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의 한 토크쇼에서 아이유가 생간과 천엽을 먹는 장면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에 대해 한국채식연합(한채연)이 공개사과를 요구했으나 한채연의 공식 홈페이지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공개사과 요구가 무리한 주장이라는 비난이 이어지면서 해당 글이 삭제되었다고 한다. 한채연이 네티즌의 압박에 굴복하여 삭제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의 판단으로 삭제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필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인터넷 기사 보도에 의하면, 한채연은 공개사과 요구의 글에서 "'안녕하세요'는 아이유라는 어린 소녀가수를 초대하여 생간과 천엽을 먹는 장면을 연출했다. 뿐만 아니라 방송 진행 MC들은 '생간은 신선도가 생명인데, 바로 어제 갓 잡은 소에게서 가져온 생간'이라며 자랑하였고, 소녀 가수도 생간을 한입 먹어보고는 '잡은지 24시간도 되지 않은 신선도가 정말 느껴진다'는 엽기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고 직시하면서 아이유가 생간과 천엽을 먹은 것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한채연의 공개사과요구가 다소 지나친 감이 있고 글에 사용된 표현이 거친 부분이 있지만 글의 전체적인 내용은 육식에 대해 예리한 정곡을 찌르는 바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주장은 육식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한 번쯤은 새겨 볼 만한 발언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미지출처: http://artsnews.mk.co.kr/news/187513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이 한채연의 입장을 고려나 사색의 대상이 아닌 단순히 비난 대상으로 생각했다면 이것이야 말로 네티즌들이 다소 지나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솔직히 육식은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고 육식을 포기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이미 육식은 인간의 유전자에 자리잡고 있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인구수의 급증과 함께 인간의 식량을 위해 동물들이 조직적으로 사육되고 도살되는 현실은 인간 본능으로서의 육식을 벗어나 무언가 설명하기 힘든 께림칙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동물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들의 삶은 그야말로 최악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을 한 번쯤 생각해 보자는 것이 한채연의 소박한 입장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의 의도와는 달리 공개사과요구가 너무 거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육식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이유가 생간이나 천엽을 먹을 수 있고 이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만약 아이유이라는 이유로 한채연의 입장이나 주장을 비난만 한다면 아이유로서도 원하지 않는 바가 아닐까 싶다.


지상파 방송에서 생간과 천엽을 먹는 장면을 내보내는 것은 대부분의 육식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장면' 이라고 할 수 있지만 채식주의자들에게는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다양성의 사회에서 이견들의 공존이야 말로 다양성의 핵심이며 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자연스러운 태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견들에 대해서는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아이유가 생간과 천엽을 먹었다는 사실에 대한 공개사과 요구에 대해 지나친 요구라는 비판을 하면서도 왜 그들이 그런 공개사과 요구를 하는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사색이 필요한 것이다. "육식은 당연한 것이다", "채식이 좋다" 식의 이분법적인 이견 대립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채식' 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 올해 우리사회는 구제역으로 수천만 마리의 가축을 살도살 처분했다. 인간을 위해 살도살 된 가축들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오늘날 육식의 현실이 이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 식용되지 못한다면 그들은 생명이 아니라 한낱 '처분되어야할 생명체' 에 불과한 것이다. 한채연의 주장은 바로 이런 지점까지 이어져 있고 이런 지점까지 육식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해보자는 것이 아닐까 싶다. 채식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참혹한 현실을 한 번쯤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을 것이다.


이번 한채연의 문제제기는 그 절차나 주장이 문제는 있지만 생각의 여지를 제공해 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당연시 해왔던 육식에 어떤 의미가 내재되어 있는지? 동물들을 조직적으로 사육하고 도살하는 것이 신성한 우리의 음식으로 적합한 것인지? 살처분되는 가축들이 우리의 육식 때문은 아닌지? 하는 등등의 생각은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아이유 생간과 천엽 시식에 아이유를 중심에만 놓고 본다거나 육식의 입장만을 강조한다면 한채연의 의미있는 문제제기는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한채연은 한낱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만다. 그런데 한채연은 그런 단체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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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걸어서 하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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