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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지붕뚫고 하이킥

지붕킥, 너무나 실망스러운 결말?



지붕킥, 너무나 실망스러운 결말

http://bntnews.hankyung.com/apps/news?popup=0&nid=04&c1=04&c2=04&c3=00&nkey=201003202006383&mode=sub_view


지붕킥이 끝났다. 지붕킥 제작과 관련된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지붕킥을 보면서 생활이 참 즐거웠다. 이런 즐거움을 제공한 분들께 이런 간단한 인사는 오히려 무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지붕킥이 끝났다는 아쉬운 여운과 함께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지붕킥의 결말은 참 당혹스럽다. 이건 마치 한바탕의 꿈을 꾸고 난 느낌이다. 어찌 자동차 사고라는 우연에 지금까지의 모든 삶을 송두리째 맡겨 버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경과 지훈이 죽어야만 할 이유를 모르겠다. 세경과 지훈이 죽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만약 그들이 죽어야 한다면 단순히 날씨라는 조건이 아니라 그들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가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그렇게 죽음을 선택해야만 할 필연적인 이유를 전혀 발견할 수가 없다. 죽음이라는 우연에 그들을 맡겨버린 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인간의 삶이 부조리하다고 해도 이건 너무 허무하다. 이런 허무주의는 그럴 듯하게 보여도 가족이 함께 보는 시트콤에서는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소위 '막장' 이라는 타 드라마보다도 나을 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런 식의 결말이 막장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막장이란 말인가?


지훈이 세경과 함께 죽음을 선택할 만한 필연성이 전혀 없다


비록 차 안에서 세경이가 지훈에게 한 고백이 지훈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겠지만 지금까지 지훈은 세경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지훈에게는 세경으로 인해 고뇌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다. 대체로 동정이었다. 동생에 대한 애정 같은 것이었다. 지훈이 사랑한 존재는 정음이었다. 그들이 죽는 그 날은 지훈이 정음을 만나러 가던 날이었다. 그런데 세경이 떠나는 마당에 그런 고백을 했다고 해서 함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설정은 참 이해하기가 힘들다. 차 속에서 지훈과 세경의 대화를 통해 그런 죽음의 필연성을 만들어내려고 애써긴 했지만 지훈은 세경의 마음을 이해하고 토닥여 줄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질 뿐이지 깊은 감상에 빠져 ' 세경이 나를 사랑했구나. 정말 나를 사랑하는 세경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 는 결정에 도달할 수는 전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죽음에서 새로운 희망을 읽을 수 있는 상징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개죽음이 되고만 것이다.


작가는 스토리의 필연성을 만들어 가야지 개입하는 존재가 아니다.

만약 작가가 죽음이라는 우연을 통해 세경과 지훈을 하나로 이어주려고 했다면 이건 스토리의 필연성을 무시한 전지전능한 작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마치 전지전능한 존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식 말이다. 인터넷 기사에 보니 정확치는 않지만 김병욱 PD는 "이런 식의 결말을 꼭 한 번 만들고 보고 싶었다" 는 취지의 말을 했는데 그런 결말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토리에 필연성들을 지속적으로 누적시켜왔어야 하는 것이다. 지훈이 죽음까지도 선택 할 수 있는 상황이구나 하고 말이다. 그러나 지훈이 죽음을 선택을 하등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사고로 인한 죽음으로 지훈과 세경을 하나로 맺어주는 것은 작가의 무리한 개입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세경이 지옥에서 온 귀신' 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스토리 자체의 필연성이 요구되는 것이지 귀신이 내려와서 잡아가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는 <지붕 뚫고 하이킥>이 코메디가 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이 결말은 시트콤의 이름에 걸맞는 코메디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