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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수상한 삼형제

수상한 삼형제, 연희 vs 세경


 

수상한 삼형제, 연희 vs 세경




<지붕킥>이 끝난 지 1주일이 넘었다. 세경과 지훈의 파멸적인 결말이 가져온 충격은 참으로 컸다. 이 파멸의 중심에 세경이 있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아니 연출자가 있었다. 내용상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결말인데다가 연출자의 억지스러운 감정이 과다하게 투영되어 완전히 막장이 되어버린 케이스다.


세경을 위해 시간을 멈추어 주고 싶었다는 그 한 가지 이유로 시트콤의 모든 미덕을 내팽개쳐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세경이 지훈을 파멸로 이끈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한 삼형제>의 연희가 현찰을 유혹하는 것과 별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상한 삼형제>가 막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지붕킥>을 이런 막장과 감히 비교하는 것에 불쾌감을 표할지도 모르겠다. 청순 가련한 세경을 유부남 현찰을 홀리는 늙은 여우같은 자기 중심적인 연희와 비교한다는 것에 몸서리를 칠지도 모르겠다. 고상한 문학적인 취향과 3류 막장 드라마를 비교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짓으로 글쓴이를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랴, <지붕킥>의 세경이 <수상한 삼형제>의 연희와 동류의 여자라는 확신이 드는 데 말이다. 물론 다른 점이 있긴 있다. 지훈은 총각이라는 사실이고, 현찰은 유부남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결말을 놓고 보면 이 차이는 오히려 역전이 된다. 지훈의 죽음은 도우미의 불행보다도 더 불행하니까 말이다.


나는 청순가련함의 상징인 세경이 연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어떤 편견을 깨고 싶다. 사실 이러한 편견을 깨고 싶은 건 연출자에 대한 실망 때문임을 솔직히 고백해야 겠다. 황당한 결말을 만들면서도 '시간을 멈춘다' 느니 '뒤늦은 자각' 이니 하면서 그 편견을 계속 고상하게 만들기만 했기 때문이다. 이런 개죽음을 만들어 놓고도 고상하게 봐 달라는 제스처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기 때문이다. 세경이 <수상한 삼형제>의 연희류와 다른 점이 도대체 무엇일까? 세경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건 세경 그 자신이 아니라 연출가이지만 말이다.



세경과 연희가 다르다면 음악으로 치자면 발라드와 트로트의 차이일 뿐이다. 아무리 세경이 청순가련하고 그녀의 마지막 말이 형이상학적인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막장이라 비난받는 연희의 세속적인 사고와 행동, 말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연희는 단지 천박하고 저속한 형이하학적인 인물이란 말인가?


연희의 입장에서 보면 연희의 감정에도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 이러한 감정을 가진다는 것은 그다지 비난 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경이 지훈을 짝사랑 한 것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문제는 이러한 감정을 행위로 옮기는데 있다. 연희가 지속적으로 현찰을 유혹하는 것이 그렇다. 이 유혹에 우리가 막장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사회적인 관행 때문이다. 자신의 아파트나 호텔로 현찰을 불러들이는 등 일련의 행동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정이라는 변명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것은 사랑의 유혹이다.


그렇다면 세경은 어떤가? 청순가련함이란 아후라에 우리가 너무 고상한 생각만을 할 필요가 있을까? 또한 너무도 유명만 김병욱 PD의 시트콤인데 무언가 깊은 뜻이 있지 않나고 지레 아후라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결말에서 넋두리를 하는 세경이나 현찰에게 자신의 감정을 토해내는 연희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런 그들의 행동을 일방적으로 세경은 고상하고 연희는 저속하다는 식으로 단정지을 수 있을까? 세경이 "시간이 멈추면 좋겠어요" 라는 말이 연희가 "이제 널 내 남자로 만들 거야." 라고 하는 말과 도대체 질적으로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허황된 결말은 그저 허황된 결말일 뿐이지 그것에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봤자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막장이라고 욕을 바가지로 덮어쓰고 있지만 그래도 <수상한 삼형제>의 연희는 행동이나 사고에 일관성이 있고 설득력이 있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 실감이 있다 보니 연희가 죽을 년이 되는 것이고 말이다. 이렇게 보면 세경은 연희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