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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프레지던트

프레지던트, 도인 또는 현자가 된 장일준?


13회에서 박일섭은 충청도에서 자신의 비중있는 존재감을 무기로 신희주에게 단일화를 요청하고 받아들여집니다. 내막은 이렇습니다. 앞서 장일준의 내연의 처였던 주일란이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번복했으며 친자 확인용 유전자 검사 자료가 엉뚱하게 남자의 것으로 밝혀지면서 박일섭은 경선 자체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곤궁에 처하게 됩니다. 이렇게 치명타를 맞게 된 박일섭은 김경모에게 단일화를 요청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신희주에게 단일화를 요청했던 것입니다.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신희주로서는 충청도 경선이후 장일준과의 단일화를 약속한 상태이기에 충청도 표를 얻어야 합니다. 그러니 신희주와 박일섭은 서로의 이익이 잘 맞아 떨어진 격입니다. 경선이 시작되면서 물과 기름 같았던 박일섭과 신희주가 이렇게 서로의 손익계산에 따라 이합집산(離合集散)을 합니다. 정도만을 걷고자한 신희주에게는 정치에 혐오감을 느끼는 전략적인 판단이기도 합니다. 정치가 이런 것인지 자책하기까지 하구요. 아무튼 권력을 위해서 그녀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판단이었던 것입니다. 정치적인 판단과 개인적인 가치관의 충돌을 극명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http://www.breaknews.com/sub_read.html?uid=160407



이러한 상황에서 김경모는 충청도의 표심을 얻기 위해 충청도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 맹주인 청암 전총리에게 지지를 부탁하고자 합니다만 희망대로 되지 않습니다. 우연의 일치로 장일준도 김경모와 같은 시간에 청암을 방문하게 되고 김경모와 함께 거부를 당합니다. 김경모는 여당 정치인이지만 상대적으로 신사적입니다. 인신공격과 흑색선전보다는 정책 선거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지지율에서 느긋하게 앞서는 선두주자의 여유일수 있지만 법이나 양심적으로 상대적으로 깨끗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김경모도 변하게 됩니다. 그 시점은 장일준에 대한 실망 때문입니다. 장일준 측은(장일준 측이라 표현한 것은 장일준이 묵인했다는 의미) 청와대 전산망을 해킹하는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이때부터 이전투구가 되는데요, 참 가관인 것이 현 대통령 부부가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지 않고 대통령은 김경모에게 영부인은 장일준에게 정치적인 조언과 정보들을 흘리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현실정치를 풍자하는 것 같았습니다. 미래의 권력에 그렇게 눈치를 보고 앞날을 도모해야만 하는 처지를 보면서 대통령 비리의 악순환을 보는 것만 같아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신희주가 박일섭과 단일화를 하고, 김경모가 청암 전총리에게 지지선언을 거절당한 상태에서, 역시 청암 전총리에게 지지는 커녕 분노까지 당한 장일준의 거취는 참 좁아지고 맙니다. 여기에 김경모가 장일준이 아닌 신희주를 의도적으로 경쟁 상대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표를 신희주에게 밀어주려고 합니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장일준이 하는 행동과 청암의 변화는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개연성이 너무 떨어집니다. 지금까지 프레지던트는 '정치적인 고려' 에 따라 권모술수와 야합을 통해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정치적인 권모술수가 그에 합당한 결과를 낳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청암의 행동 변화에는 정치적인 고려가 부재합니다. 이전에 당대표였던 고상렬 대표의 행동 변화도 그랬습니다. 또한 장일준의 내연의 처인 주일란의 갑작스런 변화도 그렇습니다.


이미지출처:마이스타뉴스


장일준은 무슨 마법을 부리는 정치인도 아니고 당대표를 과거사를 통해 감동을 시키며 자신의 캠프로 끌어들입니다. 주일란의 경우는 더욱 더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화 한 통화로 장일준에게 유리한 발언을 이끌어 냅니다. 자신이 한 말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말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 심적 변화를 일으킬만한 게재되어 있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알콜중독으로 판단이 흐린 주일란이 변화를 갑작스럽게 일으킨다는 것은 이상합니다. 더군다나 백만불이라는 돈이 약속되어 있는데 말입니다. 권모술수에 능한 장일준이 이렇게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능력이 있다니 정말 대단한 인물입니다. 이런 장일준이라면 이 드라마는 이상적인 정치 드라마임을 표방했어야 합니다. '현실 정치인' 운운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이념과 철학을 도외시하면서 한 정치인의 말에 감동을 하고 한 순간에 변화하고 돌아서는 모습이 어떻게 현실적일 수가 있습니까? 같은 여당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그야말로 이상적이지요.


청암 전총리의 경우 마침내 장일준 지지선언을 하게 됩니다만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정치적인 고려와 계산을 행동의 근거로 삼고 있는 현실 정치를 반영한다고 하면 청암 전총리의 이러한 종교적인 각성같은 변화는 일어나게 하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독을 지으며 은퇴생활을 하고 있는 청암이 도인의 수준에 다달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김경모, 장일준과 함께 대면하는 자리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은 그다지 도인같은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이상적인 일이 일어나게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장일준이 현자요 도인이란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장일준은 이상과 현실, 개인과 공인, 법과 권모술수에서 갈등하는 정치인이 맞는지 또 그렇게 묘사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뿐입니다. 장일준은 현실 정치에서는 비현실적인 일을 기적처럼 일으키는 정치인 같습니다. 만약 장일준 같은 정치인이 10명 정도가 있으면 우리나라의 정치는 그야말로 이상적이 될 것 같습니다. 장일준을 이렇게 현자로 만들어 주면서 도대체 왜 김경모와 신희주는 정치의 테두리에 담아두려고만 하는 것인지 불공평한 것은 아닌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무튼 드라마 속이지만 집권여당에서 이런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