이 독립을 선언하고 이혼을 선택하던 그 단호함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정임이 상식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최현욱에 대한 감정은 예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현욱은 정임을 진정한 여자로 만든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임이 최현욱에 대해서 별 관심조차 내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혼 이후에도 전남편만을 생각하고 갈등하는 그런 여자가 과연 현실 속에서도 가능할까요? 왜 정임을 이런 비현실적인 인물로만 만들려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인물의 행동에서는 납득할 만한 동기가 있어야 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혼 이후 정임이 이렇게 나약하고 우유부단하며 주관을 상실한 인물이 된 것은 전혀 납득하지도 설득력을 가질 수도 없습니다. 이혼이란 것이 무슨 장난도 아니고 말입니다. 부부관계의 최후의 선택이 되어야 함에도 마치 한 순간의 감정으로 현명하지 못한 이혼을 한 것처럼 만들어 버린 태호와 정임의 모습은 그저 이혼은 섣불리 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일까요?


드라마의 전체적인 흐름을 태호와 정임의 재결합에 집중하고 있는 듯합니다. 윤서영이 외국으로 연수를 받으러 떠납니다. 최현욱도 떠나야할 운명이지 싶습니다. 이렇게 재결합을 위한 상황을 작위적으로 만들어서 그렇지 사실상 태호와 정임의 이혼 이후의 플라토닉한 사랑 놀음은 그야말로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식의 결말을 보자고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드라마에 매달렸는지 한숨이 나옵니다.


바라건대, 제작진이 태호와 정임의 재결합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그 결말 속에 재결합을 넣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 가능성을 잉태할 수 있는 일상적인 모습을 담으면서 오픈 결말로 이끌어 가면 좋겠습니다. 그저 재결합을 시청자들의 상상 속에 맡겨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