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회로 예정되어 있는 <사랑을 믿어요>가 42회가 끝났으니 8회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이제는 인간 관계의 갈등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시간이 되겠죠. 아니 이미 갈등이 해소되고 관계가 복원이 되면서 행복한 관계를 예고하기도 합니다. 김철수와 김영희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결별의 위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사랑하는 커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41회에서는 김철수가 김영희에게 국밥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인상적이라면 인상적이고 이색적인  프로포즈였습니다. 내용이 다 기억나지 않지만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행복하게 해주겠다’ 로 수렴이 되겠지요. 국밥집 사장이다 보니 평생 맛있고 따뜻한 국밥을 먹이겠다는 식의 의미였구요, 근데 김영희는 이 프로포즈를 받고 감동의 눈물을 줄줄 흘렸습니다만, 필자가 워낙 김영희에게 변덕이 심하다는 인상을 찍어놓고 있다보니 그 눈물이 도대체 얼마나 오래까지 갈까 그런 요상한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럴 시점이 아닌데도 말이죠. 아무튼 김영희 이제는 많이 달라졌으니 믿어야 겠죠.


이제는 프로포즈를 하고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해 있지만 그 과정을 보면 김영희의 태도가 참 못마땅합니다. 김영희는 겉멋만 들어, 비유하자면 양철 냄비와 같은 여자였습니다. 철수이전에 사귀던 사내와의 관계는 정말 기가 찰 정도였으니까요. 아니 정말 한심할 정도였습니다. 바람둥이에 말만 번지르하며 자기 중심적인 사내에게 맥도 추지 못하며 질질 끌려다니는 김영희를 보면서 지혜로운 부모 밑에 어찌 저런 자식이 태어날 수 있는지 어이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부모인 김영호(송재호 분)나 이미경(선우용녀 분)의 막내딸이라고 하지만 부모의 품성이나 인격에 비해서 김영희는 너무 철없이 느껴졌습니다. 1남 2녀 중에서 차분하고 생각이 깊은 아들 김동훈과는 달리 딸들은 너무 다른 모습들입니다. 드라마 작가가 된 김영희는 작가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뭐 작가하면 이래 저래야만 한다는 ‘정형적인 모습‘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작가가 갖추어야할 요건을 2% 정도 빠트리고 있는 듯합니다. 그것이 무엇인가는 좀 더 넓은 지면을 이용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http://www.kbs.co.kr/drama/believelove/report/photo/index.html


하지만 이렇게 철없는 김영희가 뚱땡이 국밥집의 사장인 김철수와 목하 결혼을 논하는 사이가 된 것은 참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렇게 놀랄 일을 이루는 데는 현자의 지혜로움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바로 할머니 차귀남(나문희 분)이 그 존재입니다. 차귀남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독립된 포스트를 작성하고 싶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제야 언급하게 되네요. 또한 독립된 포스트가 아니라 김영희와의 관계에서만 조명하게 되어 아쉬움이 앞섭니다. 아무튼 김영희가 김철수와 사랑하는 관계로 진행되는 과정에는 할머니 차귀남의 지혜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차귀남의 김영호 교감의 어머니로 대충 나이를 헤아려보면 80은 넘은 것 같습니다. 드라마상으로 나이에 비해 무척이나 젊어 보입니다. 차귀남은 할머니로서 손녀에게 남성관이나 연애에 대해 조언해 주는데요, 현실적으로는 참 드문 일입니다. 세대 차이가 큰 만큼 ‘할머니의 말씀‘ 이라는 것은 ’손녀의 입장‘ 에서는 생각의 괴리감만 확인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 일반적인 일입니다. 아니면 한쪽 귀로 듣고 흘려버리는 별 영양가 없는 말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할머니 차귀남은 다릅니다. 드라마가 만든 할머니의 이상적인 상이지만 참 매력적인 할머니입니다. 대체로 나이가 들면 꼬장꼬장 해지고 잔소리가 늘어나고 고집불통인 경우가 다반사인데 차귀남은 그런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입니다. 오히려 호쾌합니다. 마음이 넓고 지적이며 지혜롭습니다. 현실적인 할머니의 모습과는 다릅니다. 학식있고 덕망 높은 지성인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요. 특히 김영희에게 은근히 김철수를 부각시키고 김영희의 연애에 허를 찌를 때는 할머니 답지 않은 순발력을 볼 수 있습니다. 정말이지 연애학 박사가 따로 없습니다. 20대 영희보다도 훨씬 젊은 세대의 심리를 잘 꿰둟어 봅니다. 영희에게 하는 짧은 한마디 한마디가 명언처럼 들립니다. 한마디로 너무나도 지혜로운 인물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할머니 차귀남의 존재는 단순히 드라마 내의 역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가족과 노인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제공해 준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오랜 삶을 살아온 지혜를 가진 존재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서는 노인을 너무 오랫동안 무시되어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도 됩니다. 세상의 모든 인간이 거쳐야 할 ‘노인‘ 이라는 시기를 망각해서도 안되겠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노인의 자리를 자꾸만 협소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사회시스템의 차원에서 노인 문제를 살펴보게도 됩니다. 김영희에게 연애에 대해 조언하는 세대차이가 없이 소통하는 할머니의 존재가 낯설지 않는 때가 곧 도래하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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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바라기 2011.05.23 07: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랑을 믿어요.정감가는 드라마 끝이날때가 되었군요.
    글 재미있게 보고갑니다, 즐거운 한주 되세요.^^

  2. 이은진 2011.05.23 09: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영희는 큰딸이구 명희아닌가요???

  3. †마법루시퍼† 2011.05.23 09: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문희는 정말로 이 시대의 멋진 배우임에 틀림없습니다! ^^

  4. Tong 2011.05.23 14: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차귀남 할머니가 시청자 역할을 대변하는 것 같아 보이더라구요~ ^^
    답답한 순간에는 정곡을 찌르는 말 한마디를 내뱉고
    명희가 한심해 보일 때는 심한말로 독설을 퍼붓기도 하잖아요 ㅎㅎ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5. 안나푸르나516 2011.05.23 15: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끔 재미나게 보고 있답니다. 자주 보지 않아 내용연결은 잘 안되지만요.............ㅅㅅ;;;

  6. 씨트러스 2011.05.29 16: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할머니 참 멋지고 귀여우셨습니다.
    역시 살아온 시간의 경험은
    그 어떤 재주나 능력보다 빛나는 보석 같습니다. ^^


 

하이킥, 우리 사회에 날리는 순재의 통쾌한 하이킥?




연예계 어디를 둘러봐도 10대, 20대들의 놀이판이다. 40대도 참 드물다. 50대 이후가 되면 약방의 감초나 주방의 양념처럼 간간히 모습을 드러낸다. 유일하게 조형기가 연예계 고정 출연자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현실이니 곳곳에서 불만이 터질 만도 하다. 방송이 뭐 젊은 세대만의 전유물인가 하고 말이다. 그나마 7080세대는 발언권이 그래도 강한 편이다. 그래서 생색을 낸 것이 아마도 몇 개의 7080 콘서트 정도이지 싶다.


그런데 60대 이후가 되면 이 사정은 더욱 급격히 악화가 된다. 황금 시간대로 끼어든다는 자체가 버거워 보인다. 고작 배려한다는 것이 새벽에 하는 국악 프로그램이나 밤늦게 하는 가요무대 같은 오락 프로그램이 아닌가 한다.



참 서럽다. 나이 들어 서러운데 볼만한 프로라는 게 새벽이고 늦은 밤이다. 나이 들면 밤잠 없다고 그런 배려를 하는 것일까? 나이 들면 이런 억울함을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돈을 위해서라면 경로사상이고 뭐고 다 소용이 없는 것 같다.


방송에만 이런 현실이 아니다. 우리의 사회 곳곳에서 이러한 소외 현상을은 흔히 목격된다. 대도시의 중심가에만 나가보면 이러한 현실이 실감날 것이다. 젊은이들의 천국이다. 도대체 이미 우리나라는 노령사회로 접어들었지만 노인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젊은이의 문화로 특화된 곳이라 그렇단 말인가? 사실 이러한 현상에 불만을 가질 이유는 없다.


문제는 다른 한편에서 노인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가지지 못한 채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원이나 지하철역, 역 주변의 광장을 한 번 훑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갈 곳이 없어, 의미 있는 소일거리가 없어,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거나 장기를 두거나, 잡담을 나누면서 시간만을 때우는 노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http://osen.mt.co.kr/news/view.html?gid=G0912190008


특히 가족들이 놀이를 즐기는 공원에서 술을 마시는 노인들의 모습은 짜증스럽다기 보다는 안타깝고 슬프다. 이런 현실이 오늘날 우리 어르신들의 현실이다. 굳이 도시의 중심가가 아니더라도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중심지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이런 와중에 그래도 매일 저녁 시트콤에서 통쾌하게 하이킥을 날리는 할아버지가 있다. 바로 순재다. 73세의 노인다. 이건 그야말로 통쾌 그 이상이다.


이 시간대에는, 물론 드라마에서 나이 드신 연기자들의 연기를 볼 수는 있다. 물론 비중 없는 노인역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거의 전무하다. 아마 순재가 유일하다. 이렇게 젊은이들과 당당하게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이 얼마나 보기에 좋는가?

이미지 출처 http://movie.daum.net/moviedetailPhotoView.do?movieId=36663&photoId=451864


순재는 젊은이들 보다 재미가 있다. 순재는 노인들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순재는 늙음이라는 고정 관념을 깬다. 순재는 노인이라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과감하게 깬다. 순재는 노인들에게 외친다: "기죽지 말고 재미있게 살자!"고 말이다.


이런 순재 같은 캐릭터들이 앞으로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가끔 까메오로 등장해온 나이 드신 분들로 정말 대단한 분들이었다. 특히 정음이 할머니로 분장해 호흡을 맞추었던 양택조는 재미나시기로 소문난 분이 아니신가? TV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산을 이루고 강을 이루었으면 한다.


http://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1125603007


이렇게 되려면 정부의 지원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노인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린이대공원' 만이 아니라 '노인대공원' 같은 것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대학로' 뿐만이 아니라 '노인대학로' 도 조성되어야 한다고 본다. 노인대공원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회전목마를 타고, 바이킹을 타는 모습을 보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싶다. 결국 이건 나이들어 늙어야 할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으면 한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젊었던 과거만을 추억하며 그 속에 웅크리려고만 하는 수동적이고 패배적인 의식도 뿌리치면 좋겠다. 그저 미래는 소일하기 위해 존재하는 시간이 아닌 것이다. 순재의 하이킥처럼 미래를 향해 힘껏 하이킥을 날렸으면 한다.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노인들이 주연이 되는 그런 시트콤 하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예전에 <고독이 몸부림 칠 때> 라는 영화가 있었다. 참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그 영화에 이미 고인이 되신 김무생을 비롯해서 양택조,송재호,주현, 선우용녀, 노주현,박영규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하신 분들이 출연했다. <마파도><집으로><워낭소리><죽어도 좋아> 같은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나이드신 분들이 주연이 되는 영화들이나 프로그램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은 참 고무적인 일이다. 노령사회에 걸맞은 현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노인들이 홀대받는 그런 사회가 되었다. 삶의 경험과 지혜를 가진 존경받는 존재가 아니라 노동력을 상실하고, 상업적인 구매력이 뒤떨어지고, 부담스럽기만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세상에 늙지 않는 존재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순재의 하이킥은 노인들의 전락이 아니라 비상임을 선언한다. 순재의 의미는 이렇게 깊게 크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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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행사진가 김기환 2010.01.19 07: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마도 앞으로는 실버문화도 많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전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노인들을 보고 있으니까요..

  2. 달려라꼴찌 2010.01.19 08: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순재처럼 나이들어서도
    절대 경제권을 자녀들에서 줘서는 안됩니다. 역시 ^^

  3. 보시니 2010.01.19 09: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순재 씨는 연예계에서 송해 씨 다음으로 나이가 있으신 분인데, 왠만한 젊은 사람들 감각에 못지 않은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과 나란히 서서도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것만 해도 훨씬 높은 하이킥을 날리고 있다는 것에 공감합니다.ㅎㅎ

  4. 몽고 2010.01.19 1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걸어서 하늘까지님 할루~

    연세 드신분들 중에 쎈쓰 있는분들 젤좋아 ㅋㅋ

  5. 카타리나^^ 2010.01.19 11: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세드신 분들이 중심인 드라마가 나올 가능성은 별로 없겠죠?
    시청률때문에라도 당분간은 힘들듯...^^;;

    그래도 차츰 차츰 노인인구가 늘어나니 언젠가는 가능할런지도

  6. 빛무리~ 2010.01.19 11: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감입니다. 이순재옹의 활발한 활동과 꾸준한 인기는 이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매우 긍정적 영향을 주고 계시죠. 참으로 감사한 분입니다.

  7. 내영아 2010.01.19 1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확실이 다르다는 것은 정말 동감합니다. 요즘들어 이순재님의 얼굴을 보면
    나이가 많이 드셨다는 것을 실감하며 정말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좋은글 잘 보고갑니다^^

  8. gemlove 2010.01.19 14: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사회의 평균 연령도 점점 높아지고 있죠 ㅎ 앞으로는 순재옹 처럼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ㅎ

  9. 하록킴 2010.01.20 0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주제네요 ㅎㅎ 역시 하늘까지님 이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