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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5 결혼해주세요, 엄마의 깊은 정 밥에만 있을까? (15)


54회에서 오순옥 여사(이하 존칭 생략)는 자궁암 수술을 받기위해서 수술실로 들어갑니다. 이때 그녀가 남편 종대와 아들 태호에게 하는 한마디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점심 먹어라' 는 식의 말입니다. 암수술을 받으러 가는 엄마 오순옥의 입에서 남편과 아들이 굶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상황을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납득하기가 참 어려울 것입니다. 밥 챙겨먹어라!


http://cafe.daum.net/eoqkdrkwjdryfl/1UBC/596?docid=1DwUX|1UBC|596|20090206175316&srchid=IIMAHOxW10



엄마의 정을 느끼게 하는 한마디이지만 아직도 먹는 것이 해결되지 않은 시절의 의식이 유전되어 온 것만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만나면 "진지드셨습니까?" "밥먹었나?" 하는 식의 인사도 굶주림과 가난이란 유전자가 대대로 전해진 결과일 것입니다.



엄마는 식구들에게 밥을 차려주는(먹여주는) 존재입니다. 암수술을 받으러 가는 순간에도 식구들이 굶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엄마의 정을 너무나도 깊이 느끼는 순간이지만 감정과 언어의 불일치는 이제는 고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난과 굶주림이 패배의식으로 이어져 서로의 굶주림을 확인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따뜻한 정이지만 한편으로는 패배의식의 짙은 그림자가 스며있는 것은 아닐까요? 특히 엄마의 입에서 한 맺힌 듯이 나오는 '밥 굶지 마라' 는 식의 말은 우리 엄마들의 전통적인 모습, 정이 넘치는 엄마의 모습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엄마로서 가사에만 헌신하고, 가족들을 뒷바라지 해야하는 고달픈 현실과 그 현실에만 안주하고 체념하는 그런 모습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순옥의 자궁암 발병은 바로 이러한 엄마의 정서를 그대로 느끼게 합니다. 암이 상징하는 것이 바로 엄마의 헌신과 희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아버지 김종대가 암에 걸리지 않았을까요? 그건 다소 우월적인 위치에 있는 아버지 보다는 좀 더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와 암, 그리고 밥이라는 말은 우리들 엄마를 고스란히 표현하는 말입니다. 희생과 헌신하는 엄마 바로 그 정많은 엄마의 모습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다고 엄마의 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굶주리던 시절의 그 엄마의 한 맺힌 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정은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 볼 수 없는 정서에 밥이란 말로 수식하는 것이 반드시 정형화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밥먹어라는 표현보다도, 웃어라, 사랑해라 는 표현도 그 정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비주얼한 임팩트가 강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러한 표현을 자주 사용해준다면 그 표현의 전환이 가능해 지지 않을까도 싶습니다. 이제 그 정이라는 정서에 다른 무언가로 장식을 해도 괜찮을 법 합니다. 밥보다 더 보이지 않는 사랑과 정의 정서를 표현하는 그런 언어는 없을까요? 과거의 가난과 굶주림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을 표현하는 그런 언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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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