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사랑을 믿어요

사랑을 믿어요, 김명희의 단순함이 때론 약이다!



 우진과 윤희의 사랑과 관련하여 가장 궁금한 것은 가족내의 세대간 반응이었다. 가족내의 세대를 어떤 절대적인 기준으로 나눌수는 없지만 연령을 기준으로 나눈다면 조부모, 부모 세대와 그 자녀 세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연령이란 대체로 그 속에 사고의 차이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진과 윤희의 사랑에 대한 가족내의 반응은 대체로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사촌간의 사랑 을 용인하지 못하는 입장이었다. 이것은 두 사람의 사랑의 순수함보다는 사촌간 사랑이라는 금기적인 관습에 더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었다. 김수봉, 윤화영의 반응은 부모 세대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며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김영호나 그의 아내 이미경(선우용녀 분)의 충격도 가히 짐작하고 남는다. 차귀남 또한 충격을 받았고 그 충격을 쉬 이겨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할머니라는 세대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진과 윤희의 사랑을 다소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면에서 김수봉, 윤화영, 김영호 등 다른 부모 세대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차귀남은 명희에게 연애 상담을 해주는 나이에 걸맞지 않는 개방적이고 신세대적인 사고를 보여주었다는 면에서 우진과 윤희의 사랑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하리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우진과 윤희의 사랑에 대한 부모세대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며 충격적이었다. 


이미지출처: KBS드라마

이와는 달리 자식 세대의 반응은 다소 우호적인 느낌이다. 이러한 태도는 역시 세대간의 가치관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특히 김영호가의 막내딸인 김명희(한채아 분)는 보수적인 집안의 분위기와는 가장 걸맞지 않는 신세대인물로 우진과 윤희의 사랑에 대해 정말이지 철이 없다고 할 정도로 쿨한 태도를 보여준다. 김명희의 태도는 우진-윤희의 태도와 동렬상에 위치하는 것으로 호적에도 올라있지 않는 윤희와 우진이 남남으로 그 사랑이 얼마던지 가능하다는 태도이다. 이런 김명희의 태도에 대해서 부모세대들은 혀를 끌끌을 차고 말 상대가 안된다는 식의 반응을 내보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생각이나 가치관의 차이’ 일 뿐이다. 김동훈이나 서혜진도 주저하고는 있지만 대체로 우진과 윤희 두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입장을 보여준다. 물론 김명희와 김동훈 사이에도 눈여겨 보여지는 미묘한 세대간의 차이를 느낄 수 있지만 부모 세대와 비교해 보면 우진과 윤희를 이해하는 입장이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생각과 생각이 충돌하는 문제에서 단순함이 때론 약일 수 있다. 신세대에 속하는 김명희의 단순함이 정답이 될 수 있다. 사랑은 당사자의 선택이고 결단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당사자인 우진과 윤희의 입장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 부모와 가족의 반응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부모인 김수봉이나 윤화영의 충격과 그 반응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러한 반응이라는 것도 오랫동안 관습화된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보여줄 뿐이다. 또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체면과 권위주의, 나아가 허영, 속물주의가 한 몫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자녀에 대한 반응을 관심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지나친 집착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윤화영의 태도는 우리 부모의 마음을 제대로 상징하고 있다. 선악이 명쾌하게 갈리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적당한 관심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집착은 이제 우리 부모 세대에서 버려야할 태도가 아닐까 싶다. 자식 세대가 행복해 지기를 바라는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마는 결국 자식은 부모의 품을 떠나야 하는 법이다. 부모의 품을 떠난 자식의 선택은 그의 책임이고 그가 살아가면서 경험해야 하는 삶의 과정인 것이다.