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와 <대물> 두 드라마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을까요? 드라마의 내적인 작품성이 아니라 이 드라마들이 현실과 관련하여 갖는 의미의 관점에서 말입니다. 바로 이 드라마들이 현실과 맺는 접점의 성격 말입니다. 즉, 동시간대에 이 두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라고 할 수 있겠죠. 어떤 드라마던 부정적이거나 긍정적, 또는 혼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또 그런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드라마 자체가 만들어 낼수도 있지만 드라마가 방영되는 사회적인 현실과 심인적인 요소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 포스트에서는 사회적인 현실이나 심인적인 요소와 관련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SBS 드라마


오락적 VS 정치적

<도망자 Plan B>와 <대물> 두 수목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실험적인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이것은 오락적인 요소가 강한 <도망자>와 정치적인 요소가 큰 <대물>에 대한 관심이 어느 쪽으로 더 기울어질까에 대한 호기심에서 기인합니다. 물론 <도망자>에 정치적인 요소가 없는 것이 아니며 <대물> 역시 오락적인 요소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중심이 되는 드라마 성격을 대체로 오락적, 정치적으로 편의상 구분을 하는 것입니다. 현재 시청률은 <대물>이 거의 더블 스코어 차이로 <도망자>를 앞서가고 있습니다. 이런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하면 시청자들이 정치적인 요소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대물> 1회에서 긴박했던 잠수함 침몰이나 아프칸 인질 사건 같은 시사적인 사건들과 맞물리면서 그 관심을 증폭시킨 측면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성대통령의 등장과 정치에 대한 풍자는 시청자들과 코드를 일치시킨 면이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도망자>의 오락적인 요소는 탐정이 범인의 실체를 규명해가는 과정이 다소 어수선한 면이 있기에 정치적인 명쾌함을 선호한 면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 불거져 나온 연예계의 비리와 스캔들로 인해 사회정의와 정치에 대한 관심이 큰 것에도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 VS 권상우

이 두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비와 권상우를 드마라 비교의 중심 인물로 세운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 두 인물 외에도 드라마 시청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현정이나 이나영 같은 인물들이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와 권상우를 비교하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강도입니다. 시청자들이 어느 누구를 더 부정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시청률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필자만 하더라도 <대물>보다 <도망자>를 선택하고 시청하고 있는데요, 필자 개인적으로 권상우의 이미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물>의 시청률이 높다는 것은 이미 법적인 판결이 난 권상우를 의혹이 아직 해소가 되지 않고 아직 법적인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비보다 다소나마 신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KBS 드라마


글로벌 VS 로컬

<대물>에 비해 <도망자>는 그 배경이 범아시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글로벌한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도망자>가 블록버스터 드라마라거나 글로벌 드라마라고 칭하는 것도 과장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국적인 풍경들이 그다지 낯설지 않다는 것입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여행의 경험들이 늘어가면서 이러한 풍경들이 호기심을 자아낼 만큼 놀랍지도 않구요. 촬영국들인 일본,중국, 마카오, 또 북미의 여러 곳들이 흥미를 자아내기는 하지만 이것 자체로 시청률을 끌만큼 놀랄만한 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대물>에서 묘사되고 있는 정치 현실의 이면이 더욱 흥미를 자극하는 경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에 식상함을 느끼지만 또 언제나 새로운 곳이 정치입니다. 특히 여성 대통령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영역입니다. 미지의 세계처럼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과정이나 대통령이 된 이후의 사건들은 그야말로 시청자들에게는 이질적이고 새로운 경험일 것입니다.    



위에서 약간은 터무니없는(?) 듯한 비교를 했는데요, 단순히 시청률 비교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정치 지향적인 관심을 여실하게 드러내 줍니다. 이전 <여명의 눈동자><제5공화국><모래시계>등 굵직한 정치 드라마가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줍니다. 오락적인 요소가 강한 <도망자>가 인기를 누리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답답한가 봅니다. 오락으로 잊어버리기에는 정치적인 상황, 비의 의혹이 심각하다고 느껴지니 말입니다.



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


도망자, 로컬과 글로벌 사이에 끼인 시청자들?

뜬금없는 생각이지만 <도망자>는 왜 글로벌해야만 할까? 왜 일본과 중국, 미국 대신에 강원도, 제주도, 서울, 부산을 배경으로 드라마를 전개할 수는 없었을까? 이런 생각은 글로벌하다는 것이 나쁘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단순히 호기심이다. 다만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 대사로 자막을 보아야한다는 불편함 때문이다. 헐리우드 영화의 경우 이렇게 다국어로 제작한 영화는 많다. 그러나 대부분 비중 없는 부분이나 엑스트라 부분의 대사를 번역처리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필자가 본 영화에만 국한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과 달리 <도망자>는 한국말이 주류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일본어와 중국어, 그리고 영어가 난무한다. 자막으로 번역된 대사를 보려니 번거롭고 어떤 경우에는 흐름이 끊어지기도 한다. 왜 이렇게 다양한 언어를 사용해서 시청하는 데 피로감을 느끼게 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런 자막의 문제는 사소하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세계를 누비며 비쥬얼한 이국적인 느낌을 제공하는 것을 그러한 단점을 커버하는 장점으로 여겼서일까.


아무튼 이렇다 보니 <도망자>는 시청자의 연령층을 참 협소하게 만든 것 같다. 이와 같은 생각은 필자의 이전 포스트(2010/10/07 - [드라마/도망자 Plan B] - 도망자 Plan B, 김탁구를 넘을 시청률 상승에 시동을 걸다?)에 달린 댓글을 읽고 느낀 점이다. 도망자는 애초에 시청자 연령층을 주로 20~40대로 타겟팅한 것 같으며 <제빵왕 김탁구>와 같은 다양한 연령층이 즐겨보는 국민드라마를 의도한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시청자 연령대를 협소하게 만들면서도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글로벌한 드라마로 만들었을까? 아마 여기에는 드라마 제작 이전에 치밀한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누가 적자보려고 드라마를 제작하려고 할 것인가? 필자의 추측으로 드라마 수출을 통한 수익과 드라마 외적인 로열티 수입을 의도하고 있지 않나 싶다. 또한 우리나라 내에서는 시청률을 한정시키고 있지만 ‘글로벌‘ 한 관점에서 보면 시청률은 더욱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스타 비가 아시아의 20~30대의 연령층을 끌어들인다면 시청률은 엄청나지 않을까. 드라마 시장이 협소한 우리에게는 다소 위험스러운 도박이 아닌가도 싶지만 과감한 시도에는 박수를 보낸다. 아무튼 잘 되기 만을 바랄 뿐이다.



만약 이 <도망자>를 로컬하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이 부분도 제작진은 분명 고려했을 것이다. 그런데 글로벌을 선택한 것은 단지 ‘글로벌’ 이 여러모로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로컬 드라마 <추노>의 제작진이 글로벌한 대형 드라마를 제작했다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아무튼 로컬과 글로벌한 배경은 그것들 자체로 의미가 있다. 로컬이 좋다, 글로벌이 좋다는 식의 선택의 대상도 아니다. 이미 글로벌이란 인식 자체가 로컬화 되고 있는 추세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어디 해외 여행이 평생 일대의 대사이인가. 그냥 제잡 드나들 듯이 나가는 것이 해외여행이지 말이다. 믈론 '제집 드나든다' 는 말은 보편적인 의미로 사용하기는 아직 이르긴 하지만 말이다. 로컬이나 글로벌은 단순히 호불호의 문제일 뿐이다. 제작진의 의도로 선택되고 만들어지는 것일 뿐이다. 다만 너무 글로벌을 지향하다보니 여러 개의 언어가 난무하고 자막을 보며 내용을 따라가려니 흐름이 간혹 깨어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되는 것이다.


사건을 해결해가는 두뇌를 사용해야 하는 탐정 이야기이다 보니 약간은 신경을 써야하는 데 설상가상 자막까지 읽어야 하니 피곤하다. 이 드라마를 보게 될 일본, 중국, 그리고 다른 아시아 사람들에게는 줄곧 이어지는 자막에 자주 끼어드는 그들의 언어에 편안함을 느끼겠지만, 우리말로 대사를 듣다가 자막을 보아야하는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작진은 글로벌한 성공을 위해서 로컬한 불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아무튼 이미 글로벌을 선택하고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으니 그저 성공하기만 바랄뿐이다. 재미와 감동이 따라준다면야 자막 정도의 불편함 쯤이야 이해해 주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KBS 드라마 포토 갤러리

 

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